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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년 된 대구 달성공원 동물원에 사는 동물들은 폭염을 이렇게 보낸다 (사진)

서울대공원 코끼리는 얼음이라도 먹지만, 대구 코끼리에게는 아무것도 없다. 콘크리트밖에.

2일 낮 12시께 대구 중구 달성공원 동물원 코끼리사에서 아시아 코끼리가 내실 건물 입구에 생긴 작은 그늘에서 햇볕을 피하고 있다. <a href='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856343.html?_fr=mt2#csidxffdd724d25c1da1abc2cda59a605ab0'></div><br /></a>
2일 낮 12시께 대구 중구 달성공원 동물원 코끼리사에서 아시아 코끼리가 내실 건물 입구에 생긴 작은 그늘에서 햇볕을 피하고 있다. 
ⓒ한겨레

지난 2일 낮 12시께 대구 중구 달성공원 동물원 호랑이 우리에서 뱅갈 호랑이 한 마리가 방사장으로 어슬렁거리며 걸어나왔다. 호랑이는 건물이 만든 작은 그림자 속만 맴돌다 더는 못견디겠다는 듯 이내 들어가 버렸다. 다른 두 마리는 아예 모습을 감췄다. 따가운 햇볕이 내리쬐는 방사장 흙바닥에는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작은 물웅덩이 하나만 덩그러니 보였다.

아시아 코끼리 두 마리도 폭염과 함겨운 싸움을 했다. 한 마리는 아예 보이지 않았고, 다른 한 마리는 내실 어귀에 생긴 작은 그늘에 큼지막한 몸을 밀어넣었다. 내실 건물 위쪽에서 물웅덩이로 작은 물줄기가 떨어지자, 꿈쩍도 하지 못하는 코끼리는 물웅덩이에 고인 물을 들이켰다. 코끼리 우리도 풀 한 포기 없는 흙바닥이었다.

‘밀림의 왕’ 사자 세 마리도 폭염을 피해 내실에 틀어박혔다. 불곰 한 마리가 있는 불곰 우리 방사장에도 물웅덩이 주변에 그늘막만 드리워져 있을 뿐 불곰은 보이지 않았다. 달성공원 동물원에서는 침팬지가 사는 내실에만 유일하게 냉방기가 설치돼 있다.

서울대공원 동물원 호랑이가 인공눈을 맞고 있는 모습(왼쪽)과 대구 달성공원 동물원 호랑이가 그늘에서 더위를 피하고 있는 모습(오른쪽). 
서울대공원 동물원 호랑이가 인공눈을 맞고 있는 모습(왼쪽)과 대구 달성공원 동물원 호랑이가 그늘에서 더위를 피하고 있는 모습(오른쪽).  ⓒ서울대공원 제공, 한겨레

지난 6월 기준으로 달성공원 동물원에는 포유류 23종 95마리 등 모두 79종 698마리의 동물들이 살고 있다. 달성공원 동물원 사육사들은 폭염이 계속되자 호랑이와 사자에게 얼린 닭고기와 소고기를 먹이고 있다. 불곰에게는 사과, 고구마, 당근 등을 물과 섞어 얼린 ‘아이스바’를 만들어준다. 또 동물들에게 자주 물을 뿌려주고 있다.

하지만, 이것뿐이다. 달성공원 동물원은 지어진 지 50년이 다 된 낡은 동물원이라 콘크리트 물웅덩이나 그늘막을 빼면 특별한 폭염 대비 시설이 없다.

폭염이 힘겹기는 마찬가지지만 다른 대형 동물원들은 달성공원 동물원보다 형편이 낫다. 서울대공원 동물원은 시베리아 호랑이에게 인공눈을 뿌려준다.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엔 동물들을 위해 나무그늘과 폭포 등이 설치돼 있다. 부산 부산진구에 있는 동물원 삼정더파크는 동물원 곳곳에 물 안개를 뿌려주는 ‘쿨링 포그’를 설치했다. 동물원 대전오월드엔 동물우리마다 스프링클러 시설을 갖추고 있다.

달성공원 동물원에서 26년째 사육사로 일하는 정덕채(57)씨는 “사람은 덥다고 말을 하지만, 동물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 그래서 사육사들이 일일이 행동이나 숨소리 등으로 동물들의 건강 상태를 검사하고 있다. 사육사 대부분이 자기가 맡고 있는 동물들이 신경쓰여 여름 휴가도 가지 못한다. 열대지역에서 태어난 동물이라 하더라도 현재 사는 환경에 적응하기 때문에 더위를 안 타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대구 낮 최고기온은 37.2℃였다. 

서울대공원 동물원 코끼리가 나무에 달린 얼음과일을 먹고 있는 모습(왼쪽)과 대구 달성공원 동물원 코끼리가 그늘에서 더위를 피하고 있는 모습이 매우 대조적이다.
서울대공원 동물원 코끼리가 나무에 달린 얼음과일을 먹고 있는 모습(왼쪽)과 대구 달성공원 동물원 코끼리가 그늘에서 더위를 피하고 있는 모습이 매우 대조적이다. ⓒ서울대공원제공, 한겨레

대구시가 무료로 운영하는 달성공원 동물원 시설은 전국에서 가장 낡은 편이다. 이 동물원은 삼국시대에 만들어진 성곽인 대구 달성 안에 있다. 1970년 문화재인 달성 안에 무리하게 동물원을 지었다. 동물원 어귀엔 ‘1970년 달성공원에 동물원이 개원되자 박정희 대통령 각하께서 깊은 관심을 표하시어 시민의 정서생활을 위해 꽃사슴 5마리를 기증해 주셨다’고 적힌 비석이 아직 남아있다.

문화재 안에 있는 탓에 달성공원 동물원은 다시 짓거나 보수하려면 문화재청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제대로 보수 한 번 하지 못했다. 2000년대 들어서며 동물원의 노후화 문제가 불거지자 그제서야 대구시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대구시는 2001년 민간 사업자를 구해 대구 수성구 구름골지구에 사파리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하지만, 민간 사업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해 5월 구름골지구에 공영개발 방식으로 2022년까지 직접 동물원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현재의 열악한 달성공원 동물원 시설과 관련해 대구시는 언젠가 다른 곳으 옮겨야 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예산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이 동물원 전체 예산은 36억원이었는데, 이 중 절반이 달성공원 관리사무소 직원 33명(수의사 3명·사육사 11명 포함) 임금이다. 관리사무소는 남은 예산으로 동물우리(9414㎡)를 비롯해 공원 전체(12만9700㎡)를 관리하고 있다. 관리사무소 쪽은 “현재는 시설을 개선할 상황도 아니고 그럴 예산도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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