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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서 유행인 '큐어넌 음모론'은 대체 무엇인가?

최대한 쉽게 설명해보겠다.

  • 허완
  • 입력 2018.08.03 14:54
ⓒBloomberg via Getty Images

큐어넌(QAnon) 음모론이 현실에 비집고 들어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유세장에 음모론자들이 나타나고, 백악관 기자단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이 등장한다. 반자동식 소총 AR-15로 무장한 채 장갑차를 몰고 후버 댐으로 달려가 정부에게 분명히 밝힐 것을 요구했던 시민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그게 대체 뭐길래?

하루종일 인터넷의 가장 음습한 곳들만을 돌아다니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해하기 쉽지 않은 현상이다. 이 음모론은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쉴새없이 진화하고 있어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 비교적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보겠다.

ⓒBloomberg via Getty Images

 

큐어넌은 무엇인가?

큐어넌의 Q는 4chan과 8chan 게시판에 익명으로 글을 올리는 ‘Q’라는 사람이다. 지난해 가을에 처음 등장한 Q는 자신이 고위급 정부 관계자에게만 주어지는 기밀취급권과 내부 정보 접근권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넌’(Anon)은 Q처럼 익명으로 활동하는 게시판 유저들을 가리킨다. 그들은 Q가 정기적으로 온라인에 흘리는 ‘떡밥’(breadcrumbs)을 열심히 조사한다.

이 떡밥들은 애매모호하며, 가짜뉴스(fake news)!, MSM(주류 매체)! 진보주의자들(Libs)! 같은 트럼프 시대의 정치 유행어들이 자주 등장한다. 큐어넌 팔로어들이 Q의 숨은 의미를 해독하며 상상력을 마구 발휘할 여지가 있는 셈이다. Q의 흔한 ‘떡밥’은 이런 식이다.

ⓒREDDIT

 

Q가 지난해 11월부터 올리기 시작한 이런 메시지들을 본 팔로어들은 다양한 음모론에 빠져들고 또한 이를 퍼뜨리고 있으나, 이중 상당수는 한 가지 큰 결론으로 귀결된다. 트럼프가 사실은 로버트 뮬러 특검과 손잡고 엘리트 진보주의자들과 헐리우드 아동성애자들의 딥스테이트 음모단들을 적발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큐어넌 팔로어들은 ”태풍”이 다가오고 있으며, 쿠바의 미군 시설인 관타나모 베이 수용소에 민주당 고위 인사들이 갇히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Rick Loomis via Getty Images

 

트럼프 유세에 큐어넌 관련 문구가 등장하는 이유는?

겉보기에 평범한 사람들에게 큐어넌이 갖는 매력 중 하나는 이것은 마치 뷔페와도 같다는 점이다. 마음에 드는 음모론을 골라잡고, 당신의 입맛대로 양념을 칠 수 있다.

힐러리 클린턴에게 뭔가 꿍꿍이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FBI의 클린턴 이메일 수사에 대한 법무부 감사실의 보고서에 무언가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큐어넌의 음모론 중 자기 구미에 맞는 것을 고르면 된다.

피자게이트가 아직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엘리트 진보주의자와 배우들이 지하 아동 감옥을 활용하고 있다는 사람도 큐어넌은 기꺼이 받아들인다.

여기까지만 봐도 황당하겠지만, 데일리비스트의 윌 좀머가 1일 밝혀낸 최신 음모론을 하나 소개하겠다. Q는 사실 존 F. 케네디 주니어(1960~1999)이며, 20년 전에 사망한 척하고 숨어지내다가 이제 4chan에서 트럼프 지지자들만 알아들을 수 있는 암호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이론이다.

흥미로운 큐어넌의 실수: Q를 자처하는 사람은 오늘 피자게이트를 물고 늘어지며 포데스타 이메일에서 음식 관련 ‘암호’가 있다는 언급을 두 개 올렸다. 그랬다가 피자게이트에 올인하면 큐어넌 그룹이 금지당할 거라는 사실을 깨달은 모양이다. 다음 포스트: 아, 그거 내려!

 

미친 소리 아니냐는 생각이 들 만도 하다. 하지만 큐어넌은 망상을 현실에 끌어들일 정도의 에너지와 헌신을 품은 추종 세력을 모았다. 피자게이트와 같은 음모론을 봐서 우리가 알고 있듯, 그 결말은 좋지 않다.

‘우리가 Q’(We are Q)라는 문구나 그들의 모토인 ‘우리 중 한 명이 가면 우리 모두가 간다’(where we go one, we go all) 등이 쓰인 셔츠를 입고 팻말을 든 추종자들은 트럼프가 여는 행사에 나타나고 있다. 7월31일 플로리다 탬파에서 열린 트럼프 지지자 집회가 좋은 사례다. 뉴스 보도에서 이들을 적극적으로 다루지는 않았지만, ‘미디어 엿먹어’(fuck the media) 티셔츠를 입은 관중들 옆에서 팻말을 흔드는 큐어넌들이 생방송 화면에 등장했다.

 

큐어넌 현상은 백악관이 언급해야 했을 정도로 커졌다. 1일 기자 브리핑에서 새라 허커비 샌더스 대변인은 대통령이 큐어넌과 같은 미친 운동의 팔로어들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대통령은 다른 개인에 대한 폭력을 선동할 수 있는 모든 단체를 규탄하고 비난하며, 그러한 행동을 지지하는 단체를 결코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큐어넌 섭레딧 /r/GreatAwakening의 모더레이터들은 자체 성명을 발표하여 자신들은 샌더스 대변인이 말한 것과는 다르다고 밝혔다.

“/r/GreatAwakening의 우리들은 다른 개인에 대한 폭력을 선동할 수 있는 모든 단체를 규탄하고 비난하며, 그러한 행동을 지지하는 단체를 결코 지지하지 않는다.”

6월15일 매튜 라이트라는 남성은 AR-15 반자동소총을 소지하고 장갑차를 몰아 네바다-애리조나 주경계에 있는 후버 댐 근처 다리로 달려가 힐러리 클린턴의 이메일 수사에 대한 법무부 감사실 보고서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그 주에 이미 공개된 보고서였다.)

애리조나주 투손에서는 ‘순찰하는 재향 군인’(Veterans on Patrol)이라는 단체가 큐어넌의 수사 기술을 활용해 사막에서 아동성애자와 아동 성매매 지하 감옥 사냥에 나섰다. ‘순찰하는 재향 군인’을 만든 마이클 루이스 아서 메이어는 과격주의자로 잘 알려진 인물로, 사유지 무단침입 혐의로 체포되었다.

ⓒJoe Raedle via Getty Images

 

한편 인터넷에서 목소리가 큰 멍청이들이 큐어넌을 퍼뜨리고 있다. 배우 로잔느 바, 메이저리그 투수였던 커트 실링, Inforwars의 알렉스 존스, 마인크래프트를 만들었으며 피자게이트를 지지하는 마커스 ‘노치’ 퍼슨이 큐어넌에 합류했다. 곧 트위터를 통해 큐어넌 지지를 밝히는 국회의원이 나타날 것 같을 정도다.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큐어넌은 미국 일부 우파에 스며든 불만과 박해당한다는 느낌을 잘 포착했다. Q를 자처하는 사람(들)은 이야기를 어떤 식으로든 마음대로 끌고 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 같다.

정치적 불만과 피해망상은 이제 게임이 되었다. 쇼를 즐기길.

 

* 이 글은 허프포스트US의 What Is QAnon? The Donald Trump-Centric Conspiracy Theory Isn’t Going Away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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