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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이산가족들이 오늘 다시 헤어졌다

사흘 간의 만남이었다.

  • 김원철
  • 입력 2018.08.26 14:17
  • 수정 2018.08.26 14:22
ⓒKOREA POOL via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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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간이 이제 다시는 안 오겠죠”

사흘 간의 짧았던 만남이 끝나는 26일 아침, 네살 많은 언니와의 작별을 기다리는 여든둘의 이인숙씨가 말했다. 기쁨과 서러움의 눈물로 만남의 장의 장이 열렸던 금강산호텔은 이제 ‘작별상봉장’이 됐다. 오전 10시 작별상봉을 위해 남쪽 가족들이 9시 반께 2층에 마련된 연회장을 먼저 채우기 시작했다.

아버지 조덕용(88)씨를 만난 남쪽의 아들 조정기(67)씨는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얼굴 봤으니까”, “어머니 대신 한풀이 했”으니 “그냥 기분이 좋다”고 했다. 조덕용씨와 상봉한 남쪽의 동생 조상용(80)씨는 “담담하다”며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로 하고, 내 나이가 80이 넘고 형 나이도 이제 거의 90인데 이제 우리는 살만큼 살았어. 마지막으로 만난 거지. 통일이 어서 됐으면 좋겠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북쪽의 언니 량차옥(82)씨를 기다리며 남쪽의 동생 양경옥(74)씨는 “작별 상봉에서 언니와 헤어지면 눈물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 북쪽의 오빠 허양한씨와 상봉한 허금분씨는 “너무 빨라서 아쉽다”며 “작별 상봉에서 오빠에게 전할 말이 있다”고 했다. 사흘째 만남에서 아흔의 동생이 오빠에게 전할 말이 무엇일까? 동생은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

북쪽의 강호례(89)씨와 만난 조카 강미자씨는 “눈물이 나서 아침 내내 울고 왔다”고 했다. 연회장에 들어선 강씨의 눈은 벌겠다. 북쪽 언니를 기다리고 있던 최성랑(74)씨는 “오늘은 언니가 많이 울지 않게 기쁘게 만나고 헤어지겠다”고 말했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행사의 최연소 남쪽 참가자 김연준(7)군은 어머니 이진안(48)씨를 따라 북쪽의 고모 할머니 홍영옥(60)씨와 만났다. 전날 개별상봉에서 오목과 장기를 함께 뒀다는 김군은 “재밌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틀 전 쑥스러워 하던 김군은 부쩍 북쪽의 친지들과 친해진 모습이었다.

북쪽의 오빠 리인우(88)씨와 이별을 준비하는 남쪽의 두 여동생 이경자(74)씨와 이정자(72)씨도 말을 이어가며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이경자씨는 “아쉽지. 만나면 헤어져야 하니까 어쩔 수 없지. 그냥 건강했으면 좋겠어. 어쩌겠어. 통일이 당장 되는 것도 아니고”라며 오빠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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