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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영국 : 브렉시트를 둘러싼 현재 상황을 점검해보자

시간만 계속 흐르고 있다.

  • 허완
  • 입력 2018.08.29 15:16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 ⓒPOOL New / Reuters

유럽연합(EU)과의 협상이 막판으로 향하고 있는 가운데 28일(현지시각)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노딜(no deal) 브렉시트’가 벌어지더라도 ”세상이 끝나는 건 아닐 것”이라고 영국인들을 안심시켰다.

‘노딜 브렉시트’는 영국이 EU 탈퇴 이후 EU와의 새로운 관계(무역·관세·시민권)를 조정하기 위한 협상이 결렬돼 아무런 합의 없이 무작정 EU를 떠나게 되는 상황을 뜻한다.

메이 총리의 이같은 발언은 영국 정부가 2019년 3월29일로 예정된 EU 탈퇴에 앞서 EU와 협상에 실패할 경우를 대비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에 나왔다.

지난주 도미닉 랍 브렉시트부 장관은 ‘노딜’ 브렉시트에 대비해 다양한 경제 각 부문들이 어떻게 대비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전망을 담은 보고서를 내놨다. 

이에 앞서 EU 측 브렉시트 협상대표인 마이클 바르니에는 핵심 쟁점들에서 양측이 여전히 이견을 보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이제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는 뜻일까?

협상을 위한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고 양측이 핵심 쟁점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가운데 ‘브렉시트 강경파‘들은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려고 하고 있으니 지금 ‘노딜’ 브렉시트로 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미닉 랍 영국 브렉시트부 장관(왼쪽), 마이클 바르니에 EU 브렉시트 협상 수석대표.
도미닉 랍 영국 브렉시트부 장관(왼쪽), 마이클 바르니에 EU 브렉시트 협상 수석대표. ⓒYves Herman / Reuters

 

영국과 EU가 합의한 것과 합의하지 못한 것은 무엇인가?

시민권(영국 거주 EU 주민의 법적 권리) 보장이든, ‘이혼 합의금’ 합의든, ‘과도기 19개월’이든, 영국과 EU가 현재까지 합의한 것들에 대해 아무리 좋게 포장해도 소요 없다. 가장 골치아픈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EU를 탈퇴한 뒤 무역 관계를 어떻게 맺을 것이냐는 문제가 남아있다. 영국은 EU 단일시장을 쪼개고 싶어한다. 공산품 및 농식품에 대해서는 EU의 규정과 규제를 따르되 서비스 및 노동력의 자유로운 이동에 관해서는 별도의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것.

그러나 EU 지도자들은 영국 정부의 이같은 입장을 일축해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EU 단일시장의 ”좋은 점만 빼먹는(cherry-picking)”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여러차례 말한 바 있다.

지난주 기자회견에서 바르니에는 이 문제에 있어 EU 회원국들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음을 분명히 했다.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경제에 관련해 여전히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영국 정부의 브렉시트)백서에 나온 내용 중 일부는 저의 가이드라인, 즉 유럽의회의 가이드라인과 어긋나기 때문입니다.”

EU나 영국이 입장을 바꾸지 않는 한, 합의는 이뤄질 수 없다. 

ⓒJOHN THYS via Getty Images

 

어느 한 쪽이라도 입장을 바꿀 것인가?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처한 상황은 간단하지 않다. 그는 이미 소속당인 보수당의 브렉시트 강경파의 분노를 샀다. 이들은 공산품과 농식품 무역 분야에서 EU의 규정을 따르겠다고 합의함으로써 ‘영국이 너무 많이 양보했다’고 본다.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 데이비드 데이비스 전 브렉시트부 장관은 ‘체커스 합의’에 반발하며 내각에서 사퇴했으며, 보수당 일각에서는 메이 총리에 대한 불신임투표를 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메이 총리가 EU에 더 양보한다면 당내 반발에 따른 중대한 리더십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 (총리직까지 잃게 될 수 있다.)

반면 상대편인 EU의 입장에서 보면, 아슬아슬 외줄타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유럽 곳곳에서 반(反)EU 정서가 퍼지고 있는 가운데 영국에게 너무 우호적인 협상안을 안겨줘서도 안 되고(그럴 경우 다른 회원국도 영국의 뒤를 따라 EU를 탈퇴하는 쪽으로 끌리게 된다), 영국에 보복을 하는 것처럼 비춰져서도 안 된다. 선의로 영국과 무역을 하려는 EU 기업들에게 해를 입힐 수 있기 때문.

 

합의 마감시간까지 시간이 얼마나 남았나?  

12주 정도다. 영국과 EU는 브렉시트 이후 무역에 관한 협상을 10월18~19일로 예정된 유럽정상회의 전까지 끝낼 계획이었다. 그러나 영국과 EU는 지난주 협상이 11월까지 계속될 수 있음을 시인했다.

시간이 촉박하다는 점을 인식한 양측은 합의에 이르기 위한 협상이 ”계속해서” 진행될 것이라고 지난주에 밝혔다. 

ⓒNurPhoto via Getty Images

 

그렇다면 합의안은 영국 의회를 통과할 수 있을까?

EU 지도자들에 의해 합의안이 추인되면 영국 의회도 합의안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다. 현재 주어진 선택지는 합의안을 지지하거나 부결시키는 것이다. 합의안이 부결되면 영국은 협상 테이블로 돌아가 다른 합의안을 도출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 역시 확정된 건 아니다. EU가 재협상 자체를 거부할 수도 있기 때문. 이같은 시나리오에 따르면, 그리고 시간이 거의 남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영국은 어떤 합의도 없이 EU를 탈퇴하게 된다.

스티브 베이커 전 브렉시트부 장관을 비롯한 보수당 내 일부 의원들은 EU에 너무 많은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이 포함될 경우 합의안에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고 공언한 상태다. 그러나 노동당이 동참하지 않는다면 그들만의 힘으로 합의안을 부결시키는 건 어렵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에게 주어진 하나의 옵션은 소속당 의원들에게 기권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정부는 보수당 내의 지지를 확보하는 데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MATT DUNHAM via Getty Images

 

영국은 ‘노딜’ 브렉시트에 준비되어 있는가?

중요한 질문이다. 지난주 영국 정부는 ‘노딜’ 브렉시트에 대한 정부의 대책을 담은 24개의 구체적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는 다가오는 몇주 내에 발표될 80개 중 일부다.

그렇다고 해서 곧바로 EU와 완전히 결별하는 건 아닌 만큼 영국은 의학, 동물복지 등을 비롯한 주요 분야에서 EU의 규정을 준수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럼에도 보고서에는 EU에 수출을 하는 비즈니스 분야에 대한 경고가 담겨있다. 지금처럼 무역을 하려면 훨씬 복잡한 절차가 추가될 것이라는 내용이다.

이는 소비자들에게도 파급효과를 미칠 것이다. 높아진 세금과 관세 때문에 제품들의 가격이 인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이 될 경우 식품이 어떻게 수입될 것인지에도 관심이 쏠릴 예정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식품의 운송경로를 추적하는 IT시스템이 브렉시트 시한인 2019년 3월까지 구축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 이 글은 허프포스트UK의 Is A ‘No Deal’ Brexit Now More Likely? Key Questions Answered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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