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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부 특수활동비

ⓒhuffpost

‘기밀을 요하는 정보 수집 및 수사 활동 등에 드는 비용’이기 때문에 영수증 증빙 의무가 없다는 특수활동비. 연말이면 이 단어는 올해의 10대 정치용어 정도에는 들 것 같다. 시민단체들이 이 문제에 주목한 것은 오래된 일이지만, 언론이 이 정도로 관심을 가졌던 적이 있나 싶게 연일 관련 기사들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 과녁이 국회에 쏠려 있지만, 곧 예산의 계절이 온다. 보름 후면 정부가 국회에 2019년도 예산안을 제출하고, 행정부 각 부처의 특활비도 담겨 있을 것이다. 행정부는 내년도 특활비를 어떻게 책정해놓았을까?

국회 특활비가 주목받게 된 데에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덕이 크다. 2015년 당대표 선거 기탁금의 출처가 국회 특활비였다는 공개적인 고백 덕분에 시민단체가 정보공개 청구소송을 하게 되었다. 국회에 홍 전 대표가 있었다면 국가정보원 특활비에 이목을 집중시킨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었다. 국정원이 박 전 대통령에게 정기적으로 특활비를 상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국가정보를 다루는 기관이 정보활동에 쓰라고 책정해둔 예산을 청와대로 보냈다는 사실은 여러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드러난 게 전부였을까? 국정원은 박 전 대통령에게 상납한 돈 말고 다른 돈은 제대로 쓰고 있을까? 하지만 국정원은 그 자체가 기밀정보를 다루는 곳이라 국회처럼 정보공개 청구를 해서 알아낼 방도조차 없다. 유일한 방법은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비공개로 국정원 예산을 심의하는 것인데, 정보위원회 위원들은 제대로 정보를 제공받고 있는지도 참 궁금한 일이다.

2018년 국정원 ‘자체’ 예산은 5000억원 정도인데, 이 덩어리 전체가 ‘특수활동비’다. 또 국정원이 쓰는 특활비는 자체 예산만 있는 게 아니다. 실제로는 국정원이 쓰는데 다른 정부기관 예산으로 편성해둔 것도 있다. 참여연대가 확인한 바에 의하면, 2018년 예산 기준 그 규모가 최소 1900억원 정도라고 한다. 이 규모는 국정원을 제외한 모든 정부기관 특활비의 59%에 해당한다. 현재 특활비를 예산에 책정해둔 기관은 총 20개인데, 국정원을 제외한 19개 기관 총 특활비가 3200억원 정도이고 이 중 1900억원이 국정원이 사용하는 특활비라는 말이다. 이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는 소관 정부기관에서도, 이 기관을 감독하는 국회 상임위원회에서도 감독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국정원 다음으로 특활비를 많이 쓰는 기관이 청와대다. 대통령 경호처가 ‘요인 및 국빈 경호활동’ 경비로 85억원의 특활비 예산을 가지고 있고, 대통령 비서실이 ‘업무지원비’ 명목의 특활비로 96억5000만원을 쓴다. 대통령 1인을 지원하는 비서실 특활비가 국회의원 300명이 있는 국회 특활비 규모의 1.5배에 이른다.

예산안에 의하면 대통령 비서실 특활비는 ‘대통령의 원활한 국정운영을 보좌하기 위한 사업비’라고 되어 있는데, 그게 모두 영수증 증빙이 필요 없는 특활비여야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이외에도 행정부 특활비에 제대로 따져야 할 부분은 많다. 경찰청, 국무조정실, 국민권익위원회, 방위사업청, 법무부 등에서는 기관운영 기본경비 항목에 특활비를 두고 있는데, 기관운영 경비가 왜 ‘기밀을 다루는 정보 및 수사 활동’에 해당하는지 궁금한 일이다.

아무튼 곧 예산의 계절이다. 언론들이 국회 특활비에 갖는 관심만큼 행정부 특활비에도 관심을 가져주기를, 그래서 더 많은 시민이 관심을 가지고 행정부 예산에도 제도 개선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 한겨레 신문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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