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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톤즈 해체 후 솔로로 돌아온 차승우 "이 노래는 나의 생존신고다"

  • 박세회
  • 입력 2018.08.08 14:21
  • 수정 2018.08.08 17:16
ⓒHuffPost KR/Julie Yoon

‘더 모노톤즈‘라는 밴드가 있었다. 차승우의 새로운 밴드라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됐다. 첫 앨범을 만들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도 개봉을 앞두고 있었다. 사건이 생겼다. 멤버들이 드러머 최욱노의 성폭력을 고발하는 익명의 인터넷 문서를 확인했다. 최욱노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문을 올렸고 밴드는 최욱노를 퇴출했다. 이때 이미 잠정적으로 해체는 결정이 났다. 다만 여러 사람의 이해관계가 얽힌 영화의 개봉에는 힘을 보태자는 생각이었다. 3월 29일 베이시스트 하선형의 성폭력을 고발하는 글이 나왔다. 영화 ‘인투 더 나잇‘의 개봉이 예정되어있던 날이었다. 영화사는 개봉 하루 만에 영화를 내렸고, 밴드는 사과문을 발표하고 해체했다. 약 4달이 흘러 차승우는 솔로 데뷔곡 ‘모모‘(Momo)를 들고 돌아왔다. ‘생존신고’를 하러 왔다는 차승우와 만났다.

노래 듣고 비틀스의 노래 ‘일리노어 릭비’(Eleanor Rigby)가 생각나더라.

폴 매카트니가 예전에 인터뷰에서 자신이 진짜 하고 싶었던 음악의 시작이 일리노어 릭비라고 한 적이 있다. 상징적인 이야기다. 그 노래가 들어있는 앨범이 리볼버기도 하고. 난 뭐 그렇게 거창한 건 아니고 내가 듣고 싶은 걸 내가 만든다는 느낌으로 만들었다. 내가 들어보고 싶은 걸 아무도 들려주질 않으니까 내가 만들었다.

처음에 음악 시작할 때는 다들 ‘내가 듣고 싶은 음악, 내가 어려서부터 익숙한 음악’으로 시작한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남이 듣고 싶어 하는 음악이 뭔지, 팔리는 음악이 뭔지를 고민하게 되지 않나?

그런 걸 아득히 먼 옛날에 고민해본 적은 있었던 것 같은데, ”내가 왜 남들 취향에 맞춰서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리고 나도 한 이십여 년을 굴렀는데, ”어차피 이쯤 왔으면 그냥 내가 제일 신나는 거 해야지”라는 뚜렷한 마음이 있다.

얼마전 무슨 기사를 봤더니 벌써 인디신의 ‘전설’로 수식되더라.

민망하다. 무슨 성과를 냈다고도 생각을 안 하고 계속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해야 할 것도 많은데, 벌써 완결형의 업계 형님처럼 다뤄지는 건 유쾌하지는 않다. 왜 벌써 마침표를 찍으려 하나 싶다.

뒷선으로 밀려나는 느낌인가?

은연중에 그렇게 되지 말자는 의지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계속 다른 스타일을 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HuffPost KR/Julie Yoon

노래를 들어보면 차승우는 참 레퍼런스가 확실한 뮤지션이다. 

새롭게 뭔가를 뚝딱뚝딱 만든다는 게 지금의 나로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음악을 시작할 때부터 해왔던 게 레퍼런스를 내가 재조합해서 내 것으로 만드는 작업이다. 난 그게 ‘새것’이라고 생각한다. 

밴드를 하면 어쩔 수 없이 레퍼런스에 집착하게 되는 것도 있다. 노래를 들려주며 서로 대화를 해야 하지 않나?

그래서 이번에 (솔로를 하면서) 가능성이 많이 열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반대로 뭔가 나를 제어해줄 사람이 없어졌다는 생각도 든다. 밴드를 하면 서로 ‘이거는 좀 오버 아닌가‘, ‘너무 나갔다’라며 견제를 하게 되지 않나? (솔로로 하는 작업은) 그런 완충 장치는 없다. 

이번 노래는 밴드 음악이었다면 절대 하지 못했을 악기 편성이다. 밴드멤버들은 대부분 베이스, 기타, 드럼, 보컬 말고 다른 악기 넣는 거 별로 안 좋아하지 않나?

