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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루저라고 생각하는 남성들은 왜 여성에게 분노를 돌리나

그들은 자신들과 섹스하려 하지 않는 여성들에게 분노를 터뜨린다.

  • 김도훈
  • 입력 2018.08.01 15:22
  • 수정 2018.08.01 15:25
ⓒJI SUB JEONG/HUFFPOST

금요일 밤. 수백 명의 남성이 lookism.net의 게시판을 보고 있다. 새 멤버가 로그인해서 자기 얼굴 아랫부분 사진 두 장을 올린다.

“이걸 고치려면 어떤 수술/임플란트가 필요할까? 보다시피 나는 아래턱이 쑥 들어가있다.”

곧 답이 달린다. “턱만이 문제가 아니다. 윗입술도 들어가있다. 비용을 댈 수 있으면 턱교정수술을 하라. 힘들면 턱 임플란트나 턱끝성형을 하라. 턱선 임플란트(jaw angle implant)도 알아보라. 저축을 시작하라.”

남성들이 다른 남성들에게 외모 평가와 조언을 구하는 포스팅이 밤새도록 올라오는 이 게시판에서는 흔한 대화다.

“내 얼굴을 평가해 달라.”, “내가 못생겼다는 건 나도 안다.”, “코 수술에 7천 달러를 썼다.”. “내 옆모습을 있는 그대로 찍은 사진을 보면 내가 인간 이하라는 게 드러난다.”, “집밖으로 나가기도 싫다. 남의 눈에 띄는 게 싫다.”, “틴더 가입 후 첫 24시간 동안 매치가 없으면 끝난 건가?” 저스틴 비버와 제인 말리크의 두개골 크기를 비교하며, 둘 중 누가 더 남성다운 머리 모양을 가졌는지 꼼꼼히 평가하기도 한다.

ⓒLOOKISMNET

자신의 외모에 불만을 품은 수많은 젊은 남성들이 lookism.net 등의 익명게시판에 모여 자신들의 외모를 분석하고 개선 방법에 대한 자세한 팁을 주고받는다. 이러한 외모 개선을 그들은 룩스맥싱(looksmaxing)이라고 부른다. 이 사이트에서는 페니스 늘리기, 눈썹 보톡스, 손목 키우기, 목 트레이닝, 콧구멍 줄이기, 3D 프린트 두개골 임플란트 등의 희망 시술과 ‘대응 전략’을 자세히 의논한다.

Lookism.net은 자칭 인셀(incel), 즉 ‘비자발적 순결주의자(involuntarily celibate)’ 남성들을 위한 사이트를 자처한다. 유저들은 자신들의 결점을 알고 있으며 ‘탈출할 수 없는 감옥에 갇힌 채 태어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이곳 회원 중에는 외모 때문에 여성들을 성적으로 유혹하지 못한다고 말하는 젊은 남성들이 많다. 하지만 섹스만이 전부는 아니다. 룩스맥스 게시판은 수치, 증오, 권리(entitlement 주: 이 남성들이 마땅히 여성의 사랑과 섹스를 얻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함을 가리킴)의 반향실이다. 유저들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결점에 집착하며 자신들과 섹스하려 하지 않는 여성들에게 분노를 터뜨린다. 이들은 자신이 섹스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셀이 살인을 저지를 때

외모에 따른 차별인 외모지상주의(lookism)는 실제로 존재한다. 연구에 따르면 매력적이지 않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은 더 적은 돈을 벌며 취업 기회도 적다고 한다. 한 연구는 배심원들은 잘생겼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유죄 선고를 하는 확률이 더 낮음을 밝혔다.

그러나 로맨틱 혹은 섹슈얼한 맥락에서 차별 당했을 때 남성과 여성의 반응은 아주 다르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여성들은 거절 당했을 때 내면화하거나 자책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남성들은 반발하는 경향이 있다.

