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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일본의 고교생이 5경기를 749구로 '완투'했다. 그리고 이건 정말 큰 문제다

여름의 야구 소년이라는 드라마는 좀 버리자

  • 박세회
  • 입력 2018.08.21 17:37
  • 수정 2018.08.21 17:50
투구 자세를 잡고 1루를 견제하고 있는 요시다 코세이.
투구 자세를 잡고 1루를 견제하고 있는 요시다 코세이. ⓒYoutube/captured

일본 하계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한신 고시엔 구장에서 열려 통칭 ‘고시엔’으로 불리는 이 대회에서 5연속 완투승을 거머쥔 대회 영웅이 등장했다.

지난 20일 아키타 현의 공립학교 카나아시 농업 고등학교(金足農, 카나아시 농고)의 요시다 코세이(3학년)는 니혼대부속고등학교와의 준결승 시합에서 9안타 7탈삼진 1실점으로 5경기째 완투 승리를 이어갔다. ‘완투’란 1회부터 경기가 끝날 때까지 투수 한 명이 모든 공을 던지는 경우를 말한다. 이날 던진 공은 총 134개. 최대 구속 148km를 찍었다.

최대 시속 150km의 공을 뿌리면서도 타석에서 홈런을 치는 등의 활약을 이어가고 있는 요시다 군은 이미 아키타현의 영웅은 물론이고 고시엔 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여름 드라마의 주연이다.

그런데, 이 영웅은 혹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무리를 하는 건 아닐까? 아키타는 지난 8월 8일(157구)부터 14, 17, 18, 20일 경기까지 매 경기 적게는 134구, 많게는 164구를 뿌리며 5경기에서 749구를 던졌다. 지역 예선까지 합하면 총 10경기 완투. 사실상 이 학교의 모든 공을 혼자 던지고 있다.

주간아사히 등은 ”니혼대부속고의 선수가 ‘결승은 꼭 막아줘‘라며 말을 걸자 요시다는 힘차게 ‘맡겨라’라고 잘라 말했다”라며 이 영웅의 결기를 아름답게 꾸미고 나섰다. 다른 언론도 ”아키타현 고교 팀이 고시엔 결승에 진출한 건 1915년 이후 103년만”이라며 요시다의 6연속 완투를 은근히 바라고 있는 모양새다.

인터넷의 반응도 이 ‘야구 소년’을 부추기고 있다. 비즈저널의 보도를 보면 ”지방 공립학교가 결승에 오르다니 대단하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 더위가 날아가는 것 같은 짜릿한 역전승” 등의 댓글이 달렸다고 한다.

일본인 메이저리거 다르빗슈 유(시카고 컵스)는 지난 1월 아사히 디지털과의 인터뷰에서 고시엔의 이러한 투수 운용을 강력하게 비판한 바 있다. 그는 당시 ”안라쿠 군의 ’772구’는 미국에도 보도가 되면서 논란이 되었다”며 “1학년은 5회, 2학년은 6회, 3학년은 7회까지로 투구 이닝을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도호쿠 라쿠텐 골든이글스 소속인 안라쿠 도모히로는 고교 시절 13회 연장 완투를 포함해 5일 동안 46이닝 772구를 던져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시속 140㎞대의 공을 던졌던 안라쿠 선수는 마지막 날에는 시속 120㎞ 후반대의 구속밖에 나오지 않았다. 

일본의 하계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인 고시엔은 국가적 축제로 전국에서 약 4000개(2017년 기준 3839개)의 고교가 참가해 예선을 치르고 이 가운데 49개 팀만이 본선에 올라 토너먼트 경기를 벌인다.

‘1천만 관객’이라는 말답게 전국적인 주목을 받다 보니 어린 선수들은 그야말로 온 힘을 불태우는데, 1996년 봄에는 다카츠카 노부유키라는 선수가 다섯 경기 연속 선발 출장했다가 어깨 부상을 입고 영영 구위를 찾지 못한 바 있다. 그간 선수들이 스스로 출전하고 싶다고 주장해도 이를 막는 것이 올바른 지도자의 역할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한국은 일본보다 사정이 조금 나은데, 이는 등용문의 무대가 여러 번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전국 단위 대회가 봄 ‘선발(센바츠)’과 여름 ‘고시엔’뿐이라 선수들이 ‘올인’을 한다. 특히 여름 대회가 심하다. 그러나 한국은 서울을 무대로 한 4개 대회(대통령배, 청룡기, 봉황대기, 황금사자기), 지방을 무대로 한 4개 대회(화랑기, 대붕기, 무등기, 미추홀기)가 모두 전국 단위이고 여기에 전국체육대회까지 포함하면 모두 9차례라 대학 진학이나 프로 진출 등을 꿈꾸는 고교 선수들에게 좀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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