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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장애아동 지원 센터가 흙 묻은 장난감을 선물로 보낸 이유

아름다운 이야기다

  • 박세회
  • 입력 2018.08.10 16:35
  • 수정 2018.08.10 16:57
ⓒreadyforjp/projects/hoharu

지난 7월 초 서일본 폭우로 물에 잠긴 오카야마현 구라시키시. ‘호하루’는 이 도시에 있다. 호하루에는 방과 후면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모였다. 가정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선생님들과 공부하고 친구들과 놀았다. 아동지도사들이 6세부터 18세의 장애 아동들이 학교 수업에서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의 학습을 도왔다. 시설을 이용하는 비용의 90%는 지자체가 책임진다. 가정의 자기 부담은 10%로 대략 하루 7000~9000원꼴이다.

이 아름다운 공간이 폭우로 엉망이 되어 문을 닫았다. 

ⓒHoharucom

이 시설이 문을 연 것은 불과 지난 4월. 폭우에 잠긴 건 개장 3개월 만이다. 아사히신문의 보도를 보면 천장 위까지 물이 차올랐다고 한다. 아동지도사인 타키자와 씨(45)는 아사히신문에 ”말이 나오지 않았다”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지난 7월 8일, 어느 정도 물이 빠진 후 아이들이 지내던 공간에 처음으로 다시 들어섰는데, 그때까지 책상과 사물함, 교재 등이 모두 흙탕물 위에 둥둥 떠 있었다고 한다. 

ⓒreadyforjp/projects/hoharu

재해 복구에는 돈이 든다. 이 발달 지원센터의 구성원이 생각해낸 것은 ‘크라우드 펀딩’. 4000만원을 목표 금액으로 잡고 지난달 13일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했다. 시설은 아이들이 가지고 놀던 약 320개의 장난감을 답례품으로 삼았다. 모금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토사에 묻혀 더러워진 장난감을 흙먼지까지 소중하게 포장해 보내주기로 마음먹었다. 시작 9일 만에 펀딩은 목표 금액을 넘겼다. 

아래는 호하루의 홈페이지에 이 시설의 구성원들이 남긴 글이다.

″재난 이후 우리에게 남겨진 것은 흙먼지와 잔해뿐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보내주신 지원, ‘무엇으로 갚을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했습니다. 아이들이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버리는 일을 하다 보면, 견딜 수 없는 기분이 됩니다. 그때 문득 (우리 시설을 도와준 분들과) 이 마음을 공유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호하루 홈페이지

호하루가 포장한 선물의 프로토타입. 흙이 묻은 장난감을 소중하게 담았다.
호하루가 포장한 선물의 프로토타입. 흙이 묻은 장난감을 소중하게 담았다. ⓒhoharucom
호하루가 포장한 선물의 프로토타입. 흙이 묻은 장난감을 소중하게 담았다.
호하루가 포장한 선물의 프로토타입. 흙이 묻은 장난감을 소중하게 담았다. ⓒhoharucom

그간 게시판에는 ”아이들의 웃는 얼굴을 다시 볼 수 있기를” 등 응원의 댓글이 달렸다. 호하루의 재개장은 오는 11일. 이날 호하루에선 재개장을 축하하는 작은 세리머니가 있을 예정이다. 펀딩 마감을 약 30시간 남긴 현재(8월 10일 오후 4시)까지 518명이 참여해 목표인 400만엔(약 4080만원)을 훌쩍 넘긴 485만엔(약 4950만원)이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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