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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벅스 라이프’ 대 ‘앤츠’: 20년 전 픽사와 드림웍스의 맞대결은 지금 봐도 흥미진진하다

온갖 루머와 술수가 난무했다.

ⓒDREAMWORKS DISNEY

개인적 경쟁 구도가 기업간의 전쟁으로 번져, 당시로선 최첨단이자 최신식이었던 경제 무기가 양측에서 총동원되었다. 그건 바로 애니메이션 개미였다.

1998년은 지금과는 달랐다.

두 스튜디오에서 자신의 군락을 지키기 위해 전통을 거부하는 개미가 등장하는, 상당히 비슷한 영화 ‘벅스 라이프’와 ‘앤츠’를 냈다. 이들의 치열했던 싸움은 20년이 지난 지금은 거의 잊혀진 듯하다.

그런데 최근 스파이 영화 ‘오퍼레이션 피날레’의 감독을 맡기도 한 ‘앤츠’의 작가 크리스 웨이츠가 20년 전 이야기에서 알려지지 않았던 부분을 밝혔다.

이 사연은 1990년대 중반에 시작되었다. ‘미녀와 야수’, ‘알라딘’, ‘라이온 킹’ 등의 디즈니의 고전 애니메이션에 참여했던 제프리 카첸버그가 당시 디즈니 CEO이던 마이클 아이스너 바로 아래의 2인자로 임명되지 않았다.

디즈니 회장이자 COO였던 프랭크 웰스가 비극적 헬리콥터 사고로 숨진 1994년의 일이었다. 할리우드 리포터에 따르면 아이스너는 카첸버그에게 웰스가 회장직에서 물러날 경우 2인자 자리를 주겠다고 약속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약속대로 되지 않았다.

아이스너가 웰스의 자리를 맡게 되어 디즈니 권력 구조에 균열이 생겼다. 디즈니는 카첸버그를 내보냈다. 카첸버그는 디즈니를 고소했고, 디즈니는 합의금으로 2억 7천만 달러 정도를 지급했다고 알려졌다.

카첸버그는 데이비드 게펜, 스티븐 스필버그와 손잡고 새로운 스튜디오 드림웍스를 만들었다.

그리고 일이 묘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카첸버그가 드림웍스를 공동 설립한 후, 드림웍스는 최초의 애니메이션 영화로 용감무쌍한 일꾼 개미 한 마리로 인해 급진화되는 전투 개미 군락에 대한 ‘앤츠’를 선보일 것이라 발표했다.

그러나 디즈니와 손을 잡은 픽사는 이미 ‘벅스 라이프’를 진행 중이었다. 전투 메뚜기 사회에 종속된 개미 군락을 용감무쌍한 일꾼 개미 한 마리가 바꾼다는 내용이었다. 픽사 애니메이션의 스티브 잡스와 존 라세터(성추행 논란으로 최근 픽사에서 해임되었다)는 자신들이 디즈니에 이 컨셉을 제의한 것은 카첸버그가 디즈니를 떠나기 전이었다고 한다.

“제프리가 디즈니를 떠났을 때 우리가 ‘벅스 라이프’를 만들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은 반박할 수 없다. 그는 줄거리를 비롯해 모든 걸 알고 있었다.” 잡스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에 한 말이다.

카첸버그는 이런 주장을 부인했다. 한편 로스 앤젤레스 타임스 보도에 의하면 드림웍스 임원을 거쳐 디즈니 자회사 부에나 비스타 모션 픽쳐스 그룹 회장이 된 프로듀서 니나 제이콥은 자신이 개미 아이디어를 카첸버그에게 제의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드림웍스 측의 주장에는 옥의 티가 있다.

비즈니스위크의 기사에 따르면 디즈니가 카첸버그와의 결별을 발표한 바로 그 날에 라세터가 디즈니에 ‘벅스 라이프’를 제안했다고 한다. 그러므로 카첸버그가 디즈니에 있었을 당시 개미 아이디어에 대해 몰랐을 수도 있다. 그러나 라세터가 1995년에 드림웍스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카첸버그에게 “벌레 이야기”이며 1998년 추수감사절 개봉 예정이라고 말했다는 설이 있다.

라세터가 카첸버그와 만난 이후에 업계 잡지에서 드림웍스가 ‘앤츠’라는 영화를 낼 계획이라는 소식을 읽은 라세터는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고만 해두자. 카첸버그와 디즈니 간의 끝나지 않은 불화 사이에 자신과 픽사가 끼게 되었음을 깨달은 라세터는 카첸버그에게 따지기 위해 여러 번 전화를 걸었다.

디즈니와 픽사가 후퇴한 것은 두 영화가 비슷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앤츠’의 극장 개봉이 더 빨랐다. 드림웍스의 마케팅 임원이었던 페리 프레스는 픽사가 온갖 비난을 퍼부은 진짜 이유는 개봉일 때문이었다고 LA 타임스에 밝혔다. (그러나 이것은 이제야 밝혀지고 있는 온갖 속임수들로 인해 가능했던 것 같다.)

