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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새로운 유행병 ‘외로움’의 치유법을 찾아나섰다

고독사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에서 늘고 있다.

ⓒMARC PROSSER

우라키 히야스는 우리 앞의 테이블 위에 놓인 희고 보송보송한 물개를 가리킨다. “노래를 불러줘 보라.” 내가 그녀의 말대로 노래를 부르자, 물개는 고개를 들고 내게 눈을 깜박이며 작게 옹알거린다. 우라키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우라키와 같은 거주자들에게 치료와 사회적 상호 관계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도쿄의 실버 윙 노인 시설에서 보유한 로봇 물개 파로다. 우라키는 정확한 나이를 밝히려 하지 않는다. 80대라고만 말한다. “그 말을 자주 하지만, 사실은 99세다.” 관리인 세키기치 유카리가 끼어들고 우리는 다 함께 웃는다.

이곳 사람들은 물개와 날씨 등 일상에 대한 대화를 종종 나눈다. 우리 앞 테이블 위엔 물개가 네 마리 있었다. “주민들 사이의 대화를 시작하게 해주는 역할도 한다.” 세키기치의 설명이다.

동료가 되어주도록 설계된 파로 같은 로봇은 일본에서 점점 심해지는 외로움에 맞서기 위해 등장하고 있는 다양한 신기술의 일부다. 

ⓒKim Kyung Hoon / Reuters

1억 2700만 명이 사는 일본에서 외로움은 중대한 이슈다.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된 인구 구성을 지닌 국가다. 일본의 외로움에 초점을 맞춘 통계는 드물지만, 일본의 65세 이상 인구 중 624만 명, 성인 중 총 1840만 명이 혼자 사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30년 전에 비해 두 배 늘어난 수치다. 2040년에는 일본 주민의 40%가 혼자 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코도쿠시, 즉 고독사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에서 늘고 있다. 매년 3만 건의 고독사가 발생한다는 추정치가 있으나, 고독사 발견시 아파트 청소를 맡는 기업들은 그보다 두세 배는 많을 것이라고들 한다.

외로움이 사회적 현상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우울증, 치매, 심장병 등이 이와 관련이 있어 공공 건강 관련 우려도 일고 있다. 한편 기업들은 테크놀로지를 활용할 기회를 포착했다. 파로와 같은 로봇을 프로그램하여 외로움을 부를 수 있는 사회적 간극을 메우는 것이다.

 

외로움이라는 재앙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일본의 노인들’이라는 책에서 심리학자 오카모토 준코는 일본을 ‘외로움의 초강대국’이라고 칭했다. 오카모토는 파이낸셜 타임스에 “사회는 외로움에 충분히 대처하지 않고 있으며, 사람들은 자신이 얼마나 불행한지 인정하길 원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수십 년간 경제 성장에 치중해왔던 일본의 현대 생활에 따른 대가일지도 모른다. 전통적 사회 구조가 해체된 것이다. “외로움과 고독사의 증가는 전통적 가족 구조의 해체와도 일부 관련이 있다.” 도쿄 대학교 생사 연구 센터의 이치노세 마사키 교수의 말이다.

서구적 핵가족이 특히 노인층에게 사회적 안전망 구실을 해주던 전통적 다세대 가족을 대체했다는 것이 이치노세의 설명이다.

살인적인 근로 시간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이 많아 과로사 현상이 늘어간다. 그보다는 좀 덜한 경우라 해도, 사람을 녹초로 만드는 업무 일정 때문에 짝을 찾고 자녀를 가질 시간이 부족하다.

ⓒYuya Shino / Reuters

 

종신직을 구할 수 없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으며, 이들의 상황 역시 더 나쁘면 나빴지 나을 것이 없다. 경기침체가 길어짐에 따라 실업률은 낮지만 안정적이고 보수가 좋은 일자리는 찾기가 힘들다. 생계를 위해 여러 일자리를 갖는 사람들이 많으며, 이들에겐 사람들과 어울릴 시간이 거의 없다.

일본에서는 이러한 부담 때문에 아예 사회에서 발을 빼는 사람들도 생겼다. 큐슈 대학교 신경정신과 교수 카토 타카히로는 고독과 히키고모리를 연구한다. 1년 혹은 그 이상 고독 속에 살아가는 경향의 사람을 히키고모리라고 칭한다. 카토는 데이터가 드물지만, 일본 정부의 연구에 의하면 16세에서 39세 사이의 히키고모리가 50만 명으로 추정된다고 밝힌다. “2000년 이전의 초기 연구에서는 대부분 젊은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중년과 노년층에서 히키고모리가 뚜렷이 늘어났다.”

