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 촬영을 하면서 느끼게 되는 것들 6

1. 우리의 외모가 모델급이 아니라는 걸 분명히 기억하자

웨딩 촬영은 정말 특별한 경험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패키지로 결정한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하는 경우가 대다수였으나, 최근에는 이를 과감하게 패스하고 직접 ‘셀프 촬영’을 하는 경우도 많다.

지난 5월에 웨딩 촬영을 했다. 허프 입사 후 동기 윤인경 비디오 에디터의 실험 모델(?)로 발탁된 덕에 카메라 앞에 서는 것에는 자신있다고 생각했지만 웨딩 촬영은 다른 촬영과는 확실히 달랐다. 웨딩 촬영을 하며 느낀 것 6가지를 정리했다. 웨딩 촬영을 앞둔 예비 신랑·신부들 혹은 언젠가 웨딩 촬영을 할 수도 있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1. 우리의 외모가 모델급이 아니라는 걸 분명히 기억하자

스튜디오 선정에는 분명한 조건이 있었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스타일의 스튜디오는 딱 싫었다. ‘Love’ ‘Happy’ 같은 단어가 주렁주렁 뒤에 걸린 파스톤텔 벽지와 남녀 색깔 맞춰 입은 시밀러룩 같은 건 정말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뭐냐면 약간 이런 느낌...

웨딩박람회 스튜디오 코너에는 지구에 있는 웨딩 사진이란 웨딩 사진은 다 모여 있는 것 같았다. 대부분이 매우 귀엽고 사랑스러운 스타일의 사진이었다. 사진 속 모델들은 뒤에 ‘Love’ ‘Happy’ 같은 것들이 주렁주렁 매달린 파스텔톤 벽지 앞에서 비슷한 옷을 입고 귀엽고 사랑스럽게 웃고 있었다.

근데 그게 너무 예뻤다. ‘저런 사진은 절대 안 돼’라고 생각했던 나의 결심마저 잠시 잊어버릴 정도로 예뻤다. 생각보다 예쁜데? 저런 데서 찍어도 괜찮겠는데? 원래 웨딩 사진이 다 저런 스타일인 거 같은데?

하지만 신의 한수, 갑자기 모델 대신 우리를 그 사진에 대입한 모습이 떠올랐다. 약간 시큼한 과일을 씹은 듯 윙크를 하는 그 표정까지도...

나 자신을 극도로 사랑하는 나조차도 그 짧은 상상에 토할 것 같았다. 그렇다면 나를 나만큼은 사랑하지 않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오죽할까? 모델들이야 워낙 예쁘고 잘생겼고 날씬하니 어떤 사진이라도 예뻐 보이게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내가 그만큼 예뻤으면 모델을 했지 허프포스트 에디터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런 깊은 깨달음을 얻을 정도로 상상의 효과는 컸다. 스튜디오 사진 속 모델들에 홀리지 말자.

2. 신부는 인형이다

″내일 너 완전 공주잖아.”

웨딩 촬영을 도와주기로 한 친구는 촬영 전날 설레는 목소리로 말했다. 친구의 말대로 나는 그날 완벽한 공주 대접을 받았다. 그러나 그런 게 공주의 삶이라면 나는 다시 태어나면 공주할 수 있다고 해도 절대 공주 안 할 거다.

어이 공주님,그러다 드레스가 망가진다구-.

완벽한 공주 대접을 받은 건 내가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혼자 걸을 수도 없다. 함부로 막 걸으면 드레스가 망가지기 때문이다. 드레스샵에서 보내주는 헬퍼 이모님이 없으면 나는 불과 세 걸음 앞에 있는 머리핀도 주울 수가 없었다. 헬퍼 이모님은 내가 ”저거 주워주세요”하면 주워주셨고 ”그거 갖다주세요” 하면 갖다주셨고 ”이거 치워주세요” 하면 치워주셨다. 쓰고 보니 되게 건방진 공주 같은데 어쩔 수 없었다. 헬퍼 이모 없는 나는 배터리 다 된 스마트폰이랑 다를 바가 없음이었다.

