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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의원의 ‘성정체성' 발언과 주류 개신교의 동성애 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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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연일 국군기무사령부 문건 내용을 폭로하고 있는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을 향해 그의 성정체성을 문제 삼으면서 성정체성이 혼란스러운 사람은 군 개혁을 말할 자격이 없다고 했다. 임 소장은 이에 대해 “나는 이미 20년 전에 커밍아웃했고, 성정체성에 혼란이 없다. 김성태 의원은 자신의 헌법 정체성이나 분명히 하라”고 맞받아쳤다. 통쾌하다. 임 소장의 발언이 지금도 숨어서 혼자 고민하고 있을 성소수자들에게 자신의 성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털고 성적 존재로서 자신을 긍정할 수 있는 유쾌한 힘을 주게 되면 좋겠다.

성소수자 역시 국민이다.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차별하는 것은 국제법으로나 국내법으로나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 우리 헌법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고 누구든지 성별, 종교,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차별을 받지 않는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서는 성적 지향을 이유로 차별하는 행위를 분명히 금하고 있다.

김성태 의원의 발언은 성소수자에 대한 그 자신의 차별적 인식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성소수자들에 대한 다수 대중의 혐오를 은근히 부채질하여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자 하는 물타기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국민의 헌법적 기본권을 옹호하고 보호해야 할 국회의원이 결과적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짓밟는 편에 선 것이다. 김성태 의원의 발언에는 있어야 할 세가지가 없다. 첫째 인간에 대한 기본적 예의가 없고, 둘째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할 줄 아는 교양이 없으며, 셋째 국회의원으로서 기본적 소양이 없다.

군 개혁과 성정체성은 아무 관련이 없다. 동성애자든 이성애자든, 군대를 갔다 왔든 안 갔다 왔든 군 개혁은 누구나 요구하고 발언할 수 있다. 그런데도 제1 야당 원내대표라는 사람이 공공연하게 이런 ‘물타기’ 발언을 하는 것은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개신교를 비롯한 대중의 동성애 혐오이다. 최근 한국 개신교의 성소수자들에 대한 공격은 위험수위를 넘어 거의 불법적인 수준에 이르렀다.

작년에는 개신교 주요 교단들이 성소수자를 돌보는 여성 목회자를 이단으로 몰더니 급기야 최근에는 개신교의 대표적인 교단 소속 신학대학에서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을 맞아 무지개색으로 옷을 맞춰 입고 예배에 참석한 학생들을 징계했다. 이것은 사상의 자유라는 헌법적 기본권을 무시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는 언제나 가장 낮은 자리에서, 약자들의 자리에서 그들과 함께하며 그들의 입장을 옹호했던 예수의 복음의 원칙에도 위배된다. 교회에 의해 복음이 짓밟히는 상황에 비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생물학적으로나 인류학적으로 다수는 아니라도 동성애는 언제나 자연 생명과 인간 삶 속에 있어왔다. 만일 동성애나 양성애가 소수지만 분명히 존재하고, 그들에게는 그것이 부자연스럽지 않다면, 동성애자에게 이성애를 강요하는 것이야말로 자연의 이치와 하느님의 창조행위를 거스르는 것이 아닐까? 그것은 이성애자에게 동성애를 강요하는 것만큼이나 부자연스럽다.

예수는 이웃을 사랑하라고 했는데, 최근 개신교 대표 집단에서 벌어지고 있는 동성애자와 그들을 돕고 지지하는 사람들에 대한 폭력적인 조치들은 이웃 사랑이라는 복음의 원뜻에 일치하는가? 이방인인 우리가 할례받은 유대인이 되지 않고도 교회에 받아들여질 수 있었듯이, 동성애자가 이성애자가 되지 않고도 교회와 사회의 온전하고도 평등한 일원으로 받아들여질 수는 없는 것일까? 동성애자를 이성애자로 개조하고 나서야 온전한 신자로 받아들이겠다는 교회의 아집에서 할례를 고집했던 초대 교회 율법주의자들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옛날 유럽에서는 수탉이 알을 낳는 “가증스럽고 부자연스러운 죄”에 대해 수탉을 앞에 놓고 재판을 해서 산 채로 화형에 처했다고 한다. 아마도 당시 해부학의 수준으로는 그런 변이를 설명하지 못해서 벌어진 일일 것이다. 성소수자들에 대한 개신교인들의 적대적인 태도를 접할 때마다 이 일화가 떠오른다. 암탉이 알을 낳는다는 것은 경험적 진실일 뿐, 정말로 모든 생명체가 암수로만 구성되어 있는지, 암수의 구별을 어떻게 하는지는 자명하지 않다. 그리고 자명하지 않은 것을 자명한 듯이 강요할 때 소수자나 예외적인 집단은 산 채로 불태워진 저 불쌍한 수탉의 신세가 된다. 날도 더운데 그만들 하시면 좋겠다. 너무 뜨겁지 않은가.

* 한겨레 신문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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