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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거북 살리는 "쌀 빨대"는 데쳐 먹으면 '파스타 맛'이다

착한 빨대가 등장했다

  • 박세회
  • 입력 2018.08.09 11:55
  • 수정 2018.08.09 11:59
김광필 연지곤지 대표가 개발한 쌀 빨대. 3원 하는 플라스틱 빨대보다 5배 비싸지만, 해양생물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
김광필 연지곤지 대표가 개발한 쌀 빨대. 3원 하는 플라스틱 빨대보다 5배 비싸지만, 해양생물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 ⓒHankyeore

개정된 자원재활용법이 이달부터 시행돼 커피전문점에서는 매장 내에서 일회용 컵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그러나 머그잔 위로 톡 튀어나온 플라스틱 빨대는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플라스틱 빨대는 해양동물에 위협이 된다. 최근에는 플라스틱 빨대가 콧구멍에 박힌 거북의 영상이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하지만 빨대는 자원재활용법 규제 대상에서 빠져 있다. 플라스틱 컵은 다회용 컵으로 대체할 수 있지만, 플라스틱 빨대는 무엇으로 대체할까?

연지곤지 대표 김광필(42)씨는 ‘쌀 빨대’를 개발했다. 쌀가루와 타피오카를 일정 비율로 섞어 만들었다. 자연에서 분해되는 시간은 약 60~90일 정도지만, 그는 지난달 31일 ‘애니멀피플’과 인터뷰에서 “먹는 게 가장 좋은 분해 방법”이라고 말했다. 음료에 넣지 않은 상태에서 한 입 베어 먹으니, 딱딱한 누룽지 맛이 났다. 빨대를 굳이 먹어야 하나 싶지만, 김 대표는 식용에 중점을 둬 관세청 제품 코드도 새롭게 받았다고 한다. 일명 ‘식용 가능한 일회용성 빨대’다. 파리크라상 등 식품 브랜드를 운영하는 에스피시(SPC)그룹과 맥도날드, 버거킹 등에서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지난 2015년 코에 빨대가 박힌 채 발견된 바다거북. 이 거북의 코에서 빨대를 꺼내는 장면이 전 세계에서 큰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2015년 코에 빨대가 박힌 채 발견된 바다거북. 이 거북의 코에서 빨대를 꺼내는 장면이 전 세계에서 큰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Youtube/COASTS

김광필 대표는 왜 쌀 빨대를 개발했을까? 그는 몇 해 전만 해도 환경에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아내가 재활용을 철저히 하는 사람이라, 재활용품을 분리하는 일이 속으로는 귀찮았다고 했다. 그러나 해초로 만든 빨대를 외국에서 보고 착안해 지난해부터 연구한 끝에 쌀 빨대를 완성했다.

“빨대는 분리수거도 안 돼 바다를 둥둥 떠다니죠. 플라스틱을 줄이고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기 위해서 (이런 친환경적인 제품을) 널리 쓰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소신을 밝히는 김 대표이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을 잘 안다. 베트남에서 공장을 운영하면서 원자재를 수급하는 것도 일이지만, 플라스틱 빨대에서 벗어나려는 시장의 움직임도 더디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김 대표의 말을 들어보면, 현재 시중에 납품되는 플라스틱 빨대의 원가는 약 3원 정도라고 한다. 쌀 빨대는 그것보다 5배는 더 비싸다.

그래서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카페 프랜차이즈들이 이익을 내기 위해서 값싼 플라스틱 빨대를 이용하지, 당장에 쌀 빨대를 도입하긴 어려울 것이라 말했다. 그렇지만 “점차 바뀌어 나가야만 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희망은 있다. 그는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연락을 많이 받았다며, ‘쌀 빨대의 값이 플라스틱 빨대보다 비싸더라도 이용할 의향이 있다’는 말을 듣는다고 한다.

김 대표는 ‘지속 가능한 빨대 사업’을 계획 중이다. 교육적인 목적으로 빨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학교나 유치원에 빨대를 기부하는 등 사회 환원 프로그램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컵 그리고 컵 뚜껑까지 다 먹을 수 있는 ‘완전체’ 제품을 내놓고 싶다고 덧붙였다. 현재 그는 친환경적인 물질로 신소재를 개발해 플라스틱을 대체할 여러 제품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성수동의 한 카페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재활용 빨대들. 스테인리스 빨대, 대나무 빨대 등이 있다.
서울 성수동의 한 카페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재활용 빨대들. 스테인리스 빨대, 대나무 빨대 등이 있다. ⓒHankyeore

그가 이렇게 환경을 위한 개발에 몰두하는 이유는 ‘잔소리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다. “더는 사람들이 ‘분리수거하라’는 말을 하지도, 듣지도 않기 위해서”라고 그는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기업뿐만 아니라 소비자들도 변화에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먼저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소비자가 원하면 기업은 바뀌니까요. 만일 매장에서 ‘컵이 다 떨어져 플라스틱 컵에 드리겠다’고 말하면 ‘왜 더 많은 컵을 준비하지 않았나요?’라고 물어봐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더불어 하기 쉬운 일들부터 해나가야지요. 재활용할 때에 생수병에 붙은 비닐은 분리해서 버린다든지요.”

‘먹는’ 빨대. 칼로리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겠다. 인터뷰 끝 무렵 불어서 흐물흐물해진 빨대를 한 입 베어 물면서, “칼로리는 얼마인지 알 수 없겠냐”고 물었더니, “그건 아직 계산을 안 해봐서 잘 모르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어 그는 “끓는 물에 8분 데쳐서 소스에 잘 버무려 먹으면 파스타랑 맛이 똑같다”는 재밌는 답변을 덧붙였다. 쌀 빨대는 8월 20일경에 시중에서 구매할 수 있다.

글·사진 안예은 교육연수생 seoulsouljazz@gmail.com, 남종영 기자/애니멀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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