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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살바도르가 대만과의 수교를 끊고 중국과 손을 잡았다

대만이 점점 고립되고 있다.

  • 허완
  • 입력 2018.08.22 09:57
ⓒJason Lee / Reuters

중국에게서 ‘외교적 박해’를 당하고 있는 대만의 수교국이 또 하나 줄었다. 무역전쟁 등으로 껄끄러워진 미-중 관계에 대만 문제가 관계 악화의 또 다른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카를로스 카스타네다 엘살바도르 외교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21일 오전 베이징 조어대 국빈관에서 만나 양국 간 수교 문서에 서명했다. 엘살바도르는 이날 중화인민공화국을 유일한 합법정부로 인정하면서 1961년부터 국교를 유지해온 대만과 단교했다. 이날 발표된 공동성명에서 엘살바도르 정부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고 중국이 유일한 합법정부이며 대만은 중국 영토에서 분리할 수 없는 일부”라고 밝혔다.

대만은 분노했다. 차이잉원 총통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늘 중국이 한 일은 이미 대만 주요 정당의 한계치를 넘어섰다. 대만은 굴복하지 않고 단결할 것”이라고 맞섰다. 대만 정부는 엘살바도르가 지난해부터 항구 개발을 위한 거액의 자금을 요구했지만 타당성이 부족해 응하지 않았고, 내년 2월 임기 만료를 앞둔 집권당의 선거자금을 요청했지만 거부했다고 밝혔다. 왕딩위 입법위원(국회의원·민진당)은 “중국이 엘살바도르에 손을 뻗어 항구 개발 비용과 선거자금을 제공하고 무기를 수출하기로 하며 수교국이 바뀌었다”고 분노를 터뜨렸다. 

ⓒStringer . / Reuters

 

대만의 수교국은 2016년 5월 차이 총통이 취임할 때만 해도 22개국이었지만, 2년3개월 만에 17개국으로 줄었다. 중국은 7월엔 대만 타이중에서 열릴 예정이던 2019년 동아시아유스게임의 개최권 박탈도 주도했다. 독립 성향인 민진당의 차이 총통이 집권하자, 대만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려는 중국의 압박이 한층 더 노골화된 셈이다. 이에 앞서 시진핑 주석은 지난해 제19차 당대회 등에서 ‘2050년까지 세계 강국이 되겠다’고 선언하며 대만 병합을 통해 ‘완전한’ 통일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암시했다. 중국은 2016년 12월 최초 항공모함 랴오닝을 이끌고 대만 주변을 한 바퀴 도는 무력시위를 벌이는 등 군사적 압박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맞서 대만은 미국과 연대 강화를 추진하는 중이다. 차이 총통은 2016년 12월 당선자 신분이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회담을 통해 당선을 축하했다. 지난해 6월엔 대만군과 미 해병대의 연합훈련을 진행했고, 6월 개관한 재대만협회(AIT) 신관엔 미 해병대가 새로 배치됐다. 미국은 1978년 중국과 수교한 뒤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해 왔지만, 지난해 1월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한 뒤엔 이전보다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대만과의 군사 교류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국방수권법과 고위공무원 교류를 허용하는 대만여행법에 각각 서명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미국이 자신들의 ‘핵심적 이익’을 위협하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쏟아내는 중이다. 엘살바도르의 수교국 전환은 양안 갈등을 악화시키고, 무역전쟁으로 껄끄러워진 미-중 관계를 한층 더 위태롭게 만드는 악순환을 불러올 수 있다.

ⓒMARVIN RECINOS via Getty Images

 

한편, 차이 총통은 23일 진먼섬(금문도) 포격사건 60돌 행사에 ‘양안관계 긴장’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는 1958년 중국 인민해방군의 대대적인 포격과 대만의 대응을 기려 현직 총통이 참석해온 행사다. 지난 5일엔 진먼섬에서 1.8㎞ 떨어진 중국 푸젠성 샤먼시의 송수관을 진먼섬 상수도와 연결하는 개통식이 열렸지만, 대만 정부가 동아시아유스게임 개최권 박탈에 항의하면서 불참해 합동 행사가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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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만 #엘 살바도르 #차이잉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