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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난 집에 휘발유를 붓는 박원순 시장

박원순 시장은 토건시장을 자임하는가?

ⓒhuffpost

박원순 시장의 행보가 연일 화제다. 박 시장이 재앙급 폭염에 삼양동 옥탑방에서 한달 간 고생한 건 칭찬 받을 일이다. 박 시장의 삼양동 옥탑방 체험을 정치적 퍼포먼스라고 비웃는 자들은 일단 삼양동 옥탑방이나 반지하방에서 여름 한달을 나고 발언을 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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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시장은 토건시장을 자임하는가?

박 시장이 강북에서 여름의 절정을 나며 서민들의 고충을 경험한 것까진 좋았는데 삼양동 옥탑방 체험이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 같아 근심이다. 보도에 따르면 박 시장은 삼양동 옥탑방 체험을 끝내며 ”수십년간 강남 쪽에 투자가 집중돼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으려면 혁명적 정책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발언하면서 강북에 교통, 교육, 기업 유치 등 도시 인프라 투자를 집중하겠다는 ‘강남·북 균형 발전 계획’을 발표했다 한다. 이 계획에서는 경전철 4개 노선을 2022년 내에 착공하겠다는 내용, 광진구의 상업지역 비율을 높여주는 방안, 서울시 산하 기관의 강북 이전 추진 등이 특히 눈길을 끈다. 서울시는 ‘강남·북 균형 발전 계획’의 실현을 위해 ‘균형발전특별회계’로 1조원을 책정할 예정이라 한다. 

 강남과 강북 간의 격차는 해소해야할 문제임에 틀림 없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선후와 완급과 경중이 있는 법이다. 강북에 인프라를 대거 확충하는 식의 개발은 부동산 시장이 안정을 찾은 후에, 그리고 보유세와 각종 개발이익환수 장치 등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할 제도들이 어느 정도 현실화 된 이후에 추진하는 것이 지극히 옳다. 지금처럼 투기심리가 기승을 부리고 서울시의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국면에, 더구나 박 시장도 정부의 보유세 정책이 1% 부동산 부자들을 위한 것이라고 맹렬히 질타할만큼 보유세가 미흡한 마당에, 서울시의 수장이 대규모 강북투자를 천명하면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다. 박 시장의 강북 개발 계획이 발표되자마자 강북 주변부의 매물이 자취를 감추고 갭투자 문의가 빗발친다는 소식이 들린다. 박 시장이 부동산 시장이 이렇게 반응할지 몰랐다면 어리석은 것이고, 알고도 대권 도전 등 다른 목적을 위해 강북개발을 천명한 것이라면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미 박원순 시장은 여의도 통합개발과 용산 개발 마스터플랜 추진 발언을 통해 재벌들과 지주들에겐 꿈과 희망을, 땅과 집이 없는 사람들에겐 충격과 공포를 안겨준 바 있다. 박원순 시장은 오해라고 변명하는 모양이지만, 이번 강북 개발 천명으로 인해 박원순 시장이 토건에 올인하는 시장이라는 오명을 벗기는 쉽지 않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 Didier Marti via Getty Images

 

병주고 약주는 박원순 시장

물론 박원순 시장이 정확히 인식하는 것도 있고, 잘 하는 것도 많다. 보유세가 부동산 정책의 핵심이고 올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높이 평가할 만 하고, 도시재생사업이나 환경정비사업 등을 대기업에 의존하지 않고 협동조합형, 사회적 기업형 마을기업이 수행하게 해서 서울시가 투입하는 예산 중 일부를 마을에 남기도록 하겠다는 구상은 우뚝하다. 또한 3선 임기 내에 공공임대주택을 추가로 24만호 공급하겠다는 계획도 박수받아 마땅하다. 비유하자면 지금 박 시장은 병을 주고 약도 주고 있는 셈인데, 문제는 부동산 시장이 박 시장의 약 보다는 병에 압도적으로 반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시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강남 가로수길, 용산 경리단길, 성동 수제화특구, 마포 연트럴파크에 서촌까지... 서울의 숨어있는 명소들이 살아나고 있다. 노원구는 경의선 철로가 선형 공원으로 바뀌며 주민들 삶의 질이 확 바뀌었다. 중랑천 수변공원도 중앙정부 투자심사가 진행 중인데, 동부간선도로가 지하화된다. 내가 그래서 ‘서울의 어느 곳으로도 이사 다니지 말고 가만히 계시라, 다 좋아진다’고 말하고 다닌다”고 말하고 있다.

박 시장이 열거한 지명들이 박 시장이 보기에는 서울의 명소인지 모르겠지만, 내 눈에는 재벌과 지주들의 금고를 부동산 불로소득으로 채워주는 화수분으로 보인다. 물론 재벌과 지주들의 반대편에는 땅과 집이 없는 사람들의 피눈물과 탄식과 절망이 자리한다. 분명한 건 박 시장이 부동산 가격 폭등과 부동산 불로소득 사유화를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동일시하는 한 뉴타운을 미끼로 서울시에 투기광풍을 불러 온 토건의 화신 이명박과 다른 점이 무언지를 찾기란 힘들어 보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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