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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만 쉬면 '성차별 발언' 내뱉는 한국 남성 게이머들

“내가 말하자 팀원들이 ‘암탉이 운다’고 했다”

온라인 게임 ‘오버워치’ 마니아인 ㄱ씨는 최근 게임을 하다가 매우 불쾌한 일을 겪었다. 게임 중에 불특정 이용자와 팀을 꾸려 음성 채팅으로 소통을 하는데, ㄱ씨가 여성인 걸 안 다른 이용자들이 성차별적 발언을 쏟아낸 것이다. 일부 이용자들은 ㄱ씨의 게임 캐릭터를 여성 성기에 빗대어 표현하거나 “목소리를 들으니까 흥분된다”와 같은 성희롱을 일삼기도 했다. ㄱ씨는 “게임을 잘하는 편인데도 여성이란 이유로 심한 말을 듣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게임 중 일상적으로 반복되고 있는 언어적 성폭력 문제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여성 게이머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관련 사례를 수집하거나, 이 문제를 공론화하고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는 단체를 만드는 등 구체적 행동에 나서고 있다. 일부 게임 이용자는 “성희롱 피해를 막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해달라”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이들은 이런 언어적 성폭력이 대부분 게임 중 소통 방식인 음성 채팅에서 이뤄진다고 지적하고 있다. 온라인 게임 상위권을 차지하는 ‘리그오브레전드’, ‘배틀그라운드’, ‘오버워치’ 등은 모두 팀원이 협동해 진행하는 다중사용자배틀게임(MOBA, Multiplayer Online Battle Arena)으로, 팀원 간 실시간 소통이 중요해 음성 채팅이 활발하게 이뤄진다. 목소리로 여성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그 때부터 성차별, 성폭력적인 발언이 이어진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페이머즈’ 계정에 공개된 게임 내 성차별 사례
‘페이머즈’ 계정에 공개된 게임 내 성차별 사례 ⓒ페이머즈

 

 

게임계 내 여성혐오를 고발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 ‘페이머즈’가 트위터에 게시한 내용을 보면, 여성 게이머들은 “내가 말하자 팀원들이 ‘암탉이 운다’고 했다”, “팀원들이 캐릭터를 여성 성기에 빗대어 부르니 도저히 음성 채팅에 참여할 수 없다” 등의 사례를 털어놓았다.

게임을 즐기는 여성이 적지 않음에도 이들에 대한 성차별과 언어적 성폭력이 심각한 수준인 셈이다. 지난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17년 게임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남성의 75%, 여성의 65.5%가 게임을 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청년참여연대가 지난해 진행한 ‘오버워치 내 성희롱·성차별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게임 내 성차별·성희롱이 있다’고 응답한 여성이 91.2%에 달했다. 여성 게이머의 절대 다수가 피해 경험을 토로한 것이다.

이런 문제를 공론화하려는 움직임도 시작됐다. 카이스트 여성주의 연구회 ‘마고’와 포스텍 총여학생회는 지난 7일부터 게임 내 성차별 사례를 제보받고 있다. 마고의 활동가 ‘로스’는 “게임 중 성희롱, 성차별은 여성 게이머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문제”라며 “이런 발언들은 여성이 게임 문화를 멀리하게 되는 요인 중 하나라고 생각해 공론화를 진행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게임업체가 음성 채팅 녹음 기능을 제공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환민 게임개발자연대 사무국장은 “게임사에서 음성 채팅을 녹음해 피해자가 신고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한 방법이 될 수 있지만, 남성 이용자들의 반감을 우려해 (게임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음성 채팅을 의무적으로 저장하는 법안 등을 만들어 강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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