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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시민들이 경제난을 피해 국경을 넘고 있다. 주변국들은 빗장을 걸어 잠근다

파탄난 경제는 회복 불능이다.

  • 김도훈
  • 입력 2018.08.21 15:40
  • 수정 2018.08.21 16:03
ⓒMAURO PIMENTEL via Getty Images

최악의 경제난 속에서 국가를 ‘탈출’한 베네수엘라 이민자들이 브라질 북부 주민들과 충돌을 벌여, 브라질 정부가 이 지역에 군대까지 투입하기로 했다. 최근 가속화된 탈출 행렬에 인근 국가들이 잇따라 빗장을 걸어 잠그기 시작하면서 이들의 수용 문제가 남미 전역의 위협으로 확대될 조짐이다.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은 19일 국방·공공안전·외교 장관 등과 긴급 각료회의를 열고 북부 호라이마주 파카라이마에 군병력 최소 60명을 투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자국민 안전을 보장해달라고 요청했다. 베네수엘라 이민자캠프가 세워진 이 지역에선 전날 베네수엘라 출신 괴한이 한 식당 주인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한 뒤 긴장이 고조됐다.

최근 몇 달간 급증한 베네수엘라 이민자들에게 적개심을 품었던 지역 주민들은 캠프 천막과 이들의 소지품 등에 불을 붙이며 사태가 커졌다. 브라질 이주 태스크포스(TF) 대변인은 AFP 통신에 “베네수엘라 이민자 1200여명이 강제로 복귀했다”고 밝혔다.

ⓒLUIS ROBAYO via Getty Images

베네수엘라 시민들은 치솟은 인플레이션과 식량·의약품 부족을 호소하면서 나라를 빠져나오고 있다. 유엔은 2015년부터 베네수엘라에서 인구 7%에 달하는 230만명이 본국을 떠나 브라질, 칠레,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로 향했다고 밝혔다.

콜롬비아에만 이미 탈출한 베네수엘라인 80만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에콰도르에도 올해에만 50만명이 입국한 것으로 추정된다. 브라질에선 올 상반기에만 5만6740명이 난민 지위나 임시 거주증을 신청했다.

‘가디언‘은 이를 두고 “남아메리카 역사상 가장 거대한 이주 행렬”이라고 묘사했다. 이 ‘엑소더스’는 최근 들어 더 심화해, 최근 2주간 콜롬비아를 통해 에콰도르로 들어간 베네수엘라인이 4만3천명, 지난주 페루로 입국한 베네수엘라인이 2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LUIS ROBAYO via Getty Images

그런데 이 출구가 점차 좁아지고 있다. 콜롬비아는 지난 2월부터 베네수엘라 접경 쿠쿠타를 중심으로 불법 이민자를 강력 단속하고 있다. 생필품과 의약품을 살 수 있도록 하루씩 출입을 허용했던 정책도 전면 중단했다.

그러자 이민자들은 에콰도르로 흘러 갔고, 국경을 넘어오는 베네수엘라인 규모가 늘어나자 에콰도르 정부는 20일부터 신분증 대신 유효 여권을 소지한 자에 한해 입국을 허용하기로 했다. 지난 16일 수백명의 시민들이 거리를 행진하면서 정부를 향해 베네수엘라 이민자의 유입 속도를 늦출 긴급 조치를 요구하기도 했다.

남쪽 페루와 칠레 방향으로 이동하는 이민자들이 늘어나자, 페루 정부마저 오는 25일부터 유효 여권 확인 절차를 거쳐야 입국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놨다. 인도주의적 위기에 놓인 베네수엘라 시민들은 이주민 배척 움직임이 남미 전역으로 옮아가고 있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EVARISTO SA via Getty Images

세계 최대 산유국이던 베네수엘라는 2016년 유가 하락으로 인해 경제가 파탄난 뒤 회복 불능 상태를 겪고 있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볼리바르 혁명 지도자인 우고 차베스 대통령에 이어 2013년 권좌에 앉은 뒤 독재 정권의 발판을 마련하는 데 주력했다. 그런데도 지난 5월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하면서 내년부터 임기 6년을 더 통치하게 됐다. 미국, 유럽연합(EU) 등은 선거 과정의 불공정성을 언급하며 이 결과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런 혼란 속에서 지난 4일 마두로 대통령은 드론을 이용한 암살 위협을 받았다. 이 사건으로 정권의 취약함을 드러낸 마두로 대통령은 이후 군 장성과 야당 의원 등 십여명을 잡아들이는 등 공포 정치를 행사할 조짐이다.

18일 연설에선 “침체한 경제를 되살리겠다”는 명목으로 자국 통화를 95% 이상 평가절하하고, 최저임금을 60배 인상하는 내용이 담긴 무리한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 대책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크게 나온다. 스티브 H 행크 존스홉킨스대 경제학과 교수는 ‘워싱턴 포스트‘에 “베네수엘라 정부가 내놓은 것은 혼란스럽고 모순된 것”이라며 “환율이 일정 기간 변동할 수 있지만, 사람들이 그것(대책)이 모두 ‘사기’임을 알게 된 순간 다시 원래 궤도로 돌아올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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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베네수엘라 #남미 #니콜라스 마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