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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머릿속에 있는 가상의 세계와 현실 세계가 정면 충돌을 앞두고 있다

"거짓말은 제 2의 천성이다. 그게 그의 본질이다."

ⓒBloomberg via Getty Images

도널드 트럼프의 우주에서 북한은 더 이상 핵 위협국이 아니다. 오피오이드 과용으로 인한 사망은 줄어들고 있다. IS는 ‘날아가 버렸다’. 멕시코와의 국경에 들어설 벽 건설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실제 우주에서는 이중 아무것도 사실이 아니다.

트럼프는 6월에 김정은을 만난 직후 “북한이 제기하는 핵 위협은 더 이상 없다.”고 선언했지만 국제 원자력 기구는 새 보고서에서 북한 핵프로그램이 누그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올해 봄, 트럼프는 오피오이드 과용에 대해 “크게 줄었다”며 “우리는 잘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작 트럼프 정권의 국립 보건원에 따르면 트럼프 취임 첫 해인 2017년에 오피오이드 과용으로 인한 사망자는 2016년보다 16% 증가해 7000건 가까이 더 발생했다.

트럼프는 ISIS를 ‘쓸어냈다’, ‘근절했다’, ‘날렸다’고 주장하지만, 국방부에 의하면 이라크와 시리아에 3만 명 가량의 전투원이 있다. 2014년의 CIA 추정치와 거의 같은 수다.

트럼프가 오래 전부터 약속해왔던 국경 장벽은 공사가 시작되지 않은 정도가 아니다. 트럼프 본인이 3월에 서명한 지출법안은 벽 건설을 분명히 금지하고 있다.

“사람들은 트럼프를 리얼리티 TV 스타라고 부르지만, 그는 현실에 매여있지 않다. 거짓말은 제 2의 천성이다. 그게 그의 본질이다.” 라이스 대학교의 대통령 역사가 더글러스 브링클리의 말이다. 브링클리에 의하면 트럼프의 거짓말은 최근 몇 달 동안 훨씬 더 많아져, 팩트 체크로 따라잡기 버거울 정도라고 한다.

“발 달린 코나 다름없는 사람을 피노키오라고 부를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그는 말한다.

트럼프가 사실과 다른 말을 하고, 때로는 노골적인 거짓말까지 하는 성향이 있다는 건 잘 알려져 있지만, 최근 들어 자신의 대안 현실 속으로 더욱 깊이 빠져들고 있는 것은 그 자신에게 있어 아주 나쁜 타이밍이라 할 수 있다.

트럼프의 전 변호사이자 ‘해결사’인 마이클 코언이 유죄를 인정한 이후 탄핵에 대한 논의가 커져가고 있다. 트럼프의 신뢰성은 그의 대권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도 있다. 2016년 대선 이전, 트럼프와 불륜을 저질렀다고 말한 두 여성의 이야기가 언론에 새나가지 않도록 트럼프의 분명한 지시에 따라 돈을 주었다고 코언은 연방 법원에서 인정했다.

여기서 맡은 역할 때문에 코언은 중죄로 기소되었다. 트럼프는 법원 문건에 ‘개인-1’로 표기된, 기소되지 않은 공모자가 된 셈이다.

이 여성들에게 지급한 입막음 돈에 대한 트럼프의 이야기는 올해 안에만 해도 여러 번 바뀌었다. 4월 5일에 질문 받았을 때는 모르는 일이라고 주장했다가, 최근에는 자신이 코언에게 그 금액을 갚았다는 것은 이게 완벽하게 합법적이라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트럼프에 의해 해고된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은 트럼프와 대화를 나눈 직후에 그 내용을 자세히 기록해 두었다. 이제 트럼프의 신뢰성은 코미의 메모 뿐 아니라 이제 검찰 손에 들어간 문자 메시지, 암호화된 메시지, 코언과의 대화 녹음 테이프와 비교당하게 된다. 그중에는 트럼프와 코언이 플레이보이 모델 캐런 맥두걸에게 어떻게 돈을 줄 것인지 미리 의논하는 대화를 녹음한 것으로 보이는 테이프도 있다.

트럼프의 외부 법률팀을 이끄는 루디 줄리아니는 우려하지 않는다며, 트럼프에게 해고 당한뒤 트럼프와의 비밀 대화를 유출한 코미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우리는 코미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는다. 이 사건에 대해 대통령이 했던 말들은 전부 사실로 밝혀졌다. 그러니 나는 이 사건에 있어 그의 신뢰성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 줄리아니가 스코틀랜드 애버딘에 있는 트럼프의 골프 리조트에서 허프포스트와 가진 전화 인터뷰 중에 한 발언이다.

그러나 백악관에 가까운 한 공화당 고위 고문은 트럼프가 수십 년 동안 부정직한 말을 해온 기록을 볼 때 트럼프의 신뢰성은 분명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따로 떼어놓고 볼 때, 트럼프가 코미와 잘 맞설 수 있는가? 그렇다. 따로 떼어놓고 볼 때, 마이클 코언과 잘 맞설 수 있는가? 그렇다. 따로 떼어놓고 볼 때, 오마로사와 잘 맞설 수 있는가? 그렇다. 하지만 이런 일들 전부를 모아놓고 보면 둔감해진 지지자들조차 흔들리게 된다.” 익명을 조건으로 한 고문의 말이다.

