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18년 08월 13일 14시 17분 KST

여성 문제에 있어서 사우디는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독재, 가부장.

Sean Gallup via Getty Images

2013년, 사우디아라비아 여성 할라 알-도사리가 여성 운전 금지에 항의하는 역대 최대 시위에 참여할 거라고 아버지에게 말했을 때, 아버지는 알-도사리가 체포될 경우 경찰서에 차를 가지러 가기엔 자신의 나이가 너무 많으니 다른 사람 차를 끌고 가라고 했다. 알-도사리는 알겠다고 했지만, 어쨌거나 자신의 석방 서류에 서명하기 위해 아버지가 경찰서에 와야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그 정도는 해주리라 생각했다. 아버지는 마지못해 “당연히 데리러 가야지”라고 대답했다.

5년이 지난 지금도 사우디아라비아는 광범위하고 자금이 풍부한 정부 기관들을 활용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그 어떤 정권보다도 더 가혹한 여성혐오를 강제하고 있다. 여성 운전 금지는 폐지되었으나, 500만명 넘는 사우디 성인 여성들이 거의 모든 행동을 할 때마다 남성 후견인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법률은 지금도 존재한다. 최근 몇 개월 동안 사우디 당국은 젠더 평등을 가장 소리높여 외쳐온 활동가들 일부를 투옥시켰다. 수십 년간 조용한 억압을 펼쳐왔던 사우디 지배층은 방침을 바꾸어 국내외의 여성 활동가들에게 반역자라는 딱지를 붙여 요란하게 체포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여러 서구 파트너 국가 중 하나인 캐나다가 단속을 비판하자 12일부터는 캐나다와의 싸움에서도 수위를 높이고 있다.

Sean Gallup via Getty Images

 

사우디아라비아의 의사 결정에 익숙한 미국 전 관료들과 애널리스트들은 유례가 없는 탄압 수위 강화는 의식적인 선택이라고 말한다. 비현실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알-도사리는 논리가 있는 행동이라고 본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성차별과 독특한 권위주의는 공존하는 관계다. 이 둘은 서로가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사실상의 지도자인 모하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중앙집권화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 터프하고 남성적인 것으로 포장한 사우디 국수주의 표출도 이중 하나다. 그가 젠더 분열을 강화하고, 그의 개혁 약속에 의심을 품는 여성들을 타깃으로 삼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현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계급 체제가 필요하다.” 알-도사리의 말이다. 이 체제는 가부장이 결정을 내리고, 가족구성원들은 성문화된 규칙과 암묵적인 규칙에 따라 가부장에게 판단을 맡기는 것과 같은 독재국가다. 가부장은 언제나 남성이다. 과부가 된 어머니의 아들, 성인 누나들이 있는 남동생이라 해도 남성이 가부장을 맡는다.

“모두 평등한 권리를 갖는다면, 남성과 여성이 똑같은 일을 할 수 있다면, 한쪽이 특권을 갖는 걸 정당화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 학자이자 활동가로 지내고 있는 알-도사리의 말이다. 알-도사리 등은 이러한 요구가 체제 전복적이지 않으며 그저 사우디아라비아 사람들의 삶을 더 낫게 만들기 위한 것뿐이라고 말한다. 

Handout . / Reuters

 

모하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왕족과 가까운 초보수적 성직자들이 역사적으로 신성불가침이라 여겼던 제한 조치들을 해제하고 있지만, 남성 후견인 제도를 비롯한 여성에 대한 제약들은 아직 남아있다. 변화가 권력자들에게 어떤 의미를 갖게 될지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왕세자는 영화관 출입 금지 등은 기꺼이 풀어줄 용의가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특정 종류의 이슬람교와의 관계 때문이지, 개인적 자유 제한 때문이 아니라는 왕세자의 말을 서구의 지지자들은 앵무새처럼 되뇌인다. 그러니 완전한 시민권이 왜 필요하겠는가? 어차피 여성들이 누린 적도 없었던 권리들인데?

왕세자가 꿈꾸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미래에서 여성들은 지금보다는 더 자유로워질 것이다. 석유를 넘어서는 지점까지 사우디 경제를 확장시키겠다는 그의 목표에 딱 필요한 만큼의 자유만 주어질 것이다. 시민들의 개인정보를 공격하고, 사유재산을 빼앗고, 친척과 변호사, 심지어 강력한 인맥을 가진 친구들의 손도 닿지 않는 곳에 가둘 새로운 방법을 확보함으로써, 정부는 악명높은 종교 경찰의 역할을 대신하게 할 것이다.

