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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재TV’를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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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재TV>라는 유튜브 채널이 있다.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실장이 진행하는 인터넷 방송이다. 2012년 시작된 이 채널은 23만여 구독자가 있다. 누적 뷰는 200만 건에 육박한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자유시장경제가 인류 복지에 어떻게 이바지하고 문명을 진보시켜왔는지 누구나 볼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홍준표는 “<정규재TV> <조갑제TV>처럼 자유대한민국을 지키고자 하는 1인 방송을 스마트폰으로 보고 이념을 다지자”고 상찬한다. 최근 업데이트된 콘텐츠의 제목은 ‘대통령이 탈세를 조장하는 나라’ ‘국가의 머리, 팔, 다리 5개 파괴하는 문재인’ 등이다. 이 우파 음모론에 가까운 채널은 차근차근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극우 음모론자 알렉스 존스

알렉스 존스라는 남자가 있다. 미국 라디오쇼 호스트(진행자)인 그의 프로그램은 미국 60여 방송사에서 나온다. 더 큰 무기는 유튜브다. <더알렉스존스채널>은 2억여 뷰를 차지하는 엄청난 인기 채널이다. 그는 9·11 테러와 오클라호마 폭탄 테러에 미국 정부가 관여했다고 주장한다. 아이들이 죽은 샌디훅 총기 난사 사건과 많은 성소수자가 죽은 올랜도 펄스 나이트클럽 총기 난사 사건의 영상이 미국 정부가 제작한 가짜라고 설파한다.

최근 존스의 콘텐츠는 벽에 부딪혔다. 애플은 “우리는 증오 발언을 용납하지 않는다”며 그가 운영하는 다섯 팟캐스트를 차단했다. 페이스북 역시 존스가 운영하는 페이지 4개를 삭제했다. “폭력을 미화하고 이민자들에 대한 비인간적 표현을 썼다”는 이유였다. 유튜브 역시 행동에 들어갔다. 240만여 구독자가 있는 존스의 채널이 규정을 위반했다며 삭제했다.

트위터는 달랐다. 최고경영자 잭 도시는 8월7일 존스와 그의 웹사이트 ‘인포워스’의 트위터 계정을 정지시키지 않겠다고 말해 소셜미디어에서 큰 반발을 샀다. “외부 압력에 무릎 꿇고 순순히 반응한다면,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든 흔들릴 수 있는, 우리의 개인적 견해로 구성된 플랫폼이 된다. 그건 우리가 아니다.” 그에 따르면 존스 같은 사람을 저지해야 하는 건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아니라 언론이다.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을 형성할 수 있도록 언론인이 기록하고 입증하며 반박해야 한다. 그것이 공적 담론에서 가장 좋은 길이다.”

미국 시민자유연맹은 최근 보도자료에서 소셜미디어 플랫폼들이 존스의 계정을 삭제하는 것이 위험한 전례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논란을 피하는 것이 각 플랫폼들의 이익에 부합할지는 모르지만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소셜미디어들이 논란을 아예 피하기를 바라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누군가의 유튜브 채널이 증오 발언과 거짓 논평을 수백만 명에게 전달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아예 삭제하고 그런 목소리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굴어야 하는가. 아니면 그 채널들의 목소리에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이 토론하고 반박할 수 있는 자유를 남겨둬야 하는가. 트위터 대표 잭 도시는 “트위터는 진실의 결정권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진실의 결정권자는 누구인가

당신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오늘도 <정규재TV>를 보며 현 정부에 대한 가짜뉴스를 카카오톡으로 받아보고, 그걸 친구들과 공유할 것이다. 아마 당신도 부모가 보내는 현 정부에 대한 가짜뉴스를 받아보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채널들을 모조리 없애자고 부르짖어야 하는가? 아니면 그 세대와 토론하며 바꿔나가야 하는가? 극우와 음모론을 설파하는 채널을 완벽히 금지하려는 욕망은 결국 진보의 목소리를 옥죄는 부메랑으로 돌아올지 모른다. 거대 소셜미디어 플랫폼 회사들이 진실의 결정권자가 되는 세계를 진실로 원하는가? 이 질문을 우리 모두 스스로 던져야 할 때가 마침내 왔다.

* 한겨레21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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