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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이란 이름의 가면

"Qui bono (누가 이익을 보는가)"

ⓒhuffpost

 

시리아, 미얀마, 예멘…. 지구는 몇 년째 난민 문제로 인도주의적 위기에 빠져 있다. 유럽에서는 대중의 불안을 이용하는 극우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이 세를 넓혀간다. 미국에서는 트럼프가 비슷한 수작을 부리고 있다. 외국인들이 몰려들어 자국민들에게 피해를 준다고 그들은 외쳐댄다. 국수주의와 인종차별, 무지와 공포에서 비롯된 증오는 애국이라는 가면을 쓰는 법이다. 현명할 것 같은 이들까지도 그런 선동에 의외로 쉽게 넘어가는 것을 우리는 무수히 봐왔다.

 

ⓒBestgreenscreen via Getty Images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꽃피워 낸 위대한 음악 블루스는 20세기와 21세기 대중음악의 가장 거대한 뿌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흑인 음악인 블루스를 가져다 세계적으로 부와 명성을 얻은 백인 뮤지션이 미국과 영국에는 잔뜩 있는데, 대표적 인물 중 하나인 에릭 클랩턴은 인종차별주의적 언행으로 악명 높다. 클랩턴은 1976년 공연 중 ”영국은 외국인들, 피부 검은 놈들을 내쫓아야 한다”며 ”영국을 백색으로 지켜라” 하는 극우 정당 구호를 여러 번 외쳤다. 흑인 음악으로 출세한 백인 우월주의자라니, 마치 ‘혐한 발언을 일삼는 일본인 판소리꾼’처럼 상상 속에나 있을 존재 같지만 사실이다. 후에 자신은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라고 부인하면서도 극우 정치인에 대한 지지를 거두지는 않았다.

독일은 인구가 8300만이 넘으며, 2015~17년에 130만명 이상 난민을 받아들였다. 인구가 5000만이 넘는 한국이 제주도의 500명을 그토록 두려워해야 하나? 죽음을 피해 어쩔 수 없이 고국을 떠나 한국에 온 난민들에 대한 공포를 조장하는 이들은 가짜 뉴스를 퍼뜨리고 종교를 구실로 댄다. 거짓말로 불안을 부채질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세상 어떤 종교가 평화를 구하는 이들을 사지로 돌려보내라고 가르쳤던가. 유엔난민기구 대사를 맡아 인도적 활동과 발언을 하는 배우마저 매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섬뜩한 위협을 덜컥 믿어버리기 전에 오래된 물음을 떠올려 볼 일이다. “Qui bono (누가 이익을 보는가)?”

 *이 칼럼은 조선일보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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