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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주교의 성폭력에 대해 알고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바티칸 주미대사 등을 거친 카를로 마리아 비가노 대주교가 폭로했다.

ⓒDanny Lawson - PA Images via Getty Images

바티칸 주미대사 등을 거친 카를로 마리아 비가노 대주교(77)가 바티칸 고위층은 워싱턴주의 시오도어 매캐릭 전 대주교의 성추문에 대해 2000년부터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매캐릭은 신학대학생을 침대로 끌어들이곤 했는데도 추기경이 되었다는 것이다.

비가노는 공개서한에서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매캐릭이 젊은 신학대학생들을 타깃으로 삼았다는 것을 2013년에 알게 되었으나 복권시켰다며 교황이 무마를 시도했다는 폭탄선언을 했다.

내셔널 가톨릭 레지스터와 보수 사이트 라이프사이트뉴스는 8월 26일에 비가노의 서한을 보도했다. 교황이 사제 성추문과 은폐 스캔들로 점철된 이틀 일정의 아일랜드 방문을 마무리짓던 무렵이었다.

Ex-Cardinal Theodore McCarrick, seen in 2011, resigned as cardinal last month after a sex abuse investigation by the church determined that he had abused one minor. Other alleged victims have since come forward.
Ex-Cardinal Theodore McCarrick, seen in 2011, resigned as cardinal last month after a sex abuse investigation by the church determined that he had abused one minor. Other alleged victims have since come forward. ⓒPAOLO COCCO via Getty Images

강경 반동성애 시각으로 유명한 보수주의자인 비가노는 이를 매캐릭에 대한 ‘침묵의 공모’라 부르며 개혁적 성향의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임할 것을 주장했다. 비가노와 교황은 오래전부터 사상적으로 반대 진영에 서 있었다. 교황은 성직자에, 비가노는 문화적 전사에 가까웠다.

비가노는 이전의 두 교황 시절 바티칸 고위 성직자들은 매캐릭에 대한 상세한 비난을 여러 해 동안 무시해왔다고 비난했다. 베네딕토 16세는 2009년 또는 2010년에 매캐릭에게 평생 속죄와 기도를 명하는 제재를 가했으나,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를 복권시켰다.

교황은 이 주장들을 긍정하지도 부인하지도 않았다. 동성애혐오 선언문이자 프란치스코 교황측 인사들에 대한 공격인 11페이지짜리 서한에 대해 “자명하다”며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6일에 비행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비가노와 교황이 2013년에 매캐릭에 대해 논의했다, 또한 매캐릭이 당시 이미 제재하에 있었으나 교황이 복권시켰다는 비가노의 주장이 사실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교황은 비가노의 서한을 읽어보았으며 언론인들이 직접 판단할 것이라 믿는다며 “나는 그에 대해 한 마디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미국 교회 수사 결과 매캐릭이 미성년자를 성적으로 학대했다는 주장이 사실로 밝혀지자 교황은 매캐릭의 추기경 사임을 지난 달에 승인했다.

그후 11세 때부터 매캐릭에게 추행당했다는 다른 남성이 나타났고, 신학대학에 다닐 때 매캐릭에게 학대와 희롱을 당했다는 다른 고발들도 이어졌다. 매캐릭이 뉴저지 해변의 자기 집, 자신의 침대로 신학생들을 초대하곤 했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는 정황이 드러나자 미국 가톨릭 고위층의 신뢰성에 대한 위기가 찾아왔다.

최근 펜실베이니아 대배심 보고서에서 70년 이상의 기간 동안 6개 교구에서 300명의 사제들이 1000명 이상의 어린이를 학대했다는 성적 학대 및 은폐 혐의가 드러나 충격을 준 가운데, 이번 스캔들로 인해 인적 물갈이와 매캐릭에 대해 누가 언제 알게 되었는지를 밝힐 바티칸의 대대적 수사 요구가 일고 있다.

비가노는 이러한 의문들에 대한 답을 찾으려 시도한 것 같다. 서한에서 매캐릭 사건에 대해 알고 있었던 바티칸의 추기경과 대주교들의 이름을 거명했는데, 바티칸 외교관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폭로이다. 그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문서들이 바티칸 기록 보관소에 있다고 밝혔다.