사우디 여성들은 수십 년 동안 평등을 위해 싸워왔다. 사우디의 페미니스트 운동을 이끌고 목소리를 높이며 외국의 동맹들과 손잡아 왕세자에게 압력을 넣어 운전금지를 철폐하게 만들었던 이들은 가족들의 도움을 받은 경우가 많다고 알-도사리는 말한다. 예를 들어 그녀의 아버지는 교육을 통해 넓은 시각을 지니게 된 사람이었다. 또한 알-도사리는 5월에 체포된 학자 아지자 알-유세프의 진보적 배경을 지적한다. 6월에 체포된 사마르 바다위도 있다. 캐나다는 바다위를 포함한 두 활동가의 체포에 대해 언급했다가 사우디의 분노를 샀다. 알-도사리의 남편은 인권변호사였으며, 남성 형제는 공개적으로 젠더 평등을 지지했다. 현재 두 남성은 사우디의 감옥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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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를 내기 위한 허락을 얻으려면 크게 한 판 붙어야 하거나 아예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 가족들의 의견이나 국가의 보복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나는 스스로 불편한 처지를 선택한 여성들을 정말 존경한다. 사람들은 그들의 굴하지 않는 열정을 보게 된다.” 알-도사리의 말이다.

사우디 여성들이 공평한 기회를 얻도록 도우려 하는 이들은 이러한 구속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본다. 사우디측은 국제적 음모론의 일부라며 비난하고 있으나, 이들은 자신의 도덕적 신념, 미래의 사우디의 안정성에 대한 우려 때문에 나서고 있다.

2002년에 미국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총영사를 지냈던 지나 애버크롬비-윈스탠리는 평등한 처우가 법에 명시되는 게 진정한 변화일 것이라 말한다.

사우디측은 현재 캐나다와의 싸움에서도 여성혐오는 사우디만의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 말이 틀렸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다른 국가들은 학대나 차별을 받는 여성이 “남성의 허가없이 법에 의지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고 애버크롬비-윈스탠리는 말한다. 그녀는 사우디아라비아 이후 몰타에 부임했다가 작년에 외무부에서 퇴임했다. 사우디에서는 “어딘가 자애로운 남성이” 있지 않으면 정의 구현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그녀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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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측과 긴밀히 만나온 서구 국가들은 인권 지원을 할 때는 아주 조심스러워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악화시키지 말자는 게 핵심이다.” 애버크롬비-윈스탠리의 말이다. 그러나 이들은 성공 사례도 목격했다. 미국 외교관들이 미국의 지원을 받아 특수 교육을 하고 있는 전국 교사와 관리자들의 미팅을 주선했던 것이 그 사례였다. 이중 상당수는 여성이었다. 당시 이러한 공개적 혼성 행사는 불법이었다. “모두 새벽 2시 30분까지 있었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여성들이 이야기로만 들었던 사람들을 만나고, 관계를 형성하고, 궁지에 처한 여성을 돕거나 작은 목표를 함께 이루기 위해 필요해질지 모를 네트워크를 은밀히 주고받는 일이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 앞에서 주눅이 든 가족에 종속된 존재가 아닌, 힘을 얻은 개인이 되어가는 것이다.

사우디의 억압을 비난해온 해외 비판자들은 여러 해 동안 변화를 꾀해왔다. 어떤 사람의 입에서 나온 발언인지에 따라 놀랍게 들리고, 사우디의 성차별이 얼마나 특이한지를 다시 보게 만든 경우들이 있었다.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캐나다 외교장관, 스웨덴 외교장관 마르고 발스트룀의 발언이 그랬다. 그들은 사우디 자체의 운동을 언급함으로써 외국의 모델을 사우디에 주입하려는 게 아니라 존중과 존엄이라는 기준을 적용하고 있음을 보여주어 설득력을 높였다.

Sean Gallup via Getty Images

 

이런 게 먹히려면 노골적으로 이야기해야 할 때도 있다. 사우디의 새 지배층은 공개적 비난을 불쾌하게 여긴다는 신호를 보내긴 했지만, 인권부터 서구가 지원하는 예멘의 끔찍한 내전에 이르기까지, 개인적인 설득은 별 효과가 없다는 게 분명했다.

“우리의 발언은 시민사회와 시민들에게 공개적으로 전달된다. 우리는 우리의 입장을 밝힌다. 우리는 사우디 사람들에게 관심이 있고, 그들의 고통을 느끼며, 그들이 자기 의사를 표현할 수 있길 바란다.” EU가 공식적으로 캐나다의 입장을 지지할 것을 요구한 유럽 의회의 네덜란드 의원 마리체 스카커의 말이다. (EU는 사우디와 연락하여 캐나다가 언급한 구류자들에 대한 정보를 요청했으며 인권 수호자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8월 11일에 밝혔다.)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보고 있는 사우디 여성들로선 국수주의적(그리고 남성의) 분노가 커지는 것을 감수하고라도 공개적인 관심이 쏠리는 게 나을 수 있다. 최소한 세계에 퍼진 사우디의 진보라는 메시지가 현실과 다름을 보여줄 수는 있으며, 사우디 지도층의 한계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사우디는 이미 재계와 미디어의 지도자들을 손쉽게 잡아 가두었다.” 안-도사리의 말이다. 작년 가을에 벌어졌던 대대적 체포 작전에 대해 서구는 거의 침묵을 지켰다. 당국은 다음 단속을 계획하고 있을 것이다. “정부가 지금 홍보하고 있는 것과 같은 입장을 지닌 여성들을 손쉽게 잡아 가둘 수 있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 이 글은 허프포스트US의 The New Saudi Arabia Is A Lot Like The Old Saudi Arabia When It Comes To Women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