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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의 베트남은 슬램덩크의 '북산'이 될 수 있을까?

아니면 한국이 '산왕고교'가 될까?

  • 백승호
  • 입력 2018.08.29 15:35
  • 수정 2018.08.29 15:58

마치 한 편의 소년만화 같았던 베트남 남자 축구대표팀은 슬램덩크의 ‘북산’이 될 수 있을까?

 

ⓒJUNI KRISWANTO via Getty Images

 

변방의 농구팀 북산은 전국제패를 꿈꾸지만 한 번도 이뤄내지 못했다. 전국급 센터 채치수가 있었지만 그 외에는 전국대회에 나갈만한 주요 전력이 없었고 매번 지역 예선에서 가로막힌다. 채치수가 3학년이 되던 해, 북산 팀에는 강백호, 정대만, 서태웅, 송태섭 등 걸출한 선수가 합류한다.

도예선에 참가한 북산은 매번 전설 같은 결과를 만들어낸다. 상양고와 능남고를 꺾고 도내 최강 해남고에게는 2점 차의 석패를 하며 전국대회에 진출한다. 전국대회에 올라온 북산은 강호 풍전과 고교 최강팀 산왕을 꺾지만 결국 모든 에너지를 다 쏟아부은 탓에 3회전에서 탈락한다.

이제 베트남을 살펴보자.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에서 베트남은 그리 주목받는 국가가 아니었다. 통일베트남이 국제대회에 모습을 드러낸 건 98년 태국 방콕 아시안게임부터였는데, 98년부터 2006년까지 모두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비교적 최근인 2010년과 2014년에는 16강까지 오르긴 했지만 좋은 성적을 거둔 건 아니었다.

아시아 축구 연맹(AFC)이 주관하는 국가 대항 축구 대회에서도 96년부터 2004년까지 계속 예선 탈락했고 자국이 개최국이었던 2007년에는 1승1무1패로 한차례 본선에 올랐으나 8강전에서 이라크에게 패배해 탈락한다.

 

ⓒPower Sport Images via Getty Images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대표팀은 아시안게임의 전초전이었던 지난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도 역사상 최초로 국제 대회 결승까지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당시 연장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 끝에 우즈베키스탄에 아쉽게 패했다. 2018년 아시안게임에는 예선전 3전 전승 조 1위를 달성하더니 16강과 8강전에서 각각 바레인과 시리아를 꺾고 한국과 4강에서 맞붙게 되었다.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김학범 감독이 산왕의 신현철 선수와 닮았다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김학범 감독이 산왕의 신현철 선수와 닮았다

 

다시 슬램덩크로 돌아가 보자. 지역 변방의 북산은 안 감독의 지휘 아래 선수들이 똘똘 뭉쳐 전국대회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뤄낸다. 그리고 2회전에서 고교최강이었던 산왕고교를 만나 한점 차로 승리한다. 이때 너무 많은 기력을 쏟은 탓에 3회전에서는 탈락한다. 이 시나리오대로라면 베트남은 아시아 최강 국가로 꼽히는 한국을 만나 분전해 승리하지만 결승에서는 탈락하는 그림이 그려져야 한다. 반대로 말하면 대한민국이 북산의 제물인 ‘산왕’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베트남과 한국의 경기에는 슬램덩크에 없던 설정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베트남의 감독이 2002년 당시 한국을 월드컵 4강에 올렸던 대표팀 코치 박항서라는 점이다. 2002년에도 신화의 한복판에 있었던 박항서는 이제 2018년 제손으로 직접 신화를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신화의 마지막에서 박항서는 자신의 조국을 만났다. 대한민국을 넘어야 이 신화가 비로소 완성된다는 점에서 만화보다 더 만화같은 설정이 만들어졌다.

 

ⓒSlamDunk

 

한국이 이겨도, 베트남이 이겨도 한국인에게는 나름의 의미가 있다는 점에서 이번 아시안게임 4강전은 의미가 있다. 당신은 어디에 걸 것인가? 한국인 감독이 이끄는 변방의 언더독인가? 아니면 자신의 나라, 전통의 강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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