 

테크놀로지를 통한 해결책

늘어나는 외로움에 대해 일본이 내놓은 해결책 중 하나는 테크놀로지다. 테크놀로지는 점점 실제 생물을 닮아가고 있다.

예를 들어 소니는 로봇 강아지 아이보를 2006년에 단종시켰다가 다시 내놓았다. 아이보와 주인 사이에는 감정적 유대 관계가 생기기도 해, 일부 주인들은 아이보가 작동을 멈추면 장례식을 치르기도 한다.

거대 테크 기업 소프트뱅크 로보틱스는 인간의 벗이 되어주도록 설계된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를 생산한다. 자녀나 손주 대신으로 페퍼를 가족에 받아들인 소비자들도 있다. 실버 윙 노인 시설에서 페퍼는 정오 운동 시간을 담당한다.

ⓒELEANOR CHURCH

 

텔레노이드 R1은 로봇이 인간의 벗이 되어주는 가장 좋은 예 중 하나일 것이다. 다른 로봇들처럼 미니멀리스틱한 디자인을 하고 있어, 사용자들이 인간의 얼굴을 떠올리기 쉽게 되어있다. 예를 들어 텔레노이드 R1과 이야기하며 가족의 얼굴을 본다고 상상하는 식이다.

인간과 관계를 맺지 않는 젊은 소비자들, 특히 남성들에게 벗을 제공하기 위한 업계가 새로 생겨났을 정도다. (2013년 연구에 따르면 20~30대 일본 남성 중 30%는 한 번도 데이트를 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게이트박스는 아니메의 영향을 받은 VR 동반자를 개발했다. 긴 노동 시간 등의 이유로 인해 가상 파트너를 더 선호하는 젊은 남성들을 겨냥한 상품이다.

일본의 스타트업 쿠거(Couger)는 AI를 장착한 가상 조수를 개발 중이다. 여러 디바이스를 매끄럽게 옮겨 다니며 사용자를 따라다닐 수 있다. 창업자 이시이 아츠시는 사람들이 개인적 수준에서 공감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려 한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외로움을 덜 느끼게 될 수도 있다.

“로봇이나 가상 조수 등 AI 탑재 테크놀로지와 인간은 친구와 같은 관계를 맺어야 한다. 신뢰에 기반한 관계, 사람보다는 테크놀로지 솔루션에 더 쉽게 마음을 열고 사교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사이가 되어야 한다.” 이시이의 말이다.

 

공감의 아웃소싱

일본 국립 선진 공업 기술 연구소의 타카노리 시바타 교수는 이 테크놀로지가 효과가 있는 듯하다고 말한다. “파로와의 상호 작용이 외로움을 상당히 줄여준다는 연구들이 있었다.”

극도의 외로움으로 고통받는 여러 사람들을 치료하는 임상 심리학자 푸이한 조이스 차오는 테크놀로지가 해결책의 일부를 제공할 수 있다는데 동의하나, 인간적 요소가 포함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외로움과의 싸움은 “개인적 수준에서 시작하며, 아마 연결과 교류의 양보다는 질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 아마 이것이 중심이 되어야 할 것이다. 어린이들, 젊은 세대들에게 주위 사람들과의 순간을 경험하고 그에 몰두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인간에게 필요한 돌봄, 접촉, 공감을 기계에게 아웃소싱한다는 것에 우려를 표하는 사람들도 있다. “인간에겐 인간적 교류가 필요하다. 우리는 그렇게 진화해왔다. 우정 앱과 같은 테크놀로지 해결책은 오프라인 연결에 곁들여 사용되길 원한다.” 영국의 네트워크인 고독 종식 캠페인(Campaign to End Loneliness)의 로라 앨콕-퍼거슨의 말이다.

고독의 증가는 일본만의 현상이 아니다. 영국에서는 일주일 중 최소 5일은 아무도 만나지 않고 누구와도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고 답한 고령자가 50만 명에 달했다. 영국은 세계 최초로 고독부 장관을 두었다. 미국의 경우 2018년 5월 연구에 의하면 미국인의 절반 가까이가 가끔 혹은 언제나 외로움을 느끼며 특히 젊은이들이 심하다고 한다. 

실버 윙의 관리인 세키기치는 이곳 주민들에겐 자택 요양이 더 좋겠으나, “현실적으로 많은 고령자들이 혼자 살고 있고, 자기만의 힘으로 생활을 꾸려가기 힘들어 한다.”고 말한다. 세키기치는 로봇이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외래 환자의 친척들은 환자들이 자택에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는데 비해 로봇들과 많은 교류를 하는 것을 보고 놀란다. 그러나 세키기치 역시 인간과의 접촉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로봇과 테크놀로지가 활용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나, 다른 면까지 온전히 돌보려면 인간이 필요하다.”

*허프포스트US 글을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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