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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계속 트윗으로 비난하는 '브루스 오'는 대체 누구인가?

트럼프는 왜 자꾸 그를 비난하는가?

  • 허완
  • 입력 2018.08.31 14:08
  • 수정 2018.08.31 14:10
트럼프의 공격 대상이 된 브루스 오.
트럼프의 공격 대상이 된 브루스 오. ⓒZach Gibson via Getty Image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를 팔로우해왔던 사람이라면 그가 법무부를 자주 비난해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트럼프가 가장 많이 공격하는 대상은 로버트 뮬러 특검과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이지만, 최근에는 비교적 덜 알려진 이름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한국계 미국인 브루스 오(Bruce Ohr)다.

 

브루스 오는 누구인가?

브루스 오는 30년 가까이 법무부에 몸담았다. 뉴욕 검사로 있다가 워싱턴 D.C.로 옮겼고, 법무부 차관보까지 올랐다. 

브루스 오가 어떻게 아직도 법무부에서 일하고 있단 말인가? 수치스러운 일이다! 마녀 사냥!

 

브루스 오는 국제 조직범죄, 특히 러시아 조직범죄 전문이다. 그의 동료와 가족들은 그가 “꼼꼼한 정부 관료”로서 강직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CNN은 오 차관보가 “완벽한 공무원”으로 간주된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오를 “징그러운 사람(creep)”, “망신(disgrace)”이라고 불렀다.

오는 2017년 12월에 좌천됐다. 당시 법무부 관계자는 폭스뉴스에 보낸 입장문에서 오가 “두 가지 직책을 맡고” 일을 너무 많이 하고 있으며, 새로운 역할에서 다시 조직범죄에 전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게 전부인가? 

8월28일, 브루스 오가 하원 비공개 청문회에 출석하는 모습.
8월28일, 브루스 오가 하원 비공개 청문회에 출석하는 모습. ⓒChris Wattie / Reuters

 

그렇지 않다. 오는 ‘트럼프 문건’을 작성한 전직 영국 첩보원 크리스토퍼 스틸과 아는 사이다. 스틸이 FBI의 “비밀 정보원”으로 일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FBI는 스틸이 일한 시기가 언제인지 밝히지 않았다.) 오와 스틸은 조직범죄 이슈 때문에 처음 서로를 알게 된 것으로 보인다. 오는 법무부 관계자로서 당시 스틸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스틸이 2016년 대선 얼마 전에 마더존스를 비롯한 여러 언론에 접촉해 자신이 확보한 정보들을 흘린 이후(FBI가 자신이 제공한 정보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는 좌절감 때문이었다고 한다), FBI는 스틸과의 관계를 끊고 그를 더이상 정보원으로 활용하지 않게 됐다. 그러나 오는 스틸과 연락을 계속 주고받았고, 그가 트럼프 관련 수사에 공식적으로 관여하지는 않았으나 그의 정보를 FBI에 전달했다.

그러나 오가 FBI에 전달한 정보가 어떤 것인지, FBI가 이 정보를 수사에 활용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브루스 오가 더럽고 신빙성이 없어진 가짜 문서를 만드는 것을 도운 대가로 그의 가족은 거액을 받았다. 그가 제프 세션스의 법무부에서 해임되기는 할까? 정말 말도 안된다!

 

데빈 누네스 하원의원(공화당-캘리포니아)이 작성한 소위 ‘누네스 메모’에 따르면 스틸은 오에게 자신은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기를 절대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오의 아내인 넬리 오는 러시아 전문가로 알려져 있으며, 사설 정보업체 ‘퓨전GPS’를 위해 일한 적이 있다. 퓨전 GPS는 민주당의 자금 지원을 받아 트럼프에 대한 낯뜨거운 소문들을 모은 문서를 작성한 회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 탐사기자 출신인 글렌 심슨 등에 의해 설립됐다.

공화당 ‘큰 손’ 기부자 폴 싱어의 자금 지원을 받는 보수 인터넷 매체 ‘프리 비컨’은 공화당 경선을 앞둔 2015년 가을 이 업체를 고용해 공화당 경선후보들에 대한 뒷조사를 의뢰했다.

트럼프가 후보에 지명될 것이 확실시되던 2016년 4월, 퓨전GPS는 상대편인 힐러리 클린턴 캠프와 민주당 전국위원회(DNC)에 접근했다. 클린턴 측은 이들을 고용했고, 퓨전GPS는 트럼프에 대한 정보를 계속 수집했다. 

이 회사에 고용된 스틸은 훗날 ‘트럼프 문건’으로 알려지게 된 보고서를 작성한 인물이다. 그가 확보한 정보들 중 일부는 트럼프 대선캠프 외교정책 고문이었던 카터 페이지에 대한 비밀감청영장을 해외정보감시법원(FISC)로부터 발부받는 데 활용됐다.

심슨이 법원에 제출한 문서에 따르면, 퓨전GPS는 ”트럼프에 대한 조사와 연구에서 도움을 얻기 위해” 넬리 오를 접촉했다. 

오는 법무부 고위층에 아내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했는지를 처음에는 밝히지 않았으며, 자신이 스틸과 계속 연락하고 있다는 사실도 말하지 않았다.

 

이게 왜 중요한가? 