2011년부터 2016년까지 바티칸 주미대사를 지냈던 비가노는 자신의 전임자 두 명은 2000년부터 매캐릭에 대해 바티칸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비가노는 프란치스코가 교황이 되기 3개월 전인 2013년 6월 23일에 프란치스코가 사는 바티칸의 산타 마르타 호텔에서 프란치스코를 만났을 때, 프란치스코가 자신에게 매캐릭에 대해 물었다고 말했다.

비가노는 프란치스코에게 “매캐릭 추기경을 아는지 모르겠으나 주교회에 물어보면 매캐릭에 대한 이만큼이나 두꺼운 서류가 있을 것이다. 그는 여러 세대의 신학대학생들과 사제들을 타락시켰으며 베네딕트 교황은 그에게 평생 기도와 속죄만 하라고 명령했다.”고 답했다고 서한에서 밝혔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매캐릭이 교회의 임무를 받아 중국 등으로 출장을 다니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고 비가노는 놀랐다고 한다. 매캐릭은 2014년 미국-쿠바 회담 당시 바티칸의 중재자 중 한 명이기도 했다.

ⓒPhillip Massey via Getty Images

베네딕트가 매캐릭에게 성직 활동에서 물러나 평생 기도만 하라고 명령했다는 비가노의 주장에는 일부 반론도 있다. 매캐릭은 은퇴 후에도 공적인 자리에 자주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비가노는 베네딕트 교황이 공식적으로 그런 제재를 가했다는 증거를 제시하지는 않았으며, 그렇게 들었다고만 밝혔다.

비가노의 서한은 가톨릭 교회 내의 동성애자와 진보주의자들에 대한 긴 비난도 담고 있다. 미국 가톨릭 고위층에서 프란치스코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모든 인사들을 매캐릭 비행 은폐의 공모자로 거명하고 있어, 사상적인 선언문으로 보이기도 한다.

“부패가 교회의 최고위층까지 다다랐기 때문에, 내 양심은 워싱턴 명예 대주교의 가슴 아픈 사건에 대한 진실을 밝히라고 내게 명령한다.” 비가노의 주장이다.

그러나 비가노 본인 역시 은폐 의혹을 받은 바가 있으며, 비가노가 주관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2015년 미국 방문 당시 두 사람은 크게 다투기도 했다.

비가노의 워싱턴 사택에서 교황이 일반인들을 만나는 자리에 미국에서 동성결혼 반대 운동에 앞장선 인물인 킴 데이비스가 초대받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데이비스의 지지자들이 이 사실을 퍼뜨린 것에 격노했다. 후에 바티칸은 교황이 미국에서 개인적으로 만난 사람은 그의 학생이었던 게이 남성과 그의 파트너 뿐이었다고 주장했다.

비가노가 부인하는 은폐 혐의는 성인 신학대생들에 대한 추행 혐의를 받은 미네소타주 세인트 폴-미네아폴리스의 전 대주교 존 닌스테트에 대한 수사 무마 시도이다.

2016년에 내셔널 가톨릭 리포터는 비가노가 수사를 종결하고 증거를 파괴하라고 명령했다고 전했다. 2014년에 관할구 형사 수사가 끝나자 교구의 관계자가 공개한 메모가 언급되었다. 기소는 없었다.

닌스테트는 성적 학대 사건 처리에 대한 항의 때문에 2015년에 사임해야 했다.

2012년 ‘바티리크스’ 스캔들 당시 비가노가 바티칸 시국 관리직에서 워싱턴의 바티칸 대사관으로 발령받지 않게 해달라고 했던 서신이 공개되기도 했다. 비가노는 전근 조치가 바티칸의 부패를 공개한데 대한 처벌이라고 주장했다. 이 서신에서 비가노가 베네딕트 교황 당시의 2인자 타르치시오 베르토네 추기경과 마찰을 빚었음이 드러났는데, 매캐릭 건에 대한 서한에서 비가노는 베르토네 역시 타깃으로 삼았다.

*허프포스트US 글을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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