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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이 최근 검찰 조사에서 털어놓은 '2013년 삼청동 회동'의 진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시킨 일이다"

ⓒ한겨레

“퇴행적 발언을 하는 일부 (일본) 지도자 때문에 한국 국민은 계속해서 상처를 받고 있다. (일본과) 정상회담을 하더라도 두 나라 관계가 더 악화될 수 있지 않을까(생각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11월8일 일본의 과거사 인식을 거론하며 한-일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해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불과 20여일 뒤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은 휴일에 차한성 당시 법원행정처장(대법관·2014년 3월 퇴임)과 윤병세 외교부 장관, 황교안 법무부 장관을 비서실장 공관으로 불러 일제 강제징용 소송의 재판 연기나 판례 변경 가능성을 타진했다. 청와대와 대법원 외에 징용 소송과 관련된 부처인 외교부, 법무부까지 총동원된 관계기관 합동 대책회의의 모양새다.

16일 ‘한겨레’ 취재 결과, 김 전 실장은 지난 14일 검찰 조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면서 당시 행정부와 사법부의 부적절한 회동의 책임을 박 전 대통령에게 떠넘기는 진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 실장은 “박 대통령이 ‘징용 소송 대책을 마련해보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고, 회동 내용을 정리해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사실도 인정했다고 한다. 김 전 실장의 이런 진술은 사실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 전 실장이 ‘청와대 2인자’였다고 해도 재판 독립 침해가 명백한 정치적 요구를 대통령 지시 없이 대법원에 전달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뉴스1

앞서 검찰은 2013년 12월1일 일요일 오전 김 전 실장이 서울 삼청동 자신의 공관으로 차 전 처장 등을 불러 ‘대법원 확정판결을 지연시켜 주고, 해당 사건을 전원합의체로 돌려서 판결을 번복해달라’는 취지로 요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전 실장의 진술로 ‘박근혜 청와대’와 ‘양승태 대법원’의 강제징용 소송 ‘재판 거래’ 의혹의 최종 책임자가 윤곽을 드러낸 셈이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재판 거래’ 지시 배경에 박정희 전 대통령 재임 때 체결된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이 있었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 협정은 일본 정부에 대한 개인청구권 소멸 논란으로 번졌는데, 2012년 대법원은 “국가가 국민 개인의 동의 없이 개인청구권을 소멸시킬 수 없다”고 판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서는 ‘아버지 유산’이 자신의 임기 내에 부정되는 것을 막고 싶었을 수 있다.

검찰은 회동 당사자들의 지위와 보고 관계 등에 비춰볼 때, 차 전 처장도 회동 뒤 대통령의 의중을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전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전 대통령과 양 전 대법원장의 조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검찰은 또 당시 회동에 앞서 2013년 10월 이병기 당시 주일대사가 청와대와 외교부에 “대법원 전원합의체 구성을 통해 (청구권을 인정한) 기존 대법원 (소부의) 판단을 배제하는 판결을 내려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 전 대사는 이후 2015년 2월 대통령 비서실장에 임명됐는데, 그해 3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이 작성한 문건에는 “(이 실장이) 징용 사건에 대해 청구 기각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기대할 것”이라고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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