솔로니까 가능해진 게 있다. ”다 내 마음대로 할거야” 라는 생각이다. 게다가 요새는 로직 등의 시퀀싱 프로그램에 가상 악기 등 스케치 단계에서 써볼 수 있는 게 너무 많다. 이미 상당히 좋은 음질로 뭐든 다 해볼 수 있다. 

오케스트레이션은 어렵지는 않았나?

내가 화성학에 뭐 정통해 있는 것도 아니고, 막상 해보니 아무리 쉬운 코드 진행이라도 악기를 세 개 이상 쌓으면 불협화음이 꼭 나더라.

그래도 1세대 펑크 기타리스트 중에선 가장 화성에 밝은 편 아닌가? 

관심 있는 사람이 나밖에 없는 것 같다.(웃음) 

계속 솔로로 활동할 건가? 

좋은 보컬을 만나면 듀오로 뭔가를 만들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은 한다. 

이번 싱글 ‘모모‘를 설명하면서 ‘파워 팝‘, ‘챔버 팝‘, ‘브라이언 윌슨’ ,‘필 스펙터‘, ‘월 오브 사운드’라는 표현을 썼다. 

‘월 오브 사운드’라는 표현은 60년대 당시로 국한해 생각해야 한다. 지금은 아이유의 노래를 들어도 드럼 비트에 풀 오케스트레이션이 들어가고 겹겹이 쌓인 소리가 꽉 차 있지 않나? 지금은 보편적인 이런 편곡을 처음으로 시도한 필 스펙터의 방식을 ‘월 오브 사운드’라고 한다. 그런데 (내 노래의 스타일을) ‘월 오브 사운드’라고 특정하는 이유는 (그 방식을 그대로 따랐다는 게 아니라) 그 시절 사운드의 질감이나 레트로한 분위기를 좋아해서다. 내가 뭐 특별하고 대단한 걸 구현해냈다는 의미는 아니다. 60년대 필 스펙터나 브라이언 윌슨이 썼던 작풍을 따라 해봤다, 정도로 이해해주면 좋겠다.

멜로디나 편곡 혹은 연주에 들인 것에 비해 가사와 제목에는 좀 애를 덜 쓴 게 아닌가? 

가사는 곡 다 나오고 썼는데, 한방에 썼다. 민망한 가사지만, 그 순간의 나를 표현하는 가장 솔직한 단어들이다. 제목은 결국 안 붙인 거나 마찬가지다. (시퀀싱 프로그램에 이 노래의 프로젝트를 저장한) 파일명이 ‘모모‘였다. 뭔가 다른 걸 생각해봤지만 다 안 어울려서 파일명으로 했다. ‘차차 모모‘하면 귀여우니까.(편집자 주 : ‘차차’는 차승우의 애칭이다)

모노톤즈를 결성하고 나서 보컬리스트 ‘훈조’를 만난 게 좋은 기회라고 했었다. 해체 이후 훈조랑 같이 하는 건 안 생각해봤나?

드럼과 베이스가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되어) 퇴출되고 밴드가 불명예스럽게 막을 내리면서 둘이 거의 동시에 ‘모노톤즈가 연상되는 활동은 앞으로도 아예 하지 말자’는 생각을 했다. 

지금 나온 결과물을 보면 훈조는 안 어울렸을 것 같다. 

그렇다. (이 노래엔) 내 목소리가 차라리 낫다는 생각도 든다. 노래를 잘하는 사람에게 보컬을 시켜보면 기교가 너무 들어가는 경우가 있는데, 이 노래의 장르는 그런 게 없어야 한다. 하고 싶은 음악의 스타일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장르의 쾌감’을 전해줘야 하는 음악이면 내가 하는 게 낫고 보컬리스트 본연의 미덕을 보여줘야 하는 노래면 그런 사람이랑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이게 양립이 되면 나로서는 참 이상적이겠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하는 장르의 스타일을 완벽하게 이해하면서 나보다 40%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 

그렇다. 근데 그런 사람 찾기 참 어렵다. 

밴드 해체와 함께 막을 내린 다큐멘터리 영화 ‘인투 더 나잇’으로 영화사도 손해가 막심했을 것 같다. 

