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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이 야심적으로 개장한 레스케이프호텔의 객실은 한산하다

유명 맛집 블로거 출신인 김범수가 총지배인이다.

무모한 실험인가, 혁신을 위한 도전인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레스케이프’ 호텔이 초라한 성적을 내고 있어 그룹 안에서도 뒷말이 나온다. 지난달 17일 부티크 호텔(규모는 작지만 고급스러움을 강조한 호텔)을 표방하며 문을 연지 한달이 지났지만, 객실점유율(OCC)이 심각할 정도로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폭염 때문에 호텔과 바캉스를 합친 ‘호캉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호황을 누렸던 호텔업계에서 홀로 저조한 실적을 보인 터라, 호텔 업계에서는 사실상 시장 안착에 실패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23일 호텔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여름 성수기(7월 말~8월 초) 때 레스케이프 호텔의 객실점유율은 30% 미만인 것으로 보인다. 레스케이프 호텔 운영사인 신세계조선호텔 쪽은 “최근 성수기 때 객실점유율이 30%대”라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로는 더 낮다는 것이 업계 공통된 의견이다.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성수기 때 객실점유율이 30%라는 것은 평일에는 10% 미만이라는 의미”라며 “객실점유율이 30% 미만이면 업계에선 ‘개미 코고는 소리도 들린다’고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더군다나 막 문을 연 호텔이 이 정도면 시장 안착에 실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숙박 예약 서비스인 야놀자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호텔 예약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3.14배 급증했다. 거래액 기준으로도 2.89배 늘었다. 예약비중은 서울이 26.4%로 가장 높았다. 야놀자 관계자는 “도심 호텔에서 휴식을 즐기는 ‘호캉스’가 대세로 자리 잡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런 호황에서 레스케이프 객실은 30%만 찬 것이다.

레스케이프보다 하루 늦게 문을 연 노보텔 앰배서더 동대문과 비교하면 차이가 극명하다. 노보텔 앰배서더 동대문 관계자는 “개장 이후 평일에는 70%선, 주말에는 사실상 만실이었다”며 “더위 덕에 호캉스를 즐기러 온 고객이 많았다”고 말했다. 거의 같은 시기에 문을 연 두개의 호텔이지만, 한 쪽은 웃고 한 쪽은 울고 있는 셈이다.

호텔 업계는 ‘실패’의 원인을 전반적인 마케팅 전략의 부재로 보고 있다. 우선 서울 남대문시장 옆이라는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작은 호텔의 객실 단가가 너무 높다는 점이 거론된다. 가장 작은 27.2㎡(8.3평) ‘미니 객실’의 하루 숙박료가 36만8천원(이하 부가세 별도)에 달한다. 전체 객실수 204개 가운데 64개를 차지하는 주력 객실인 ‘아뜰리에 룸’은 48만원이다. 같은 등급의 웨스틴조선서울의 비지니스 디럭스룸(44만원)보다도 비싸다.

레스케이프는 입지와 규모의 불리함을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등으로 돌파하겠다는 전략이었는데,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은 셈이다. 한 호텔 업계 관계자는 “가격을 너무 높게 잡았다. 그 가격이면 다른 선택지가 너무 많다”며 “정 부회장의 소비자로서의 안목은 인정하지만, 호텔 경영은 다른 차원”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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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케이프는 개장을 앞두고 유명 맛집 블로거 출신인 김범수씨를 총지배인(상무)으로 발령내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룹 안에서도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신세계그룹 내부 관계자는 “(레스케이프가) 잘 안되는 게 맞다. 미래를 보고 하는 사업이라 지켜보고 있다”고 털어놨다.

경영실적이 안좋자, 최근 신세계조선호텔은 웨스틴조선호텔 출신의 호텔전문 경영인을 레스케이프 부지배인으로 발령냈다. 정 부회장은 레스케이프와 비슷한 콘셉트의 호텔을 5년 안에 5개를 더 만들겠다는 계획인데, 첫 ‘작품’의 실적이 저조하자 응급 조치를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전반적인 유통업계의 불황 상황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을 나쁘게만 볼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경쟁 유통업계 관계자는 “단기간에 실적이 나오지 않을 수 있으나, 아무 것도 안하고 있는 것보다는 무언가라도 해야 혁신을 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선 긍정적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레스케이프 관계자는 “식음료(F&B) 객장은 거의 만석일 정도로 잘 되고 있다. 이들을 객실로 유인할 방법을 찾고 있다.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세계 그룹 관계자도 “외국계 체인이 아닌 신세계 첫 독자 브랜드 호텔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둬야한다”며 “객실 가격을 낮추는 것보다 제대로 된 브랜드 가치를 찾아 나가는 게 우선이다. 현재 객실 점유율도 점점 상승하고 있다”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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