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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8월 08일 15시 17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8월 08일 15시 17분 KST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전면적 수정이 필요하다

marrio31 via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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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tional Action Plan for the Human Rights, 인권에 관한 국가행동계획, 약칭 NAP)어제 발표되었다. NAP는 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의 인권정책 청사진이 될 것이다. 이 기본계획을 읽어보니 본문만 무려 300쪽이 넘는 방대한 계획이다. 계획을 만든 공무원들, 그 중에서도 주무부서인 법무부 인권국 관계자들의 노고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쪼록 이 NAP가 앞으로 제대로 이행되어 대한민국의 인권수준이 한 단계 올라갈 수 있길 바란다.

나는 NAP수립과는 매우 특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원래 NAP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국가인권위의 권고에 따라 처음으로 도입된 것으로 나는 당시 인권위 정책국장으로서 이 업무의 사무처 책임자였다. 인권위는 이 권고를 하기 위해 3년 이상 대한민국의 인권상황을 조사하였고 그것을 기초로 매우 디테일한 계획안을 만들어 정부에 보냈다. 정부는 그것을 기초로 1차 NAP를 만들었고 이제 그것이 2차를 거쳐 3차까지 오게 된 것이다.

NAP는 헌법의 기본권과 우리가 가입한 국제인권조약의 각종 인권조항을 효율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행동계획(action plan)을 말한다. 헌법의 기본권이, 국제인권조약 상의 각종 권리가 바로 우리 인권현실이 아니다. 그들 권리는 국가정책으로 제대로 집행하지 않으면 종이 위의 권리에 지나지 않는다. 유엔은 바로 이점을 우려해 각 국가에 인권규범의 이행을 위한 현실적 방안을 주기적으로 세울 것을 권고해 왔다. 우리나라가 NAP를 주기적으로 만들어 공표하는 것은 바로 이 권고를 수용한 것이다.

나는 NAP를 보면서, 이 분야 관계자들에게, 이것이 과연 인권증진을 위한 현실적 방안이 되고 있는지를 잠시 생각해 볼 것을 권하고 싶다. 내가 보기엔 NAP의 수립과 집행에 많은 문제점이 그동안 노정되었다. 이것은 NAP 만의 문제가 아니라 최근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앞 다투어 만드는 자치단체 인권정책기본계획에도 똑 같이 적용될 수 있는 문제다. 솔직히 말해 자치단체 인권정책기본계획을 살펴보면 과연 NAP에 대한 기본개념조차 의심스럽다.

1. NAP 근거법이 없다.

아쉽게도 대한민국의 인권 청사진이라고 불리는 이 거창한 인권정책기본계획에 근거법이 없다. 물론 근거법이 없다고 해도 헌법이나 우리가 가입한 국제인권조약 자체가 근거법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정부가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해선 그런 정도의 근거법만 가지고서는 부족하다. 기본계획수립 절차를 정확하게 통제할 수 있는 근거법률이 필요한 것은 불문가지다. 지금 이것 때문에 정부나 인권위는 인권기본법(가칭)의 제정 논의를 하고 있다. 하루 빨리 법제화가 되길 바란다.

2. NAP는 부처별 인권정책 모음집인가?

NAP 수립과정을 보면 할 말이 많다. 지금 NAP 수립과정을 보면 다음과 같은 절차를 밟는다.

인권위 권고(권고 전에 인권위는 전문가 단체에 용역을 주고 그것을 토대로 NAP 권고안을 만든다) → 법무부 중심의 기본계획 조정 → NAP 안 수립 → 국가인권정책협의회(의장 법무장관) 의결 → 국무회의 보고 및 확정

이런 절차는 법무부가 중심이 되어 만든 대략적인 인권정책의 방향에 맞게끔 각 부처의 인권정책을 불러 모아 그것을 재구성하는 방식이다. 나는 이게 가장 큰 문제라고 본다. NAP는 대한민국의 인권 청사진으로서 각 부처가 앞으로 해나가야 할 인권정책의 방향타로서의 의미가 있어야 하는데, 실제는 각 부처가 이미 만들었거나 만들 예정의 정책을 모아 놓은 정책 모음집에 불과하다. 또한 이 과정에서 인권위의 NAP 권고안이 큰 영향력을 끼치는데 그것의 실상은 검증되지 않은 전문가 중심의 용역 보고서에 불과하다.

3. NAP는 인권증진 청사진으로서의 기능을 담당해야 한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인권증진 청사진으로서의 기능을 담당하는 NAP를 만들 수 있을까? 지난 10년 동안 내 경험에 비추어 보면 NAP 수립 방법을 전면적으로 수정하는 게 필요하다. 어떻게? 이렇게 말이다.

(1) NAP와 대통령의 인권 정책 선거 공약의 결합

NAP의 속성상 이 계획을 수립하는 절차를 통할하는 주체는 대통령이거나 대통령의 위임을 받은 최상급 국가기관(총리)이 되어야 한다. 이 기관이 중심이 되어 대통령 선거에서 나온 인권정책 공약을 중심으로 5년 임기 중 어떤 분야의 인권을 어느 정도로 증진시킬 것인지를 심도 있는 토론을 통해 정해야 한다.

(2) NAP 추진방법

NAP 수립을 위한 토론은 시민사회 인사들이 대거 참여하는 공론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 수립 주체는 범국민적인 NAP 추진기구(가칭 NAP추진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 이 위원회가 NAP 공론을 취합하여 추진 주체(대통령 혹은 총리)에게 넘기면 최종적으로 국무회의를 통해 확정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3) NAP의 내용과 수준

NAP는 정부의 인권정책의 청사진이므로 그 내용 속에 각 부처가 만들 이행계획까지 들어갈 필요는 없다(이것은 NAP 추진위에서 할 수 있는 성격의 일이 아님). 즉, NAP는 각 부처에서 앞으로 만들어야 하는 인권정책의 구체적 가이드라인으로서 만들어져야 한다. 그것은 각 부처가 향후 5년간 추진해야 하는 인권정책에 구체적 방향성을 주는 정도면 족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NAP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금지’라는 목표만 정하면 되지 그것을 위한 각 부처의 구체적 이행계획이 들어갈 필요는 없다. 이럴 경우 지금과 같은 300쪽이 넘는 방대한 기본계획은 필요치 않다. 30-40쪽의 계획이면 족하다.

(4) NAP의 이행방법

NAP가 인권정책의 청사진으로서 실효성 있는 기본계획이 되려면 각 부처의 이행계획을 모니터링하는 데 더 큰 관심을 두어야 한다. 이번 3차의 경우를 보면 NAP이 실행과 관련된 것은 총 311쪽의 계획서 중 딸랑 2쪽에 불과하다. NAP에서는 인권정책의 기본방향을 설정한 뒤, 그것이 매년 각 부처에서 어떻게 구체화되는지를 어떤 방법으로 모니터링할 것인지, 모니터링 결과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 어떤 식으로 시정할 것인지 등에 대해 자세한 방법론이 기술되어야 한다.

 *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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