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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8월 13일 17시 59분 KST

홍대 불법촬영자 실형선고, 법조계에서도 논쟁이 분분하다

이례적 vs 적정수준

홍익대 누드크로키 수업에서 남성모델의 나체를 찍어 유포한 여성모델 안모씨(25)에게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되자 법조계에서도 ‘양형의 적정성’을 둘러싼 논쟁이 분분하다.

일부 법조인들은 ‘몰카범죄는 촬영 그 자체보다 유포의 심각성에 무게를 두기 때문에 과한 판결이 아니다’라고 판단한다.

다른 일각에서는 ‘동종범죄 전력이 없는 초범에게 실형을 선고한 것은 다소 이례적‘이라며 ‘다른 몰카 사건과 비교했을 때도 양형이 과한 측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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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카범죄 핵심쟁점은 ‘유포’…증거인멸도 죄질 나빠”

서울서부지법 형사6단독 이은희 판사는 13일 오전 10시 성폭력범죄특례법상 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로 구속기소된 안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이수를 명령했다.

안씨는 5월1일 홍익대 회화과 인체누드 크로키 전공수업에 모델자격으로 참여했다가 휴식시간을 틈타 피해 남성모델 A씨의 나체사진을 몰래 촬영, 남성혐오 커뮤니티 워마드에 유포하고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을 지켜본 송혜미 법률사무소 현율 변호사는 ”카메라 등 이용촬영죄 사건에서 재판부가 가장 중시하는 것은 ‘유포’의 심각성”이라며 ”(몰카) 촬영을 50장을 했든 100장을 했든 한 곳에라도 유포했다면 죄책이 상당히 무거워진다”고 진단했다.

단 한 곳의 사이트에 유포하더라도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는 인터넷의 특성과 그로 인해 피해자가 받게 될 피해를 사안의 핵심으로 본다는 설명이다.

재판을 심리한 이 판사도 ”피해자의 성기와 얼굴이 그대로 보이는 사진을 남성혐오 사이트에 올린 점은 비난 가능성이 높고 죄책이 무겁다”고 꾸짖으면서 ”피해자가 극심한 외상 후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고, 사진이 여러 인터넷 사이트에 유포돼 실질적인 삭제가 불가능하다”고 판시했다.

송 변호사는 또 ”피고인이 범행 직후 증거인멸을 시도하고 거짓진술한 점도 양형에 불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씨는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범행에 사용한 아이폰 기록을 삭제한 뒤 한강에 던져 증거를 인멸했다. 이후 안씨는 경찰 조사에서 ”휴대전화 2대 중 1대를 분실했다”며 다른 휴대전화(공기계)를 제출했다.

이어 워마드 관리자에게 메일을 보내 “IP주소와 로그기록, 활동내역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하기까지 한 것으로 조사됐다.

 

뉴스1

 

″타 몰카범죄 비교해도 형평성 어긋나…논란 커질 것”

반면 안씨의 증거인멸 시도와 유포의 심각성을 고려하더라도 이번 판결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견해도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 출신인 노영희 변호사는 ”최근 몰카범죄를 엄단하는 추세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수많은 몰카범죄와 비교해봐도 초범을 구속하고 실형까지 선고한 경우는 없었다”며 당혹감을 내비쳤다.

실제로 지난해 대법원이 내놓은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6년 다뤄진 성폭력범죄특례법 사건 5218건 중의 1심 선고결과는 △실형 1247건(23%) △집행유예 1581건(30%) △벌금형 1861건(35%) △무죄 108건(0.02%)으로 집계됐다.

카메라이용촬영 혐의로 기소된 사건의 1심 판결 대부분이 벌금형과 집행유예에 몰려있는 데다, 안씨가 범행을 자백하면서 16차례에 걸쳐 반성문을 제출하고, 사죄편지도 7차례 전한 점을 고려하면 안씨에게 실형이 선고될 여지는 적다는 전망이 나왔었다.

특히 노 변호사는 ”다른 남성 피고인 사건과 비교했을 때도 이번 사건은 많은 차이가 있다”며 ”예컨대 애인의 뒷모습을 몰래 찍어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에 올린 남성은 벌금 200만원에 선고유예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은 피의자를 특정하기 쉬웠기 때문에 (워마드의 주장대로) 남녀 차별에 의한 불공정 수사라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판결에 대해 법조인조차 심하다고 볼 정도라면 일반인도 공평하지 않다고 느낄 것이고, 논란은 점점 더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성계 ”몰카범죄 처벌 강화 필요하지만…아쉬움 남아”

여성계도 ”불법촬영 범죄의 처벌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면서도 ”하필 그 사례가 이 여성모델이어야 했느냐에 대해선 의구심이 든다”고 비판의 여지를 남겼다.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는 ”불법촬영물 처벌이 강화될 필요가 있고, 관련 법도 개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재판부가 고려한 것 같다”며 ”이번 선고가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되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도 ”불법촬영물 사건에 대한 판결 대다수가 벌금형에 치우친 점, 이 사건은 경찰 수사단계부터 편파성 시비가 있었던 점을 보면 징역 10개월은 상당히 중한 판결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