그리고 무슨 놈의 코르셋은 그렇게 꽉 조이는지. 친구들과 가족들은 한 컷 한 컷 찍힐 때마다 오버에 오버를 거듭한 목소리로 ”와! 너무 이쁘다! 정말 아름다워! 여신!”이라며 환호성을 질렀으나 나는 숨이 쉬어지지 않아 거의 사망할 지경이었다. 나의 편하게 숨쉴 권리는 조금도 인정되지 않았다. 몇 시간 동안 나는 사람이 아니라 인형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말이 좋아 공주지.

하지만 거울 속 내가 예쁘긴 정말 예뻐서 숨은 안쉬어지는데 기분은 좋았다. 인간이란 이렇게도 입체적인 존재다.

3. 엄청 많은 옷을 입는 것 같지만 막상 몇 벌 안 입는다

보통 웨딩드레스 3~4벌, 미니드레스 1벌 그리고 한복과 캐주얼 복장으로 찍는다고 한다. 이는 대부분의 스튜디오가 공통이다.

하지만 주변에 결혼한 사람들이나 결혼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웨딩 사진을 보면 엄청나게 드레스를 많이 입은 것처럼 보인다. 옷을 많이 갈아입는 게 아니라, 촬영 때는 아무 무늬도 없는 드레스를 주로 입고 그 위에 여러가지 천을 덧대서 다른 옷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다.

헬퍼 이모들은 어깨가 훤히 패인 드레스를 순식간에 긴팔로 만들기도 하고, 차이나 카라로 만들어주기도 하는데 정말 그 솜씨가 굉장하다. 생각보다 옷을 많이 갈아입진 않으니 너무 염려하진 마시길.

4. 모든 것은 연출이다

말 그대로 내가 연출하고 내가 주인공이다

웨딩 사진을 보면 모든 장면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발목이 보이도록 살짝 걷어올린 신부의 드레스, 맞잡은 신랑신부 손의 각도, 서로를 마주보는 두 사람의 표정, 은은하게 입가에 띈 미소... 두 사람의 사랑이 여기까지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그 모든 건 연출이다. 발목이 보이도록 살짝 걷어올린 신부의 드레스는 정확하게 ‘예쁘게 나올 각도’를 계산해 헬퍼 이모가 핀으로 고정해 준 것이고 맞잡은 신랑신부 손의 각도와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의 표정은 사진작가가 몇 차례나 지적하고 지적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찰랑찰랑 예쁘게 펼쳐진 웨딩드레스는 헬퍼 이모가 몇 차례나 앞 뒤 양옆에서 치고 흔들고 주름을 잡아 만들어낸 작품이다.

웨딩 사진 속 모든 건 가짜다. 결혼을 결심한 신랑신부의 진심 빼고는 그렇게 받아들이면 된다.

5. 밥 먹자

웨딩 촬영 전에 날씬해 보이려면 밥을 먹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러면 진짜 쓰러진다. 애초에 숨도 잘 안 쉬어지는데 몇 시간을 내리 계속 웃어야 하기 때문에 정말 말 그대로 당이 딸리는 게 웨딩 촬영이다.

촬영을 도와주러 온 친구들이 진정으로 좋은 친구들이라면 초콜릿이니 마카롱 같은 걸 바리바리 싸들고 오겠지만, 안타깝게도 그것만으로는 점점 지쳐가는 신랑신부를 구원할 수가 없다. 그러니까 신랑신부는 미용실에서 머리 말 동안 샌드위치라도 입에 쑤셔넣어야 한다.

6. 끝으로, 신랑은 좀 제대로 웃어주길...

제발...

이렇게 숨도 못쉬고 웃어야 하고 당딸리고 고통스러운 것만 같지만, 그래도 웨딩 촬영이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찍고 난 뒤 포토샵까지 다 된 웨딩 사진을 받으면 ”내가 이렇게 예쁘다니”하고 뿌듯한 기분이 들기는 하기 때문이다.

아, 그리고 진짜 마지막으로 촬영 끝나고 나서는 바로 고기를 먹으러 가야 한다는 규칙이 있다. 그것은 외워두고 반드시 지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