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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의 멍'을 인스타에 드러낸 아야 씨는 한국에도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단순성 혈관종을 가진 일본 여성의 말을 들어보자

  • 박세회
  • 입력 2018.08.21 16:05
  • 수정 2018.08.21 22:40
4월 4일에 올라온 아야 씨의 인스타그램 사진.
4월 4일에 올라온 아야 씨의 인스타그램 사진. ⓒinstagram/aya212lvlf

정확하게는 4월 4일. 인스타그램을 시작한 지는 3년째, 포스팅 순으로는 약 1000번에 달하는 모든 글 중에서 아야(21) 씨가 자신의 얼굴을 드러낸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그전까지 아야 씨의 포스팅을 보면 멀리서 찍었거나, 얼굴을 가렸거나, 역광으로 윤곽선만 드러난 사진이 전부였다. 아야 씨의 일상은 보이지만 아야 씨가 전부 보이지는 않았다. 4월 4일의 포스팅에서 아야 씨는 오른쪽 얼굴을 거의 다 덮은 반점을 모두 드러내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첫 줄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귀엽다는 말보다 ‘멋지다’는 말을 듣는 사람이고 싶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 내 외모에 대해 솔직하게 말한 적은 거의 없다”며 ”친해지면 딱히 상관이 없고, 들어주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그러나 내가 나로서 살아가는 데 있어 ‘사명‘이라고 생각하는 게 있다. 겉보기에 증상이 있는 사람이나 장애를 가진 사람, 특이한 점이 남의 눈에 띄는 어려운 사람들의 힘이 될 것”이라며 ”새삼스럽게 말하자면, 저는 오른쪽 얼굴에 ‘#단순성 혈관종’이라는 증상을 가지고 태어났습니다”라고 밝혔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아야 씨가 가진 ‘단순성 혈관종’은 모세 혈관이 확장되어 피부 일부가 보라색으로 보이는 증상을 말한다. 아야 씨는 이 증상으로 중학교 1학년까지 1년에 세 번 정도 치료를 받아왔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얼굴에 멍이 들었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나 타박상 때문에 생긴 ‘멍’과는 달리 통증은 없다. 

아야 씨의 글은 이어졌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특정 부위에 혈관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모여 있는 상태로 태어난 사람이랄까요? 제 경우는 보이는 것 말고 다른 장애는 없지만, 혈관이 신경을 압박해서 다른 합병증으로 고생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이 증상은) 부위나 크기도 사람마다 다 다릅니다. 유전은 관계없어요.”

 

″저는 행운아라 친구와 동료가 있고, 외모 때문에 괴롭힘이나 차별을 당한 경험도 없어요. (웃음)”

...(중략)

 

″이런 증상의 사람들, 그리고 저도 가장 신경 쓰는 것이 바로 ‘시선’입니다. 정말 솔직히 말하면 사람과 눈을 마주치며 말하거나, 가까이서 서로 얼굴을 바라보는 일에 서툴러요. (웃음)”

 

″그리고 누군가와 걸을 때 나 때문에 시선을 받는 게 짜증 나거나 싫은 건 아닌지, 사실은 걱정해요. (웃음)”

 

″보통 사람에게도 있는 경우지만, 친구에게 소개를 해주지 않는다든지. (웃음)”

 

″그러나 상관없이 놀아 주거나 지나칠 정도로 부모나 남자친구를 소개해주고 자랑해주는 친구도 있습니다. (웃음)”

 

″충분히 행운아. (웃음) 항상 감사합니다.”

...(중략)

 

″지난해에는 외형적인 증상을 가진 사람을 만날 기회가 여러 번 있었습니다. 선천적 색소 결핍으로 피부나 머리카락이 하얀 알비노 증상을 가진 사람, 안면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사람 등.”

 

″당사자인 나조차도 모르는 증상을 가진 사람에게는 처음에는 놀라고, 다가가기 어려워합니다. 말을 걸기 어려운 기분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개중에는 화장이나 옷으로 숨기며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지금의 내가 어떻게든 지운다고 하더라도 ‘단순성 혈관종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라는 사실을 지울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나는 감히 나서서 나 자신이 무엇을 할수 있을지, ‘개성’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를 생각합니다.”

 

″딱히 동정도 연민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단지 지금은 ‘세상에 여러 사람이 있구나’라고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후략)

-인스타그램/aya212lvlf(편집)

4월 4일 이전의 인스타그램에서 아야 씨는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길 꺼렸다.
4월 4일 이전의 인스타그램에서 아야 씨는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길 꺼렸다. ⓒinstagram/aya212lvlf

아야 씨의 이 글과 사진은 인스타그램에서 빠른 속도로 퍼졌고 아사히신문,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주요 일간지에서 그에게 취재 요청을 해오기 시작했다. 아야 씨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얼굴을 드러낸 이유에 대해 아사히신문에 더 솔직하게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팔로워가 늘어나면서 소셜미디어와 실제의 나 자신 사이에 괴리가 생기는 걸 느끼고 저항감이 있었다”라며 ”소셜미디어에서 만난 사람과 실제로 만나 친구가 되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소셜미디어에 자신을 드러내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 얼굴을 공개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외모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라며 ”소셜미디어에 밝히고 나니까 모두가 단순성혈관종이라는 걸 알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도 밝혔다. 

특히 아야 씨에게 같은 증상을 가진 아이의 부모로부터 연락이 오기도 했다. 아야 씨는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아이의 부모에게는 ”부모가 숨기는 것 만은 절대로 그만”이라고 충고해 준다고 한다.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을 사진과 함께 소개하고 싶다는 허프포스트 코리아의 요청에 아야 씨는 ”부디 사용해달라”는 답변을 보내왔다. 특히 그는 한국의 독자들에게 ”세상의 모든 사람은 동료”라며 ”피부색도, 성별도 다른 게 당연해요. 그러니까 모두 사이좋게 지내요. 전 세계의 사람이 친구라면, 세계엔 분명 해피(happy)가 넘칠 거예요”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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