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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운동은 젠더가 아니라 언제나 '위력'의 문제였다

본질은 바뀌지 않았다.

ⓒEric Gaillard / Reuters

호텔방. 교실. 권력을 가진 사람. 멘토. 권력 남용. 자신의 트라우마를 오랫동안 생각해본 피해자. 자신의 혐의를 부정하는 유력자.

지난 2주 동안 뉴욕 타임스는 성폭력과 희롱 혐의에 대한 주목할 만한 두 건의 보도를 냈다. 미 투 운동이 폭발한지 거의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우리에게 이런 내러티브는 지나칠 정도로 익숙하다. 유일한 차이점은 이번엔 젠더가 바뀌었고,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여성이라는 사실이다.

8월 19일 밤에 뉴욕 타임스는 하비 웨인스타인의 성적 학대를 고발한 최초의 여성 중 하나였던 아시아 아르젠토가 자신을 고발한 아역 배우 출신 지미 베넷에게 38만 달러를 주었다고 보도했다. 2004년 영화에서 아르젠토의 아들을 연기했던 베넷은 자신이 17세, 아르젠토가 37세였던 2013년에 호텔 방에서 아르젠토에게 공격당했다고 한다. 캘리포니아에서 성관계 승낙 연령은 18세다. 8월 21일에 아르젠토는 성명을 내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며 “전적으로 거짓인 뉴스를 읽고 깊은 충격과 상처를 받았”으며 “베넷과 어떤 성적 관계도 가진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22일 오전에 TMZ는 아르젠토와 베넷이 함께 침대에서 찍은 사진, 아르젠토가 베넷과 섹스를 했다고 인정했으나 미성년자라는 사실은 나중에야 알았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공개했다.

그 일주일 전에 뉴욕 타임스는 남성 연구원이 저명한 석학인 아비탈 로넬 뉴욕대 교수에게 당한 성희롱을 고발했다는 기사를 냈다. 님로드 라이트먼 연구원은 로넬이 3년 동안 자신에게 성희롱, 성폭력, 스토킹을 행사했다고 말한다. (로넬은 “모든 형태의 성적인 접촉에 대한 혐의 전부”를 부인했다.) 11개월 간의 조사 끝에 뉴욕대학교는 로넬의 성희롱을 인정하고 1년간 정직 처분을 내렸다. 저명한 여성 학자들 일부가 뉴욕대학교에 로넬을 옹호하는 서신을 보냈다.

이로 인해 타임스는 “고발 당한 사람이 페미니스트라면 #미투는 어떻게 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대답은 이렇다. “아무것도 달라질 것이 없다.”

이 두 건은 사실은 요점을 잘 짚어주는 사례다. 미 투 운동의 핵심은 권력의 부패한 시스템, 강자에게 유리하도록 시스템이 오용되는 방식을 지적하는데 있기 때문이다. 권력의 젠더적 요소 역시 관련되어 있지만,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권력을 가지면 아랫사람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미 투의 들춰내기가 아니다. 미 투가 내내 주장해 왔던 바가 바로 그것이다.

아르젠토 기사가 처음 알려졌을 때 ‘미 투’라는 말을 처음으로 만든 타라나 버크가 트위터에서 지적한 것 역시 이것이었다. “개인에 대한 이야기에서 벗어나 권력을 이야기하기 전까지는 우리가 좋아하는 사람이 성폭력과 연관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우리는 당혹해 하며 믿기 어려워 할 것이다. 성폭력은 권력과 특권에 따른 것이다. 가해자가 당신이 좋아하는 여배우든, 그 어느 젠더의 활동가나 교수든 그건 달라지지 않는다.”

콜로라도 대학교와 볼더 리즈 경영대학원의 스테파니 K. 존슨 교수는 권력과 성희롱이 불가분의 관계인 이유를 간단한 표현으로 설명했다. 권력을 가진 사람은 자신이 막강하다고 느끼기 위해, 또한 피해자의잠재적 권력을 최소화하기 위해 성희롱을 한다는 것이다.

“직장에서는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권력을 덜 가진 사람들, 또는 어떤 식으로든 유독 위협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권력을 행사하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존슨의 말이다.

