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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성추문 입막음 돈'을 해명했다. 이건 자백이나 다름없다.

트럼프는 뭔가 잘못 알고있다.

  • 허완
  • 입력 2018.08.23 10:50
  • 수정 2018.08.23 11:48
ⓒKevin Lamarque / Reuters

22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과거 자신과 불륜설에 휩싸인 여성 두 명에게 2016년 대선 과정에서 돈을 지급했다고 시인했다.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는 범죄를 저질렀음을 인정한 셈이다.

트럼프의 ‘집사’이자 개인 변호인으로 일했던 마이클 코언은 전날 자신이 당시 트럼프의 지시에 따라 선거자금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를 인정했다.

다시 말하면, 트럼프와 과거 불륜 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한 전직 포르노배우 스토미 대니얼스(본명 스테파니 클리포드)와 플레이보이 모델 출신 캐런 맥두걸에게 ‘입막음 돈‘을 건네 이들의 주장이 대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는 얘기다. 

22일 폭스뉴스 에인슬리 이어하트와의 인터뷰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이 돈을 지급하는 과정에 개입한 사실을 시인했다. ‘그 돈은 내 돈이었다’고 밝힌 것. 

이어하트 : 돈 지급에 대해 알고 계셨습니까?

트럼프 : 나중에는 알았습니다. 나중에. 그렇지만 에인슬리, 이걸 아셔야 하는데... 그(코언)가 한 일은... 그것들은 선거캠프 재정에서 나간 게 아닙니다. 이건 중요합니다. 훨씬 중요한 거예요. 이것들(돈)이 캠프에서 나왔나? 나한테 나온 겁니다. 저는 트윗도 했습니다. 알고 계신지 모르겠지만 제가 그 돈 지급에 대해 트윗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 돈들은 선거캠프에서 나온 게 아닙니다. 제가 이에 대해 처음 들었을 때 제일 처음 했던 질문은, 선거캠프에서 돈이 나간 것인가 하는 것이었지요. 그렇게 되면 약간 곤란해질 수 있기 때문이죠. 선거캠프에서 나간 게 아니고요, 그게 중요합니다. 이건 선거법 위반도 아니예요.

 

트럼프는 자신이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걸 거의 시인했다. 그는 선거캠프 계좌에서 돈을 빼내지 않았다 하더라도 선거자금법 위반일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입막음 돈이 대선 자금에서 나가지 않았으므로 모든 건 적법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뭔가 잘못 알고 있다. 트럼프가 대니얼스 및 맥두걸에게 자신의 개인 자금을 선거 캠프를 통해 지급했다면 법적인 문제는 없을 수 있다. (물론 두 여성에게 돈을 지급한 사실을 공개했다면, 불륜설을 잠재우려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을 것이다.)

 선거캠프가 거액의 자금 지출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코언은 자신의 돈으로 대니얼스에게 13만달러를 지급하고 (트럼프의 오랜 친구 데이비드 페커가 회장으로 있는) ‘아메리칸 미디어’로부터 15만달러(맥두걸에게 지급된 입막음 돈)를 비롯한 불법 기업 후원을 주선했다는 혐의를 인정했다. 

ⓒLeah Millis / Reuters

 

코언의 양형거래(플리 바기닝) 합의에 따르면, 이런 거래내역은 ‘현물 기부’에 해당하는데 이는 개인의 후원금 지급 한도를 2700달러로 묶어둔 법을 위반한 것이다. 기업(아메리칸 미디어)에서 온 돈은 선거캠프로 직접 전달된 기부금은 아닐 수 있다. 트럼프 선거캠프는 이런 두 개의 불법 기부금들을 공개하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선거캠프가 합법적으로 모금한 선거자금으로 대니얼스에게 13만달러를 지급하고 이를 공개했더라면, 정치적으로는 어땠을지 몰라도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코언의 합의에 따르면 또다른 문제는 이 두 건의 자금 지급이 트럼프의 선거운동을 도왔다는 점이다. 코언은 트럼프그룹(Trump Organization)이 변제해줄 것이라고 믿고 대니얼스에게 자신의 개인 돈을 지급했다고 시인했다. (트럼프의 변호인 루디 줄리아니의 예기치 못한 ‘폭탄 발언’에 따르면, 실제로 그렇게 됐다.)

여기에서 중요한 건 돈을 지급하게 된 동기다. 트럼프가 꺼낼 수 있는 최상의 법적 논리는 아마도 대선 선거운동과는 관련 없이 자신의 명예 또는 아내 멜라니아 트럼프를 지키기 위해 돈을 지급했다는 게 될 것이다. 존 에드워즈 상원의원이 비슷한 일을 겪었을 때 그가 편 논리도 이와 같았다.

그러나 그렇게 하는 대신, 트럼프는 두 여성에게 지급된 돈이 자신(더 정확하게는 트럼프그룹)의 돈이라는 사실을 인정함으로써 이에 대한 법적 정당성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Chip Somodevilla via Getty Images

 

또 트럼프는 이 인터뷰에서 자신이 돈 지급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는 거짓말을 했다.

지난달 CNN이 공개한 2016년 9월 녹음파일에 따르면, 그는 맥두걸을 침묵하도록 하기 위한 계획을 코언과 논의했다. 애초 계획은 (아메리칸 미디어가 소유한 매체) 내셔널 인콰이어러가 맥두걸의 증언을 독점으로 확보하도록 하는 권리를 구입한 후 이를 출간하지 않는 것이었다. 녹음파일에는 돈을 어떻게 지급할 것인지에 대해 트럼프와 코언이 논의를 하는 내용이 등장한다.

그보다 앞선 지난 4월, 트럼프는 대니얼스에게 지급된 돈에 대해 모른다고 주장했다. 이제 그 발언 역시 거짓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코언의 양형거래 합의서에 맥두걸과 대니얼스는 ‘여성1’과 ‘여성2’로만 언급됐다. 다만 돈이 지급된 시기 등이 두 여성의 것과 일치한다.

사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전에 했던 해명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샌더스 대변인은 대통령이 거짓말을 했다는 건 ”터무니 없는 비난”이라며 추가 질문은 트럼프의 변호를 맡고 있는 루디 줄리아니에게 하라고 말했다.

두 여성에게 지급된 돈은 트럼프 선거캠프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기여했다. ”마이클 코언이 주선하고 실행한 자금 지급의 결과 여성1과 여성2는 선거 전에 (불륜 관계에 대해) 언론에 말하지 않았다.” 코언의 양형거래 합의서에 나오는 내용이다.

 

* 이 글은 허프포스트US의 Donald Trump Basically Admitted To A Federal Crime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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