“남성들은 거절을 자신의 남성성에 대한 도전이나 스스로 생각하는 사회적 계층 내의 자기 자리에 대한 모욕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여성들은 거절에 의해 감정적으로 상처 받고, 자신에게 뭔가가 부족해서 거절당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더 많다. 여성들에겐 ‘극복하라’는 메시지가 주어지지만, 남성들은 ‘되갚아주어야’ 한다고 느끼곤 한다.”

“되갚아 주겠다”는 충동은 인셀 집단에서 널리 논의된다. 극단적인 회원들은 여성들과 여성들이 선택한 성적 파트너들에게 반격할 폭력적인 운동을 공개적으로 논의한다.

이 남성들은 스스로를 가리켜 흔히들 “유전 복권의 패배자들”이라고 부른다. 모든 회원들이 여성을 증오하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독설을 퍼붓는 광신적인 여성혐오자들이 인셀과 룩스맥스 네트워크에 몰려들어 덜 극단적인 남성들을 밀어냈다.

ⓒINCELOCALYPSETODAY

과격한 인셀들에게 있어 연애와 섹스는 그들을 무력화시키는 불평등으로 가득 차 있다. 그들은 여성은 외모와 상관없이 섹스할 상대를 찾을 수 있지만, 못생긴 남성은 강제력 또는 돈을 사용해야만 섹스할 수 있다고 믿는다. 또한 여성들은 오직 잘생긴 남성에게만 관심이 있다고 믿는다.

여성에 대한 이런 뒤틀린 시각은 폭력적인 분개심을 부추긴다. 1년 안에 1백만 건이 넘는 포스트가 올라온 극단적 인셀 게시판 incels.me에서는 여성들이 매력적이지 않은 남성들의 섹스할 ‘권리’를 부인했기 때문에 여성에 대한 폭력은 정당화된다는 주장이 일상적으로 올라온다.

“여성과 사회는 우리를 낙담시켜 외로움과 우울에 빠지게 했다. 외모에 대한 그들의 집착은 그들의 기준에 맞지 않는 우리 중 많은 사람들을 분노와 살인 성향으로 내몰았다. 이것은 정신질환의 결과가 아니고, 편견이 있는 행동에 대한 정상적 반응이다. 우리가 좋은 행동을 하든 나쁜 행동을 하든 결코 보상을 받지 못하는데, 인셀(못생긴 남성)들이 당신들의 사회적 규칙을 따를 인센티브가 무엇이 있는가? 당신을 조롱한 여자들로 가득한 여학생 클럽들을 총으로 쏘지 않을 이유가 뭔가?” 한 회원이 4월에 쓴 글이다.

2014년에 6명을 죽이고 자살한 엘리엇 로저(22)는 자칭 인셀이었다. 로저는 인셀 게시판에서 영감을 주는 존재로 칭송받는다. 캘리포니아주 이슬라 비스타에서 범행을 저지르기 전날, 그는 유튜브에 ‘응징’(Retribution)이라는 영상을 올려, 근처 여학생 클럽 회관에서 눈에 띄는 “모든 버릇없고 거만한 금발 x년들(slut)을 다 학살하겠다”는 계획을 자세히 밝혔다.

“여자들, 내가 너희들을 가질 수 없다면 너희들을 파괴하겠다. 사실은 내가 우월한 사람, 진정한 알파 메일이라는 걸 너희들은 마침내 보게 될 것이다.” 로저가 영상에서 한 말이다.

ⓒFACEBOOK

인셀과 룩스맥스 게시판에서는 엘리엇 로저의 머릿글자를 딴 “ER한다”(going ER)는 말을 쓴다. “ER하는” 꿈을 꾼다는 남성들의 포스트도 많다. 로저의 범행 후 비슷한 다른 공격들이 있었다. 올해 4월 한 남성이 토론토에서 행인들에게 밴을 몰고 돌진해 여성 8명과 남성 2명이 숨졌다. 피의자 알렉 미나시안(25)은 학살 직전에 페이스북에 “‘인셀들의 반란’(incel rebellion)은 이미 시작되었다!”며 “채드와 스테이시(Chads and Stacys)들을 전부 타도할 것”이란 글을 올렸다. 채드와 스테이시는 잘생긴 남녀를 가리키는 인셀들의 말이다.