밴드의 해체는 우리 모두가 같이 내린 결론이다. 당시 영화사의 대표도 함께 있었다. 당연히 영화사도 큰 손해를 봤다. 

영화사에 부채의식이 있겠다. 

있다.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네마 달‘의 대표에게 ‘조만간 솔로 작업을 해보려는데 도와달라‘고 먼저 말했다. 뻔뻔하게 철판 깔고 했는데, ‘한번 해봅시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별로 없는 케이스다. 생각해보면, 영화사 대표가 뭐하러 음반을 제작하겠나? 

디지털 음원을 발표하니까 손에 잡히는 것이 없어서 어색하진 않은가? 

어색하다. 우리는 원래 음악을 담은 저장 매체를 수집하는 세대니까, 좋고 싫고의 느낌은 아니지만 허전하다. 적응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세기말을 겪은 세대들은 앨범을 낼 때 커버에 누구 이름을 넣을지 아트는 어떻게 할지 생각이 많지 않나? 이제는 (음원 사이트에 풀리는) 섬네일 하나로 끝이다. 다만, 음악의 본연이 실체가 없는 것이기도 하지 않나?

ⓒYoutube/choimyeon/captured

다음 작업은 섹스피스톨즈에 베이시스트로 몸담았던 글렌 매틀록(Glen Matlock)과 함께 할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들었다. 어떻게 연이 닿았나? 

(지난 6월에 열린) DMZ 피스 트레인 뮤직페스티벌에 글렌 매틀록이 오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밴드로 공연해야 할 곡을 들고 오는데, 밴드를 데리고 올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한국 주최 측이 국내 밴드 멤버를 셋업해 줬는데 내가 섭외됐다. (편집자 주 : 해외 뮤지션이 연주자를 대동하지 않고 오는 경우 국내 밴드를 섭외해 협연을 기획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글렌 매틀록이 한국에 오기 전에 3곡을 보내줬다. 최근에 본인이 솔로 활동으로 하는 노래들로 원래는 밴드 포메이션으로 해야 하는 곡인데, 나랑 둘이 하게 됐다. 

갑자기 일종의 오디션을 보게 된 건가? 

비슷하다. 이 사람이랑 무대에서 어깨를 나란히 해야 하는 건데, 첫 합주에서 만족하지 못하면 나로서는 불명예가 아닌가? 신경을 많이 썼다. 글렌 매틀록은 섹스 피스톨즈에서는 아주 짧게 활동했고, 그 이후에 ‘리치 키즈‘라는 파워 팝 밴드를 비롯해 훨씬 긴 음악 활동을 이어왔다. 나로서는 관심이 있어 지켜보던 뮤지션인 만큼 그 사람이 걸어온 음악의 길이랑 바이브를 맞춰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연주를) 좋아하더라. ‘뭔가 좀 아는 것 같은데’라는 느낌이었다. 같이 하자는 얘기도 먼저 꺼냈다. ”너 솔로 활동 한다며? 나중에 내가 도와줄 거 있으면 얘기해라. 런던에 내 스튜디오가 있으니 같이 뭔가를 해보는 것도 좋겠다”고 하더라. 이번 싱글도 들려줬는데 좋다고 하더라. 아마 두 번째 싱글은 같이 작업할 것 같다.

런던에 가기만 하면 되는 건가? 

둘이 메일을 계속 주고받고 있는데, 옆에서 도와줄 사람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글렌 매틀록과의 협연을) 아예 콘텐츠로 만들자는 얘기가 나와서 계획을 짜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다큐멘터리 형태의) 영상 콘텐츠가 아마 가장 중요한 부분일 것이다. 

밴드를 해체하고 싱글을 들고 나왔고, 다음에도 또 싱글을 낼 예정이라는 건데, 자신에게 동기부여를 하는 건가?

3월에 모노톤즈가 해체를 했으니, 사실 작업을 서둘러서 한 거다. 이번 싱글이 (팬들에게는) ‘생존신고‘고, 나 자신에게는 동기부여다. 다음 작업을 위한 스텝을 밟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당장 ‘앨범을 만들자’고 하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도중에 기운도 빠질 것 같았다. 일단 이걸로 웜업을 좀 하자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말은 이렇게 해도 앨범 작업하는 것 처럼 손이 많이 가더라. 힘 빼고 간단하게 가자고 했으나 그렇게 되지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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