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18년 08월 22일 19시 21분 KST

미국의 마지막 나치친위대원, 독일로 추방

미국에서 확인된 마지막 나치 생존자다.

Handout . / Reuters

미국에서 확인된 마지막 나치 생존자가 독일로 추방됐다.

2차대전 때 독일이 점령한 폴란드에서 나치친위대(SS) 대원으로 활동한 뒤 신분을 위장해 미국 시민으로 살던 야키프 팔리(95)가 21일 독일로 추방됐다고 미국 주요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그는 미국에서 추방명령을 받은 9명의 나치 협력자 중 마지막 생존자였다. 나머지 8명은 추방을 위한 10년에 걸친 법적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모두 숨졌다. 그의 추방은 미국에서 이뤄진 68번째 나치 연루자 제거이다.

팔리는 지금은 우크라이나 땅이 된 폴란드 영토에서 태어나 독일 점령 기간 때인 18살에 나치친위대원으로 훈련 받은 뒤 현재 폴란드 동부에 속한 트라브니키 수용소의 간수로 일했다. 트라브니키 수용소에 갇힌 이들은 죽을 때까지 강제노동을 했다. 이곳에선 1943년 11월3일 6000여명의 유대인 수용자들에 대한 집단 총살도 이뤄졌다.

백악관은 이날 성명에서 이곳은 “홀로코스트 사상 최대의 단일 집단처형이 벌어진 곳이다. 팔리는 무장 간수로 일했다. 그가 유대인 수용자들의 탈주를 막아 트라브니키 유대인 희생자들이 나치의 손에 끔찍한 운명을 겪는데 불가결한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팔리는 전쟁이 끝난 뒤인 1949년 미국으로 이주해, 1957년에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고 뉴욕 퀸스에서 살아왔다. 그는 자신이 전쟁 때 농장과 공장에서 일했다고 거짓말을 해 미국 시민권을 얻었다. 하지만, 2001년 미 법무부에 자신의 나치 경력을 실토했고, 2003년 시민권이 박탈됐다. 미국 법원은 2004년 그의 추방을 결정했으나, 독일 등 유럽에선 그의 수용을 거부했다.

독일은 그가 독일 시민이 아니었고, 독일 영토에서 범죄에도 연루된 적이 없어 수용 책임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 두 나라 사이의 줄다리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력한 개입으로 끝났다. 퀸스 주민이던 트럼프 대통령은 팔리 사건을 알고 있었고, 2017년 1월 취임한 뒤 주독일 미국대사 등 관련자에게 그의 추방을 관철하라고 강력히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리처드 그리넬 주독일 미국대사가 독일 당국과 접촉할 때마다 이 애길 꺼내자 독일 정부는 법적 의무는 없지만 도덕적 의무는 있다고 인정해 그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팔리가 독일에서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을진 불투명하다. 팔리가 근무했던 트라브니키 수용소에서 그가 구체적으로 어떤 잔혹 행위를 했는지 입증할 증거가 불충분하기 때문이다. 2015년 팔리를 예비 조사했던 옌스 로멜 독일 검사는 그의 나치 경력은 독일에선 공소시효가 지났고, “강제수용소에서 간수로 일했다는 것만으로 살인 조력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 내 나치 연루자 색출을 전담해온 법무부 인권특수공소부의 일라이 로젠바움 국장은 “팔리 추방은 문명화된 세계가 결코 (나치 부역자) 색출을 중단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향후 인권범죄자들에 대한 경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