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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호텔 방에 안 들어가고) 담배를 방문 앞에 두면 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안희정 재판'이 아니라 '김지은 재판'이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

ⓒ뉴스1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의 판결문 전문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안희정의 행위’ 보다 ‘김지은의 저항’에 재판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경향신문이 판결문 전문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조병구 부장판사)는 첫 번째 간음이 이루어진 지난해 7월 30일 러시아 출장 당시 상황에 대해 ”김씨가 음주 등으로 인해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는 상태였거나 업무로 인해 심리적으로 심각히 위축된 상태에 있었던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김씨가 단순히 방을 나가거나 안 전 지사의 접근을 막는 손짓을 하는 등의 행동을 하지 못하게 할 정도로 안 전 지사가 위력적 분위기를 만들었거나 물리력을 행사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는 안 전 지사가 ‘내가 외로우니 위로해달라, 나를 안아달라‘는 취지로 강요한 게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김씨가 거부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김씨는 안 전 지사의 행동에 당황해 고개를 떨구고 ‘아니요’라고 말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해 왔다.

또한, 지난해 9월 3일 담배를 가져오라는 안 전 지사의 지시를 수행하다 간음 상황까지 간 것과 관련해서도 재판부는 ”담배를 안 전 지사 방문 앞에 두고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만 했어도 담배를 가져다주는 업무는 지시대로 수행하되, 간음에는 이르지 않았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임에도 (김씨가) 그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겨레

재판부는 ‘김씨가 그루밍(Grooming·길들이기)에 빠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의 의견 역시 배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루밍 성범죄란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호감을 얻거나 돈독한 관계를 만들어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성폭력을 가하는 것을 뜻한다. 

서울신문에 따르면, 김태경 심리 전문위원은 7월 16일 비공개 증인 심문에서 ”피해자 경력에 맞지 않은 수행비서로 고용한 점, 특별 대접을 한 점 등을 볼 때 김씨가 그루밍에 빠져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재판부는 ”전문직으로 활동하는 성인 여성”임을 근거로 그루밍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통상적으로 성폭력 재판에서는 법원이 전문가 의견을 받아들여 판단을 내리는 만큼 1심 재판부와 달리 항소심 재판부가 이 같은 전문가 의견에 주목할 경우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한국일보는 전했다.

ⓒ뉴스1

한편, 재판을 모두 방청한 권김현영 여성주의 연구활동가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재판부는 안희정한테 ‘큰 권력을 가진 사람이, 그렇게 인권을 강조하던 사람이 왜 참모한테 그런 행동을 했느냐’고 한번도 묻지 않았다”며 ”안희정 재판이 아니라 김지은 재판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적 자기결정권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고 침해당해선 안 되는 권리이지 행사해야 하는 게 아니다”라며 ”그런데 재판부는 김지은한테 왜 그걸 행사하지 않았느냐고 따졌다. 마치 ‘돈이 있는데 왜 쓰지 않느냐’고 책임을 묻는 꼴”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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