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2018년 08월 20일 18시 27분 KST

이산가족 상봉 현장은 웃음과 눈물로 가득했다

22일까지 2박 3일간 총 6회, 11시간의 상봉을 가질 예정이다.

뉴스1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첫날인 20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 김춘식(80) 할아버지가 북측의 동생들 김춘실(77.오른쪽)과 김춘녀(71)를 만나고 있다.

남북은 20일부터 금강산에서 열리는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의 공식 일정을 첫 단체상봉으로 본격 시작했다. 

남측 상봉단 89명과 동행 가족 197명은 이날 오후 3시 금강산 호텔에서 첫 단체상봉을 통해 북측의 가족들과 만났다. 

상봉장인 금강산 호텔 2층 연회장에는 북측의 가족들이 먼저 도착해 남측 상봉단을 기다렸다. 연회장 곳곳에 설치된 스피커에서는 북한의 유명 노래인 ‘반갑습니다’가 흘러나오고 있었지만 북측의 가족들은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자리에 차분하게 앉아 있었다.

이윽고 첫 단체상봉 시간인 오후 3시 정각에 남측 가족들이 속속 연회장으로 들어왔다. 입구에 배치된 가족들은 이내 서로의 얼굴을 알아보고 끌어안기 시작했지만 연회장이 비교적 넓어 고령의 남측 가족들 중 상당수가 자리를 찾는 데 애를 먹기도 했다.

곳곳에서 오열과 눈물이 쏟아지는 가운데 자리를 안내하는 북측 보장성원과 남측 지원 인력, 남북 가족이 섞여 연회장은 한동안 북새통을 이루기도 했다. 

남측 상봉단의 최고령자인 백성규씨(101)는 휠체어를 타고 동행 방북한 아들과 손녀와 함께 연회장으로 들어왔다. 

미리 기다리고 있던 북측의 며느리 김명순씨(71)와 손녀 백영옥씨(48)는 성규씨를 보자마자 어깨를 붙잡고 오열했다. 반면 오랜만에 헤어진 가족을 만난 성규씨는 오히려 미소를 지으며 며느리와 손녀를 달랬다.

양측의 가족은 서로 준비한 사진을 교환하는 등 이내 화기애애하게 옛 기억을 더듬어 나갔다. 북측 보장성원도 성규씨의 가족을 위해 사진을 찍어 주기도 하는 등 호의적인 모습으로 상봉에 협조했다.

북측의 두 동생을 만나는 서진호씨(87) 가족은 보자마자 손을 부여잡고 기쁨을 나눴다. 너나 할 것 없이 ”우리 친형제가 이제야 만났다”를 연신 외치며 곧바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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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단체상봉 행사에서 남측 이금섬(92) 할머니가 북측 아들 리상철 씨와 만나 오열하고 있다

북측의 올케와 조카들을 만나는 이금연씨(87)는 시각장애를 앓고 있어 다른 상봉자보다 연회장에 늦게 도착했다. 15분 정도 늦게 도착하는 금연씨를 기다리는 북측의 가족들도 안절부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윽고 금연씨가 모습을 드러내자 북측의 가족들은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그냥 눈물을 흘리는 정도가 아니라 오열하며 서로 붙잡고 자리에 주저앉기도 해 안타까움을 샀다. 

문현숙씨(91)는 북측의 두 동생을 만나 ‘세 자매 상봉’에 성공했다. 북측 동생 영숙씨(79)와 광숙씨(65)는 언니를 기다리는 초조함을 이기지 못하고 보장성원에게 ”(입구가 보이는 곳으로) 자리를 옮겨도 되느냐”고 묻기도 했다. 

현숙씨는 촉촉해진 눈가를 억누르는 듯 차분하게 ”너가 영숙이고 너는 광숙이고”라며 언니다운 모습을 보이려 애썼다. 

서로 웃으며 말을 건네던 세 자매는 그러나 이윽고 흘러나오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현숙씨는 ”광숙이 넌 엄마 없이 어떻게 시집갔어?”라며 동생을 걱정했다. 크지 않은 테이블의 간격마저 넓은 듯 몸을 앞으로 숙여 동생들에게 바짝 다가섰다.

남북의 가족들은 오랜 시간 떨어져 지낸 탓인지 서로를 ‘확인’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혜자씨(75)는 북측의 동생 김은하씨(75)와 조카 김성일씨(43)와 해후했다.

누나는 동생을 보자마자 숨가쁘게 가족들의 과거 이야기부터 물어보며 확인을 시작했다. 은하씨 역시 누나 혜자씨와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흩어진 기억을 맞췄다. 

5분여 간의 대화가 지나자 혜자씨는 ”진짜 맞네”라는 말과 함께 확신에 찬 표정으로 벌떡 일어서며 동생을 껴안고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은하씨도 급한 감격에 잠시 잊고 있던 어머니의 사진을 꺼냈고, 혜자씨는 다시 오열했다.

3남매 상봉의 감격의 이룬 박기동씨(82)는 남동생이 준비해 온 사진을 보며 옛 추억에 잠겼다. 여동생 선분씨(73)는 수십 장의 사진을 보며 추억을 더듬는 형제를 보며 눈물만 훔칠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남측의 오빠 김병오씨(88)를 만난 북측 동생 김순옥씨(81)는 ”혈육이 어디 못 간다. 오빠랑 나랑 정말 닮았다”고 감격했다. 병오씨 역시 취재진을 보며 ”기자 양반, 우리 정말 닮았죠?”라며 즐거워 했다. 

순옥씨는 북한에서 의사로 일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얼른 통일되서 같이 살았으면 좋겠다”라며 ”통일돼서 단 1분이라도 같이 살다 죽자”라며 이내 눈물을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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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첫날인 20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의 조혜도씨(86)가 북측의 언니 조순도씨(89·오른쪽)를 만나 부등켜 울고 있다. 

급한 마음에 정해진 시간을 지키지 못한 상봉자도 있었다.

북측의 조카 두 명을 만나는 조옥현씨(78)는 헤어졌던 가족을 만나는 시간이 한 시라도 아까운 듯 정해진 3시보다 10분 가량 일찍 상봉장에 들어갔다. 북측 가족들이 들어갈 때 섞여 들어간 것이다.

옥현씨는 다른 가족들이 상봉을 기다리고 있을 때 먼저 상봉을 시작한 셈이 됐다. 북측 보장성원들이 이를 파악하고 옥현씨를 제지하려 했으나 남북 당국자 간 협의 끝에 ‘조기 상봉’이 인정됐다.

흥분을 가라앉힌 옥현씨는 다른 가족들에게 미안한 듯 북측 보장성원에게 ”다시 나갔다 올까요”라고 말했지만 보장성원은 웃으면서 ”일 없습니다(괜찮습니다), 만나서 좋으시겠습니다”라고 답했다.

단체상봉에서 남북의 가족들은 2시간 동안 제각기 60여 년 만의 감격적인 만남을 가졌다. 

짧은 첫 만남을 가진 남북의 가족은 휴식한 뒤 저녁 7시 환영만찬에서 재회한다. 환영만찬 역시 금강산 호텔 연회장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되며 남북의 가족은 60여 년 만에 처음으로 함께 따뜻한 밥을 먹는 시간을 가진다.

이날 환영만찬을 끝으로 첫날 일정을 마무리하는 남북의 가족들은 22일까지 2박 3일간 총 6회, 11시간의 상봉을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