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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를 사로잡은 '뭘 또 덮으려고' 정신에 대해 알아보자

지긋지긋한 열애설

  • 박세회
  • 입력 2018.08.23 17:02
  • 수정 2018.08.24 19:00

이제 드라마 작가들은 웬만한 거로 음모론을 펼쳤다가는 큰코다친다. ‘뭘 또 덮으려고’라는 회의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민감한 게 바로 연예인 열애설이나 스캔들이다. 지난 8월 13일 다이아의 멤버 주은과 비투비의 멤버 육성재의 열애설이 터졌을 때는 뭘 덮으려고 이러느냐는 글들이 잔뜩 올라왔다. 당연한 얘기 아닌가? 안희정 성폭행 사건의 1심 결과며 국민연금 개편 등등 덮어버릴 빅뉴스가 잔뜩 쌓여있던 시기가 아닌가? 

ⓒtwitter/captured

대표적으로 ‘덮으려고 정신’에 딱 걸린 사건이 전현무와 한혜진의 열애다. 전현무와 한혜진이 기사가 터졌을 때 사람들은 단박에 눈치를 챘다. 아, 이거 뭔가 덮으려고 하는구나. 사람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결심공판일이라는 걸 모를 리가 없다.

ⓒtwitter/captured

조영남 사건도 그거 다 뭔가 구린 거 덮으려고 조영남 잡은 게 분명하다. 뭐가 구린 건진 알 수 없지만. 그건 이 사건에 덮여서 우리가 모를 뿐이다. 이거 8월 17일인데 딱 보니까 김경수 도지사 영장심사 결과도 나오고, 고용 지표가 생각보다 안 좋게 나와서 청와대에서 긴급회의도 열렸던 날이니까 이걸 다 조영남으로 덮으려고 했던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이게 전부 2016년 5월에 대작 사기 폭로 터질 때부터 준비했던 게 확실하다.

ⓒtwitter/captured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됐을 때 모 매체에서 저녁 회식이 줄어 ‘국산맥주’ 매출이 급감했다는 이상한 논리를 펼쳤지만, 소셜미디어 사용자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이건 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을 덮기위한 수작이라는 걸 말이다. 

ⓒtwitter/captured

구글에 검색해보면 이 ‘덮으려고’ 사상이 퍼진지는 꽤 오래 되었다. 이미 2013년 선각자 중 하나인 이외수 작가는 원빈과 이나영 씨의 열애설이 터진 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요즘은 연예인 스캔들이 터지기만 하면 또 뭔가 덮을 게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고위층의 비리가 불거질 때마다 연예인의 스캔들이 동시 상영되는 바람에 너무 뻔한 수법이다 싶어 이제는 도무지 신뢰감이 안 가는 것”이라고 심경을 밝힌 바 있다. 이 작가는 믿지 않았지만, 둘은 얼마 후 결혼했다. 

당시 노컷뉴스는 이 작가의 발언을 인용해 소개하며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의 정확한 진실이 규명되고 있지 않은 가운데 굵직한 연예계 스캔들이 연속해 터지면서 의문을 가지게 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 ‘덮으려고 정신’을 우스개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최근 사법 농단 조사에서 드러난 법원행정처의 문건을 보면 법원이 한 판사의 뇌물 수수 사건을 덮기 위해 주요 사건의 선고일을 바꾼 바 있기 때문이다. 

청렴결백하며 공정해야 할 판사가 뇌물을 수수했다는 사실은 재판부 신뢰에 큰 타격을 입힐 게 뻔했다. 그리고 최민호 판사가 범행을 시인한 날, 법원행정처는 ‘최 판사 관련 대응 방안’이라는 문건을 만들었다.

이 문건은 최 판사의 뇌물 수수를 ”메가톤급 후폭풍”이 예상되는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법원행정처는 이 후폭풍을 막기 위해 ”이석기 사건 선고를 1월 22일로 추진”하는 안을 제시했다. ”언론 및 사회 일반의 관심 전환을 유도할 수 있다”는게 그 이유였다. -8월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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