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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불명의 명언들

ⓒrustemgurler via Getty Images
ⓒhuffpost

소셜미디어에 대한 유명인의 발언 중 자주 인용되는 것 하나를 꼽는다면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트위터는 인생의 낭비다”가 유력하다. 스스로를 ‘트잉여‘라고 비하하며 즐거워하는 한국의 트위터 유저들이 많이 쓰는데, 사실 퍼거슨 감독의 말을 곧이곧대로 옮기자면 ‘시간 낭비(waste of time)’에 더 가까울 것이다. 이 정도야 유머를 섞은 창의적(?) 번역이라고 충분히 감안할 수 있지만, 소셜미디어에서는 아예 잘못 인용하는 경우도 흔히 눈에 띈다.

고의로든 실수로든 그럴싸한 구절에 유명인 이름을 붙여 마치 그 사람이 한 말처럼 만드는 일은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말로 하기에 너무 어리석은 것은 노래로 만들어 부른다”는 볼테르의 말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과 다르다. ”음악에 대해 글을 쓴다는 건 건축에 대해 춤을 추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어리석은 일)”란 말은 어떤가. 엘비스 코스텔로, 프랭크 자파, 마일스 데이비스 등 수많은 뮤지션들이 이 말을 처음 한 사람으로 거론돼 왔다. 헤밍웨이가 여섯 단어로 쓴 가장 슬픈 소설이라는 ”아기 신발 판매. 사용한 적 없음” 역시 헤밍웨이의 손끝이나 뇌 끝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굉장히 그럴싸하고 재미있지만 사실과는 다른, 잘못된 인용에 속지 않는 방법은 무엇일까? 소셜미디어를 아예 멀리하면 원인 자체를 제거할 수 있겠으나 이미 생활의 일부가 된 경우엔 끊어내기도 쉽지 않다. 마크 트웨인조차도 ”페이스북 탈퇴는 아주 쉽다. 나는 수천 번 탈퇴해 봤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위트 넘치는 인용구를 볼 때마다 자신의 기억력을 포함한 모든 것을 의심해보고, 미심쩍다 싶을 땐 사실 여부를 확인해 보는 수밖에 없다. 귀찮더라도 ”트위터의 촌철살인은 인스타그램의 사진만큼이나 믿을 수 없다”는 에이브러햄 링컨의 말을 늘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만약 이 글을 읽던 중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며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면, 축하한다. 당신은 방금 올바른 방향으로 첫 걸음을 내디뎠다.

* 조선일보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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