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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하개’ 빨래방 가듯 개 목욕방에 간다

5천원에 15분.

ⓒ한겨레

8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의 한 가게, 2살을 넘긴 ‘마리’가 폴짝 뛰어 반짝이는 은색 욕조에 올라섰다. 마리는 두 발로 서면 사람 키를 훌쩍 넘는 수컷 골든리트리버다. 이날은 마리가 목욕하는 날이었다.

마리의 보호자인 김현중 ‘마이리틀프렌드’ 대표가 기계에 5천원을 넣자 15분의 시간이 주어졌다. 딱 적당한 온도(32~36도)의 물이 샤워기에서 나오고 마리의 몸이 젖었다. 물에 섞인 저자극 샴푸 때문에 마리 털에서 거품이 나는 것처럼 보였다. 물에는 야생진드기가 붙지 않도록 털을 코팅하는 해충퇴치액도 들어있다고 한다. 다른 개가 사용한 욕조이니 소독도 할 수 있다.

김 씨는 마리의 몸을 구석구석 씻긴 후 드라이어기로 털을 말려 주었다. 이것만으로 부족해 털을 말릴 수 있는 드라이룸을 1000원 주고 이용했다. 마리가 몸을 씻은 기계는 한 대에 1500만원으로 김 대표가 직접 개발했다.

“셀프 세차장? 코인 빨래방? 그런 곳들과 비슷하다고 보셔도 괜찮습니다.”

김 대표는 24시간 무인 개 목욕방을 운영한다. 욕조가 달린 기계에 돈을 넣으면 샴푸가 섞인 물이 나오고 고가의 드라이룸도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다. 주말 오후면 목욕탕에서 동네 사람들을 다 만나는 것처럼, 퇴근한 보호자와 산책에 나선 평일 밤이나 한가한 주말 오후 동네 개들이 사랑방처럼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목욕방은 호주에서 살면서 개 목욕방을 보고 온 김 대표가 2년 전 창업했다. 현재 수도권뿐 아니라 부산, 광주, 울산 등 지역까지 15개의 대리점이 영업 중이다. “요즘은 욕조가 없는 오피스텔에서도 개를 많이 키운다. 강아지 목욕시키다가 사람도 같이 목욕하는 경우도 많다”라고 김 대표가 말했다.

보호자가 목욕시키지 않고 직원이 대신 목욕시켜주는 위탁 목욕을 병행하기도 한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 ‘버블독’의 전영수 대표는 “개를 오래 키웠는데 목욕시키기 힘들어 목욕을 전문적으로 해주는 곳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 3년 전 내가 처음 ‘개 목욕방’ 개념을 사용하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한겨레
ⓒ한겨레

업계에서는 개 목욕방이 반려동물 산업 중에 하나로 성장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행동교정, 미용, 장례, 호텔 등 기존의 동물병원이나 용품판매점에서 뭉뚱그려 하던 업무가 점차 분화될 것이라는 해석이다. 반려문화가 앞섰다는 평가를 받는 외국처럼 나아갈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지난 5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반려동물 연관산업 규모를 지난해 2조3322억원에서 2027년 6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은 빠르게 분화하고 있는데 제도가 부실하다. 개 목욕방은 지난해 개정된 동물보호법을 적용받지 않는다. 동물보호법에서는 동물판매업, 동물생산업 등 반려동물 관련 8개 영업행위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해 관리받도록 지정하고 있다. 하지만 개 목욕방은 이에 해당하지 않아 사업자등록증에 ‘도·소매’로 등록해 영업하고 있다. 만약 개목욕방에서 사고가 발생해도 동물보호법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는 의미다.

농림축산식품부 지금으로써는 이런 산업을 제도권 안에 둘 것인지 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동물복지정책팀 관계자는 10일 “지난 3월 동물보호법이 개정되면서 미용업, 전시업 등 일부 산업은 관리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또 다른 산업을 추가하는 것에 대해선 아직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이름을 규정할 수 없을 정도로 반려동물 관련 산업 수가 많은데 이를 다 동물보호법을 적용할 지도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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