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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의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라는 말은 누구에게 하는 말일까?

성급한 비판이라는 지적도 있다

  • 박세회
  • 입력 2018.08.22 16:57
  • 수정 2018.08.22 17:13

지난 20일 JTBC 뉴스룸의 앵커 브리핑의 주제는 ‘경제’였다. 손석희 앵커는 1992년 빌 클린턴이 선대 조지 W 부시의 재선을 막고 대통령에 당선됐던 이야기로 화두를 풀었다.

당시 첫 임기를 마친 아버지 부시의 위세는 당당했다. 재선에 나선 아버지 부시는 ”내가 전쟁에서 총알을 물고 있었던 반면에 클린턴은 영국에서 손톱을 물고 있었다”라며 상대를 공격했다.

빌 클린턴이 베트남전 당시 영국으로 도피성 유학을 떠났던 일을 트집 잡은 것. 말년의 리처드 닉슨 역시 당시의 대선 결과를 두고 ”클린턴은 참패할 것”이라는 예상을 남겼다.

손 앵커는 이런 상황에서 ”판세를 단번에 뒤집게 된 계기는 이젠 너무나 유명해진 바로 이 한마디 때문”이었다며 이 말을 소개했다.

ⓒJTBC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 ”

빌 클린턴의 정치 참모가 만든 선거 슬로건이다. 당시 현직 대통령이던 아버지 부시와 비교하면 한참 인지도가 떨어지던 아칸소 주의 주지사 빌 클린턴은 조지 부시 정부의 경제 정책 실패로 인한 불경기의 장기화를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라는 슬로건으로 집중 공략해 대선 승기를 잡았다.

손 앵커는 ”이 선거 슬로건은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가를 한 번에 꿰뚫었던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손 앵커는 “8년 만에 나타난 최악의 경제지표. 그리고 고용 절벽. 비단 지표뿐만이 불황은 피부로 느끼기에 충분했다”라며 ”개발을 앞세워 돈을 돌게 하는 방법 대신에 소득을 늘려서 돈을 돌게 한다는 정부의 방법론은 지금 뜨거운 논쟁 속에 있다”라고 밝혔다. 

한국경제는 앵커 브리핑 다음날인 21일 “300인 미만인 중소 사업체에서 일하는 취업자 수가 8년 반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는 내용을 전하면서 손 앵커의 브리핑 내용을 인용했다. 한국경제는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이 말은 재임 중 경제 실적이 대통령의 지지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 주는 사례”라고 밝혔다. 

ⓒhankyung/captured

바로 다음날인 22일 국민일보의 한 칼럼에서는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economy, stupid)’라는 말이 실감나는 요즘”이라며 ”경제가 좋지 않으니 촛불혁명도, 적폐청산도, 한반도 평화도 다 묻힌 것처럼 보일 지경”이라고 밝혔다.

또한 국민일보는 칼럼에서 ”현 경제팀은 경제 컨트롤타워 기능과 권위를 상실했다”라며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간에 갈등까지 불거졌다”고 비판했다. 

진보 정부의 경제 정책을 두고 성급한 비판이 쏟아지는 모양새는 노무현 대통령 재임 초기를 떠올리게 한다. 2003년 2월 취임 당시 70%를 넘겼던 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100일을 넘기기도 전에 50% 아래로 떨어졌다. 당시에도 경제 정책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뤘다.

2003년 5월 26일 한겨레가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면 ‘국가경제를 전반적으로 잘 운영해 왔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20.6%(매우 잘했다 1.3%, 잘한 편이다 19.3%)만이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부정 평가를 내린 응답자들은 재벌 개혁 실종과 아파트값 폭등에 따른 빈부격차 확대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 참여정부 3개월 차에 일어난 일이다. 

손 앵커의 브리핑을 두고 일각에서는 1998년 미 정부의 재정을 29년 만에 흑자로 만들었던 클린턴의 일화를 문재인 정부에 빗댄 것 자체가 지나치다는 비판도 있다. 특히 1992년 집권해 6년 만에 만들어낸 성과와 15개월 차에 접어든 문 정부를 평행 선상에 놓고 “8년만에 나타난 최악의 경제 지표”라고 한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같은 날 같은 말로 다른 뜻을 내비친 사람도 있다. 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은 손 앵커의 브리핑 보다 불과 몇시간 앞선 20일 한국일보 칼럼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도 하락의 주요 원인은 고용 악화와 경제 침체가 주된 원인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라면서도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익숙한 수사가 다시 재벌 개혁을 외면하고 원천적으로 불공정한 사회경제적 게임의 룰의 혁파를 막는다면 결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는 덮이고, 불평등과 부정의는 고착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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