그러나 2016년에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의 대선 캠프에 몸담았던 공화당 컨설턴트 존 위버는 트럼프를 믿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는 말에 큰소리로 웃었다.

“혈육과 그에게서 돈을 받는 사람들 말고도?” 위버의 반문이었다.

최근 설문조사에 의하면 트럼프가 정직하고 믿을 만하다고 생각하는 미국인은 30%에 불과했다. 위버는 이는 정보가 더 나오면 등을 돌리게 될 전통적 공화당 지지층의 약한 지지가 포함된 수치라고 말한다.

“그의 골수 지지층은 미국의 25%다. 25%는 트럼프를 계속 지지할 것이다. 닉슨에게도 25%는 있었다.” 위버의 말이다.

리처드 닉슨은 워터게이트 수사에서 사법 방해를 했다는 증거가 나오자, 탄핵 당하는 대신 1974년 8월에 사임을 선택했다. 트럼프 역시 러시아가 2016년 대선에 개입해 그의 당선을 도왔는지에 대한 수사에서 사법 방해 혐의로 조사 받고 있다.

트럼프는 러시아 수사 때문에 코미를 해고했다고 인정했다. 그리고 러시아 정부로부터 힐러리 클린턴에게 해를 줄 정보를 얻기 위해 트럼프 타워에서 자신의 선본이 만났던 것에 대해 거짓 성명을 작성하게 했다.

위버는 트럼프와 백악관 인사들은 취임 후 불필요한 거짓말을 수천 번 해서 스스로 곤경에 빠졌다고 말한다. 취임식 인파 수부터 거짓말을 해서, 신뢰성이 거의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 1년 반 동안 그들은 무슨 바자회라도 온 것처럼 [신뢰성을] 낭비했다. 무한 ATM이라도 있는 것처럼 쓰고 또 써제꼈다. 이제 [신뢰성이] 필요해진 그들은 ATM으로 갈 것이고, 기계는 그들의 카드를 잘게 썰어버릴 것이다.” 위버의 말이다.

백악관 안팎에서 트럼프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트럼프가 팩트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많은 것을 대단치 않다고 치부하며 트럼프는 주장을 전달하기 위해 과장을 즐긴다고 주장한다. 트럼프는 1987년의 책 ‘거래의 기술’에서 이런 전략을 옹호한 적이 있다.

“어느 정도의 과장법이 해가 되지 않는 이유다. 사람들은 무엇인가가 가장 크고, 가장 좋고, 가장 화려하다고 믿고 싶어한다. 나는 그런 걸 진실된 과장법이라고 부른다. 과장의 무고한 형태다. 홍보에 있어 아주 효과적인 형태이다.” 대필작가 토니 슈워츠가 트럼프를 집중 인터뷰한 뒤 쓴 글이다.

트럼프가 사실이 아닌 이야기를 자주하는 것은 이것으로 어느 정도는 설명될 수 있다. 트럼프는 경기 침체가 끝난 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때부터 시작된 상승 트렌드를 지속해온 강한 경제를 물려받았다. 하지만 트럼프는 경기가 좋음을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 대신 “우리 나라의 역사상 누렸던 중 최고의 경제”라고 말한다. 이것은 거짓이다.

소수집단의 실업률이 최저 수치를 기록했다는 그의 주장 역시 거짓이다. 실업률이 낮다는 것은 사실이나 기록적이지는 않은데, 트럼프는 이를 과장한 것이다.

그러나 그의 과장 성향으로 터무니없는 거짓 주장까지 설명할 수는 없다. 예를 들면 트럼프는 U.S. 스틸의 임원이 전화를 걸어 공장 6개를 새로 연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8개로 늘어났다가, 7개로 다시 줄어든 듯하다.) 주식공개기업인 U.S. 스틸은 그런 계획을 밝힌 바 없다.

“유니콘들이 운영하는 철강 공장을 세지 않은 게 아닐까. 나도 모르겠다. 나는 그 전략을 이해할 수 없다.” 트럼프 선본에 몸담았던 한 인사가 익명을 조건으로 한 농담이다.

왜냐하면 전략이란 게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를 비판하는 사람들, 심지어 일부 지지자들까지도 그렇게 말한다. 트럼프는 자신의 에고에게 힘이 될 만한 이야기라면 진실이든 아니든, 자기 내키는 대로 아무 때나 내뱉을 뿐이다.

위버는 이런 행동은 그 어떤 대통령이 한다 해도 용납될 수 없으며, 진행 중인 형사 수사의 대상이 될 대통령이라면 더더욱 안된다고 말했다. “만약 그가 주식공개기업의 CEO였다면, 혹은 스포츠팀의 소유주였다면, 혹은 당신 가족의 가장이었다면, 당신은 아마 그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킬 것이다.”

앞서 인용한 백악관에 가까운 공화당 고문조차 트럼프가 거짓을 좋아하는 것을 설명하지 못했다.

“그에겐 자신만의 진실이 있다. 그게 뭔지는, 음, 나도 모르겠다. 뇌가 그렇게 되어있는 것 같다. 대통령으로서 자신이 무언가 발언을 하면 영구기록으로 남는다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어쨌든, 그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는 트럼프다.”

*허프포스트us 글을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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