영국 정보기관 MI6 출신 크리스토퍼 스틸.
영국 정보기관 MI6 출신 크리스토퍼 스틸. ⓒVictoria Jones - PA Images via Getty Images

 

아내와 스틸을 통해 오는 러시아 수사와 어느 정도는 관계가 있다. 그래서 오는 트럼프에게 적대적인 공모가 있었다는 음모론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트럼프가 트위터에 올리는 오에 대한 비난에는 “조작되었다(RIGGED)!”, “마녀 사냥(WITCH HUNT)!”, “가짜 문서(Fake Dossier)” 등의 말이 자주 들어간다.)

28일 공화당 하원의원들은 오를 불러 스틸과의 연락에 대한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앞서 2017년 12월에는 상원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질의를 받기도 했다.

우파들이 보기에, 오의 행동은 러시아와 트럼프 대선캠프의 협력 가능성에 대한 러시아 수사의 정당성을 의심케 하는 것이다. 트럼프가 ”가짜 문서”라고 규정한 문건 때문에 수사가 시작됐고, 이 문서를 만든 인물과 ‘결탁’한 법무부 고위인사가 부적절하게 수사에 개입했으니 수사 자체가 ”조작되었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은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러시아 수사가 시작된 건 스틸이 작성한 트럼프 문서 때문이 아니다. 트럼프 대선캠프 외교고문이었던 조지 파파도풀로스의 행동 때문에 시작되었다.

지난해 말 NYT 보도에 따르면, 파파도풀로스는 러시아 측 인사로부터 힐러리 클린턴에게 해를 입힐 정보를 러시아 정부가 가지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몇 주뒤인 2016년 5월, 그는 영국 런던의 한 바에서 호주의 외교관에게 이 이야기를 귀띔했다. 

ⓒKevin Lamarque / Reuters

 

이야기를 전해들은 호주 외교관은 2개월 뒤 이 정보를 미국 FBI에 전달했고, 이 정보를 바탕으로 FBI의 수사가 개시됐다는 게 NYT의 보도 내용이다. FBI 요원들이 스틸과 만나 일부 정보를 입수한 건 사실이지만, FBI가 러시아 수사에 착수하게된 계기와는 관련이 없다고 익명의 정부 관계자는 말했다.

스틸이 작성한 문건에 대해 오가 얼마나 알고 있었는지 현재로서는 분명하지 않다. 최근 워싱턴이그재미너 보도에 따르면, 스틸이 퓨전GPS에 고용되기 전에도 두 사람은 러시아 올리가르히 올레그 데리파스카에 대한 논의를 계속하고 있었다.

데리파스카는 푸틴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 철강 재벌이다. 그는 트럼프 캠프 선거대책본부장을 지낸 폴 매너포트와도 관계가 있다. 매너포트가 트럼프 캠프에 합류했을 때 그는 데리파스카에 2000만달러를 갚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매너포트는 데리파스카에게 ‘사적인 브리핑’을 제안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워싱턴포스트(WP)는 ”스틸이 트럼프에게 불리한 정보를 입수하는 데 오가 도움을 줬다는 트럼프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는 거의 없다”며 ”그는 고작 메신저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또 WP는 ”트럼프가 오의 아내를 언급한 건 근거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문제(러시아 수사)에 있어서 그의 역할은 아직까지는 미미하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라는 것. 

 

트럼프가 오에게 할 수 있는 일은?

트럼프가 지난 몇 주 동안 위협해왔던 것처럼, 그는 오의 기밀취급권을 박탈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오는 업무를 수행하기가 아주 힘들어진다.

오를 해고하려면 트럼프는 세션스 장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세션스는 표면적으로는 트럼프를 지지하지만, 러시아의 2016년 대선 개입에 대한 수사 지휘 권한을 내려놓은 일 때문에 트럼프의 미움을 샀다. 

“폭스뉴스는 제임스 코미 해고 후 브루스 오가 크리스토퍼 스틸에게 반 트럼프 러시아 수사가 드러날 것이 두렵다는 서신을 보냈음을 알게 되었다.” 찰스 페인 @FoxBusiness 뮬러가 얼만큼 더 봐야 하는가? 그들은 눈가리개를 했다 - 조작되었다!

 

왜 이제와서 이 이야기가 나오는가? 

ⓒLeah Millis / Reuters

 

보수 언론들이 브루스 오를 집중 보도하고 있다. 이들은 러시아 수사가 정치적 편향성 때문에 시작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는 데 오의 이야기를 활용하는 중이다. 트럼프가 선호하는 채널인 폭스뉴스가 특히 요즘 들어 오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트럼프는 트윗을 통해 폭스뉴스 보도를 여러 번 언급했다.

한편 마크 미도우즈 하원의원(공화당, 노스캐롤라이나)는 오가 의회에 증언한 내용을 전했다. 당시 오는 스틸이 작성한 문건이 풍문과 트럼프에 적대적인 증인들의 진술에 크게 의존하고 있음을 법무부와 FBI에 알렸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민주당 측 의원들은 ”몇몇 공화당 의원들의 주장과는 달리, 오의 진술에서 (스틸이 작성한) 문건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내용은 없었다”고 밝혔다.

″우리가 오에 대해 알지 못했던 새로운 정보는 거의 없었다. 오는 법이나 규정 또는 법무부 정책을 위반하지 않았다. 그의 법무부 커리어 대부분은 러시아 조직범죄에 맞서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이는 근거 없이 오를 해임하려 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도에 이제 공화당 하원의원들까지 나서는 이유가 대체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을 자아낸다.” 

 

* 이 글은 허프포스트US의 Who Is Bruce Ohr, And Why Does Trump Keep Tweeting About Him?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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