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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에 인스타그램 필터를 얹는 것은 엄마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들의 메시지는 획일적이다.

ⓒEmma Kim via Getty Images

내가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들의 매력에 굴복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들은 전부 비키니 차림으로 셀프케어에 대해 올리는 20대들 아닌가? 하지만 화려한 레시피에 끌려 나는 인스타그램 엄마 인플루언서들의 웜홀에 빠져버렸다. 나는 어린 아들을 둘 둔 엄마고, 그게 내가 속하는 인구통계학적 집단이다.

나는 이제 인스타맘들을 먼 발치에서도 알아볼 수 있다. 매력적이고, 날씬하고, 인스타 필터를 최대로 올리고, 귀여운 꼬마를 한둘 데리고 있다. 비밀 클럽하우스의 깃발처럼 물결치는 그들만의 시그니쳐 헤어스타일이 있다. 쉽게 똥머리(젊음과 장난기의 상징!)로 묶을 수 있는 긴 머리. 그들은 엄마라는 사실에 대한 기분좋은 뻔한 이야기들을 늘어놓는다. 자신의 삶, 식사, 가정, 자신을 사랑하는 남편의 목가적인 사진들을 올린다.

인스타맘들은 자기 자신과 가족들에 대한 내용도 조금씩 올린다. 그들이 휴가를 가고, 체중을 줄이고, 식품 저장 창고를 정리하는 모습을 당신도 구경할 수 있다. 심지어 아이들이 아프다는 포스팅을 할 때도 있지만, 지옥 같은 공항 보안 검색줄, 못생긴 디즈니 장난감이 굴러다니는 아이의 진짜 침실, 아파서 콧물 범벅이 된 진짜 아이를 볼 일은 없을 테니 걱정말라.

프로 사진가의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찍은 사진들도 있다. 같은 곳에서 같은 옷을 입고 찍은 사진이 다른 날 올라온 걸 발견하게 될 때도 있는데, 그걸 보면 프로가 촬영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점인데, 인스타맘의 피드는 철저한 큐레이션을 거친다. 실시간으로 올리는 것도, #reallife 도 아니다. 잠 못 드는 밤, 흘린 자국, 베인 상처, 멍, 구토, 눈물 등 진짜 육아의 흔적을 깨끗이 닦아낸, 순화된 생활의 한 조각이다.

나는 모든 걸 너무나 쉬워보이게 만드는 인스타맘들을 존경했다(#goals!). 나는 독성 물질을 뿜어내지 않는 크림색 소파를 꿈꿨다. 인스타맘들의 코어 강화 운동법을 받아적었고, 전화기를 들여다보며 “보다 순간에 충실할 필요가 있어.”라고 혼자 생각했다.

그러나 불편한 느낌이 스물스물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내가 육아를 제대로 하고 있지 않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나는 매일 그래놀라를 만들지도, 아이들에게 컬리플라워와 치아 시드 로스트를 매일 먹이지도, 미용실에서 근사하게 꾸민 것 같은 모습도 아니었다. 나는 거의 매일 시간에 쫓기고, 신발을 신으라고 아이들에게 63번 소리지르고, 간식을 깜빡했다. 아이들은 서로 싸우고, 둘 중 하나는 피를 흘리고 있고, TV를 보게 해달라고 둘 다 징징거린다.

진짜 엄마의 생활(#Realmomlife)에서는 계획대로 되는 일이 거의 없고 누군가는(보통 나) 녹초가 되어버린다. 나는 아이들을 사랑하며, 직장, 끼니, 아이들의 활동, 매일의 재난을 감당하며 빚을 지지 않으려 애쓴다. 엉망진창인 내 삶과 필터를 거친 인스타그램 이미지를 비교해 보면 내가 무능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을 어찌할 수가 없다.

보다 현실적인 컨텐츠를 검색해봤지만, #realmomlife 나 #honestmotherhood (엄마의 솔직한 삶)으로 검색해봐도, 걸러지는 내용이 적을 것 같은 해시태그로 찾아봐도 무서울 정도로 똑같은 사진들이 나온다(정말이다, 검색해보라). 달려있는 글은 ‘힘든 아침’, ‘잠 못 드는 밤’, ‘늘 쉽지만은 않다’ 등으로 다를지 몰라도, 사진에는 더러운 빨랫감 하나 보이지 않는 배경 앞의 빛나는 여신 같은 여성이 등장한다.

이게 그들의 공식인 것 같다. 빈틈을 보이지 않는다면 불평은 해도 된다. 정말로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면, 이 사진들은 손쉬움과 화려함의 대서사시이다. 어머니의 삶이 힘들다고 여기는 여성이 있다니 슬플 뿐이다!

ⓒshapecharge via Getty Images

소셜미디어가 감정적 행복에 해를 줄 수 있다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자신의 삶이 다른(‘더 나은’) 엄마들의 삶만큼 행복하고 시크하지 않다는 걸 보는/느끼는 게 누구에게도 좋을리 없다. 인스타그램의 인과관계에 대한 연구는 아직 충분하지 않지만, 텔 아비브 대학교의 연구에 의하면 페이스북 유저들은 페이스북을 쓰지 않는 사람들에 비해 덜 행복하다고 한다. 자신을 타인들과 비교하고, 그로 인해 자신의 삶에 부족함이 있다고 느끼게 되는 게 주된 이유였다.

소셜 미디어의 이런 트렌드에는 보다 음흉한 면도 숨어있다. 수백 명, 아마 수천 명은 될 소규모의 인스타맘들은 각자 1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앰버 필러업 클라크 같은 괴물은 130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다. 대형 브랜드들은 이 엄마들의 시선을 받길 원한다. 많은 인스타맘들의 피드에는 1950년대 미국 주부들을 겨냥한 광고 같은 사진들이 올라온다. 스폰서를 받은 포스팅이다. 유기농 세제, 집으로 배달해 주는 사골 육수, 엽록소 페이스 마스크 등의 광고다. 이들을 다 따라하려면 요가를 하고 아보카도를 요리해 먹고, 저런 물건들도 전부 가져야 한다.

그들의 메시지는 획일적이다. 엄마의 삶은 행복한 잡지 스프레드 속에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귀여운 아기와 탄탄한 몸매 이상을 원해서는 안된다. 마법 같은 이 시간의 매순간을 즐겨라. 그렇지 않다면 당신에게는 뭔가 문제가 있다.

긍정적인 면을 보라는 것 자체는 나쁜 충고가 아니다. 스스로를 돌보는 것도 좋은 일이다. 감사함을 느끼면 행복이 커진다. 물론 모든 일이 잘 풀려갈 때 나도 주체하기 힘든 기쁨을 느끼기도 한다. 나는 인간이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으로 내 아이들을 귀여워 한다. 나는 괴물이 아니다. 하지만 내 삶은 실존하지 않는 모성을 위한 완벽한 광고가 아니다. 내가 해본 그 어떤 일보다도 어려운 것이 어머니의 일이다. 나는 이를 사랑하는 동시에 가끔은 증오하고, 여기에 속박당하는 느낌과 이를 통해 자유를 얻는 느낌을 동시에 받는다. 엉망진창이고 인정사정 없을 때도 있고, 정말 괴상한 순간들도 있다. 이 모든 것들을 다 잘라내고 따스하고 포근한 패션 쇼만 남겨놓는 것은 거짓말 같을 뿐 아니라, 모두에게 해로운 것이 아닐까 한다.

*허프포스트CA 글을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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