개봉일 속이기

ⓒGetty Images via Getty Images

디즈니와 드림웍스가 늘 가장 첨예하게 맞선 부분이 스케줄이었다. 원래 드림웍스 최초의 대작이 될 거라 했던 ‘이집트 왕자’가 디즈니를 떠난 카첸버그의 야심작으로 알려져 있었다. ‘벅스 라이프’와 같은 시기인 1998년 추수감사절 개봉 예정이었다.

카첸버그는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카첸버그가 라세터와 잡스에게 전화를 걸어 ‘이집트 왕자’와 겹치지 않도록 ‘벅스 라이프’ 개봉일을 조정해주면 1999년 개봉 예정이던 ‘앤츠’ 제작을 중단하겠다고 제의했다는 루머가 있다. 비즈니스위크는 ‘드림웍스와 가까운’ 정보원에 의하면 이런 제의는 아예 없었다고 보도했다.

어쨌든 ‘벅스 라이프’ 개봉일은 변함없었다. 디즈니와 픽사의 동맹은 굳건했다. 그래서 드림웍스는 11월 25일 개봉 예정인 ‘벅스 라이프’보다 몇 주 빨리 나오도록 ‘앤츠’의 개봉을 앞당겼다고 전해졌다.

그런데 사실은 그게 아니라는 설도 있다.

‘앤츠’의 작가 웨이츠는 이번 달에 허프포스트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러한 책략이 있었다는 설에 의문을 표했다. 웨이츠에 의하면 1999년 개봉일은 ‘가짜’였다고 한다. 제작진은 ‘앤츠’를 빨리 완성하기 위해 시종일관 엄청난 속도로 작업했다.

“‘벅스 라이프’ 개봉 뒤에 ‘앤츠’ 작업을 마친다는 가짜 스케줄까지도 있었다는 사실을 제작 후반에 가서야 알았다.  [빨리 개봉해야 한다는 게] 그렇게 중요하다는 걸 우린 몰랐다. 우리는 왜 그러는지 정확한 이유도 모르는 채 빠른 페이스로 작업해왔다.”

웨이츠에 의하면 ‘앤츠’를 쓴 크리스와 폴 웨이츠 형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르는 “앞잡이에 불과했다”고 한다. 그는 일정이 엄청나게 빡빡하다는 것만 알았지, 그 이유가 ‘벅스 라이프’를 앞지르기 위해서라는 건 몰랐다.

“전반적으로 서두르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우리는 빨리빨리 만들어내고 있다는 걸 알았다. 애니메이션 영화 작업은 본질적으로 아주 노동집약적이다. 스토리보드와 애니매틱을 한 다음 다시 대본으로 돌아가는 작업을 반복하고 또 한다. 또한 카첸버그씨는 아주 좋지만 까다로운 상사였다. 압력과 강도가 높은 환경이었다.”

이 환경 때문에 대본과 부딪히는 일이 계속 생겼다.

“맙소사. 모든 게 끝없이 계속 바뀌었다. 새로운 개그가 들어가고, 모든 걸 쉴새없이 조정하고, 계속해서 새로운 사람이 캐스팅되었다. 한참 쓰고 있던 것을 갑자기 실베스터 스탤론의 목소리나 샤론 스톤의 목소리에 맞도록 바꾸어야 했다. 내러티브를 온통 뜯어고치는 시기를 한동안 거쳤다.”

“그뒤로 시나리오 쓰기가 좀 쉬워졌다. 그때만큼 훈련이 되는 것은 없지만, 난 우리가 ‘앤츠’를 해냈다는 게 지금도 기쁘다.”

카첸버그, 제이콥슨, 라세터는 허프포스트의 언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개미 영화 20주년을 맞은 지금

곤충을 다룬 두 영화를 둘러싸고 대혼란이 일었지만, 사실 톤은 전혀 달랐다. ‘벅스 라이프’는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영화였다면, ‘앤츠’에는 보다 성인 취향의 유머와 테마가 담겼다. ‘벅스 라이프’에는 케빈 스페이시가 악역으로 등장하고, ‘앤츠’는 우디 앨런이 주인공을 맡았다.

두 영화 모두 호평을 받았고 상업적으로도 성공을 거뒀다. 박스오피스모조에 의하면 ‘앤츠’는 전세계에서 1억 7100만 달러 이상을 벌었고, ‘벅스 라이프’는 그 두 배가 넘는 3억 6300만 달러를 쓸어담았다.

웨이츠는 당시의 경쟁 구도를 돌아보며 “‘벅스 라이프’가 본질적으로 사람들을 더 즐겁게 하는 요소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우리 영화가 먼저 나오지 않았더라면 망했을지도 모른다. 공교롭게도 두 영화가 공존할 수 있어서 정말 잘된 일이었다.”고 말한다.

그후 20년 동안 드림웍스와 디즈니는 계속해서 비슷해 보이는 영화를 비슷한 시기에 선보였다. ‘니모를 찾아서’(디즈니, 2003)와 ‘샤크’(드림웍스, 2004), ‘라따뚜이’(디즈니, 2007)와 ‘플러쉬’(드림웍스, 2006)이 좋은 예다. 그렇지만 양측 모두를 가장 괴롭게 했던 것은 역시 개미 영화들이었다.

*허프포스트US 글을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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