아르젠토와 로넬은 피해자들보다 상대적으로 권력을 가진 위치에 있었다. 아르젠토는 베넷의 커리어와 개인적 삶에 영향을 주는 “멘토이자 어머니 같은 인물”이었다고 하며, 업계 내에서 영향력이 더 컸음은 물론이다. 로넬은 라이트먼의 지도교수였기 때문에 학계에서의 그의 미래에 직접적인 영향력이 있었다. 라이트먼의 공식 항의에 따르면 그는 “자신의 박사 학위 지도교수이며 자신이 선택한 학계 분야의 주요 인물이라는 사실에 겁이 났고”, 그로 인해 “일어나고 있는 일이 지극히 불편했고 반대하고 싶었지만 로넬에게 그만두라고 말하기가 무서웠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 이전에 성희롱과 폭력 사실을 공개한 피해자들 대부분이 그랬듯, 베넷과 라이트먼은 자신이 경험했다고 주장한 희롱과 폭력이 커리어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말한다. 뉴욕 타임스가 인수한 베넷의 고소 의사 통지서에 따르면 그와 아르젠토 사이의 사건은 “큰 트라우마가 되어 베넷 씨의 일과 소득을 저해했으며 그의 정신 건강을 위협했다.” 뉴욕대학교는 라이트먼에 대한 로넬의 행동은 “라이트먼 씨의 학업 환경의 조건을 바꾸기 충분할 정도로 만연했다”고 결론내렸다.

권력 구조는 스스로를 강화하기 때문에 특히 교활하다. 권력 구조에서 위협을 받는 고리가 생기면 권력자들은 자기들끼리 뭉친다. 로넬에 대한 혐의가 알려지자 저명한 여성 학자들은 뉴욕대학교에 비공개 서신(나중에 공개되었다)을 보내 “로넬의 우아함, 예리한 재치, 지적 헌신”을 증명한다며 “국제적 위상과 명성을 지닌 사람이 받아야 할 존엄성을 부여”해달라고 요구했다. 로넬이 탁월한 학자이고 고발자는 기회주의적 거짓말쟁이라는 등의  로넬에 대한 변호는 고발당한 권력자 남성에 대한 지원과 비슷하다는 점을 로넬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지적한다.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그렇다고 여성들이 남성보다 성희롱과 폭력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더 높다, 남성이 여성보다 성희롱과 폭력의 가해자가 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사실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또한 남성이 성적 학대의 피해자일 때는 가해자 역시 남성인 경우가 많다.) 미국의 권력은 젠더에 따라 불공평하게 분배되어 있다. 남성들은 여성이나 비관행적 젠더(gender non-conforming)에 비해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권력을 더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권력을 남용하는 사람도 남성이 더 많다. 여성들 역시 권력을 쥐고 착취할 능력이 있다. 그렇지 않다는 말은 누구도 한 적이 없다. 그러나 권력이 젠더화되어 있기 때문에 착취도 권력화된다. 미 투는 권력만을, 착취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닌, 두 가지 모두 젠더화되어있음을 지적하는 수단으로 등장했다. 여성들을 가정 내에서 종속적인 위치에 두는 것이 직장에서도 이어짐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어떤 착취에도 관심을 갖지 않던 사람들이 갑자기 특정 여성들의 잘못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며 이것이 젠더를 막론한, 인류의 어쩔 수 없는 악함을 보여주는 증거인 것처럼 말하고 있다. 그들은 모든 젠더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셈인데, 이는 고의로 요점을 피해가는 주장이다.

미국의 권력을 빚어낸 젠더 역학 관계를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되지만, 존슨 교수는 이것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라이트먼과 베넷의 경우를 통해 직장이라는 맥락에서 전반적인 성희롱과 폭력에 대한 우리 모두의 사고를 확장할 수 있다.

“더 넓은 관점에서 본다면 이것을 여성의 이슈가 아닌 조직의 이슈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시민에 대한 처우, 모두 성공하고 존중과 존엄으로 대우 받을 수 있는 직장 만들기의 이슈이다.”

*허프포스트US 글을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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