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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8월 24일 17시 12분 KST

죽은 줄 알고 제사까지 지내온 형으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이 세상에서 살고 있다니,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는데.."

뉴스1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등록날인 23일 오후 강원도 속초 한화리조트에서 2차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들이 방북교육을 받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남북 이산가족 2차 상봉단 326명은 1차 때와 달리 북측의 가족이 보고 싶은 남측의 가족들을 찾아 나서면서 상봉이 성사됐다. 

그런 만큼 24일 북측의 가족을 만나기 위해 금강산을 찾은 남측 이산가족들의 감회도 조금은 남달랐다. 

가족이 죽은 줄 알았던 이들은 생존 소식에 놀라면서도 한편으로 잊지 않고 찾아준 데 대한 고마운 마음이 컸다.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미처 못 했다고 아쉬워하는 이들도 있었다.

강화군에 살았던 한상엽씨(85)는 한국전쟁 때 북한군이 데려간 형이 남측 가족들을 찾는다는 얘기를 듣고 ”북측에서 신청이 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감격스러워했다. 

한씨는 형의 생존 소식을 듣기 불과 3일 전에 제사까지 지냈다.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열린다는 얘기를 듣고 형이 떠올라 ‘제사라도 한번 지내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는 ”생각지도 못한 형의 생존 소식에 너무 기쁘고 거기다 만날 수도 있게 됐다고 하니 정말 즐겁다”고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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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차를 하루 앞둔 23일 오후 강원도 속초시 한화리조트에서 남측 최고령자 강정옥(100)할머니와 가족들이 등록을 하고 있다.  

김유관씨(81)는 형 유성씨(82)가 북에서 가족을 찾는다는 소식을 듣고 얼떨떨했다. 전쟁통에 고향 경기도 일동면이 폭격을 맞아 형과 부모님이 모두 세상을 떠났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실감이 안 난다. 죽은 줄 알고 여태껏 계속 제사를 지내왔다”며 만나면 ”부모님이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어떻게 살았는지 물어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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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솔릭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리는 24일 강원도 속초 한화리조트에서 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상봉 대상자들이 상봉장으로 가기위해 버스로 향하고 있다.  

이날 70여년 만에 언니를 다시 만나는 이인숙씨(82)도 처음엔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싶었다”며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전쟁 발발 당시 서울 종로 삼청동에 살던 이씨의 언니 리현순씨(86)는 출근을 했다가 다시는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가족들은 인민군이 현순씨를 납치했다고 생각했다. 

이씨는 ”언니가 인물도 좋고 체격이 좋으니 끌고 간 거 같다”며 ”내가 소학교 다닐 때였는데 울면서 쫓아갔지만 인민군이 총을 내밀면서 ‘가라우’라고 해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고 옛일을 떠올렸다. 

권정숙씨(77)는 집으로 찾아온 경찰관으로부터 전쟁통에 소식이 끊긴 언니가 북에서 살아있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함께 기쁨의 눈물을 쏟아냈다고 한다. 

권씨는 ”(언니를) 기억 속에만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며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건 꿈에도 생각을 못 해 이산가족 신청을 할 생각도 안 했다”고 놀라워했다. 

그러면서 언니를 만나면 ”살아있어서 너무 좋고 고맙다. 이렇게 살아서 우리를 찾아줘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