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판문점 통일각에서 열리는 올해 네번째 남북 고위급 회담이 한반도 정세의 돌파구가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남과 북이 합의해 공개한 이번 회담의 의제는 △4·27 판문점 선언 이행상황 점검 △남북정상회담 준비 문제 협의, 2가지다. 관심은 ‘정상회담’에 쏠려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계획을 취소한다고 밝힌 직후 전격적으로 성사된 5·26 남북정상회담이 뇌사 상태의 북-미 정상회담을 살려내며 한반도 정세 진전의 강력한 동력을 만들어낸 선례 때문이다.
8말9초 ‘조기 정상회담’ 협의할까?
일단 이번 회담에서 논의될 남북정상회담은 4·27 판문점 선언에 명시된 문재인 대통령의 “가을 평양 방문”을 가리킨다는 해석이 다수다. 실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가을, 평양’을 명시한) 4·27 정상회담 결과가 기본”이라고 밝혔다. 다만 김 대변인은 “(정상회담의) 구체적인 시기를 정하는 건 13일에 이야기를 하면 정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거나 “(장소도) 평양으로 국한된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고, 북한이 어떤 다른 장소를 얘기하는지 등은 13일에 만나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13일 회담에서 시기·장소가 정해질 것이라는 얘기라기보다는, 시기와 장소 모두 일단은 열린 상황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부 안팎에선 한동안 ‘8말9초’에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열거나 5·26 정상회담과 같은 ‘원포인트 정상회담’을 열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가을 정상회담’의 시기가 앞당겨지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많은 이유다. 하지만 정세의 흐름을 고려할 때 ‘8말9초’로 남북정상회담 시기를 당기기엔 무리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사정에 밝은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판문점 선언에 명시된 대로) ‘가을, 평양 회담’ 가능성이 가장 높다”면서도 “모든 건 남북 정상의 의지에 달린 문제”라며 상황 변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북한, 판문점선언 이행 무슨 얘기 할까?
언론 등의 관심은 ‘정상회담’이라는 단어에 꽂혀 있지만,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는 ‘판문점 선언 이행상황 점검’이다. 더구나 북쪽은 최근 들어 <노동신문> 등을 통해 판문점 선언 이행과 관련해 “겉만 번지르르할 뿐 실속 있게 진행되는 것은 없다”거나 “(남쪽이) 돈 안 드는 일만 하려 한다”며 남쪽의 태도를 문제 삼아온 터다. 미국과 유엔의 대북 제재를 이유로 대규모 자원이 투입되는 남북협력사업을 뒤로 미루고 철도·도로·산림 협력 관련 공동 조사·연구로 수위를 조절해온 남쪽의 접근법에 불만을 밝힌 것이다.
북쪽이 이번 회담에서 ‘판문점 선언 이행상황 점검’의 초점을 어디에 맞추느냐에 따라 회담 이후 남북관계의 경로와 속도가 사뭇 달라질 수 있다. 남쪽 태도 비판에 초점을 맞출지, 아니면 대북 제재와 무관하게 남북관계 개선 속도를 높일, 예컨대 획기적인 군사적 긴장완화 방안 등 ‘비제재 분야’의 의미있는 새 합의 도출에 힘을 쓸지에 따라 상황이 전혀 달라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