7월 22일에 토론토에서 한 남성이 여성과 10세 소녀를 총으로 쏴죽이는 사건이 일어나자, 인셀 게시판은 자신들과 비슷한 인셀의 소행일 수 있다며 흥분으로 들썩거렸다. 경찰은 아직 범행 동기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2011년에 77명을 죽인 노르웨이의 극우 테러리스트 아네르스 브레이비크(당시 32세) 역시 폭력적 여성혐오를 표현했으며 자신의 외모에 집착했다. 그는 공격 전에 이마, 코, 턱에 미용 성형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인셀 커뮤니티에서 여성혐오자 ‘영웅’으로  떠받드는 최근의 대량 살인범들로는 2009년에 펜실베이니아에서 여성 에어로빅 클래스를 공격해 3명을 죽이고 자살한 조지 소디니, 2007년에 버지니아에서 두 여성을 스토킹하다가 32명을 죽인 조승희, 1989년에 몬트리얼 공대에서 남학생과 여학생을 구분한 다음 총을 쏴 여성 14명을 죽인 마크 르팽 등이 있다.

이에 비해 거절당했다는 이유로 광란의 살인을 벌인 여성은 한 명도 없었다. 기자 럭스 알프트롬이 올해 스필린터 사이트에 쓴 바와 같이, “‘성적 매력이 없는’ 여성들은 살인을 저지르고 다니지 않는다.”.

ⓒJI SUB JEONG/HUFFPOST

 

남성 vs. 거울: 완벽함을 위한 탐색

온라인에서 카일 인셀이라는 이름을 쓰는 남성은 매일매일이 악전고투 같다. 평범한 외모의 23세인 카일은 최근 몇 년간 유튜브 채널에 자신의 외로움과 자신을 힘겹게 하는 불안감에 대한 영상 수십 개를 올렸다. 현재 이 채널은 삭제된 상태다.

감정을 잔뜩 담은 한 영상에서 카일은 떨리는 목소리로 “나는 남성에게 중요한 유일한 털을 잃고 있다. 아주, 아주 빨리 빠지고 있다. 나는 대머리가 어울릴 두상이 아니다.”고 말한다.

그는 “외모 때문에 편견의 대상이 된다고 느끼는” 자기 같은 사람들의 커뮤니티를 찾고 싶어서 록스맥스 게시판들에 가보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우정을 찾지 못했다. 거기서 보고 연구한 룩스맥스의 기준에 대한 강박관념을 갖게 된 것 같았다. “그 생각만 한다. 영원히 내 마음속에 있을 것이다.”

카일은 평범한 기준으로 봤을 때 잘 생긴 편이고, 영상에도 그런 댓글이 많이 달렸지만, 카일은 잘 눈에 띄지도 않는 탈모가 계속된다면 자살하겠다고 여러 차례 위협했다. 그는 이번 기사를 위한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Lookism.net의 한 회원은 이 게시판이 자신의 삶에 어떤 유해한 영향을 주었는지 설명하는 긴 글을 최근 레딧에 올렸다. “내가 내면적으로 얼마나 공허하고 죽어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드는지 설명조차 못하겠다.” 그는 Lookism.net에서 8시간을 보낸 뒤에 이 글을 썼다. “얼마 남아있지 않았던 자존감까지도 파괴해버렸다.”

Lookism.net의 남성 유저들이 주고받는 외모개선에 대한 충고는 굉장히 구체적이다. “남성의 턱은 사각형이고 넓은 것이 이상적이다. 둥근 턱도 용인되긴 하나 사진을 가장 잘 받는 형태는 아니다. 뾰족한 턱은 아주 여성적이며, 반드시 성적인 사형 선고라거나 의심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다른 남성적 이목구비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 최근의 한 포스팅이다.

미국 남성들 사이에서 전반적으로 외모에 대한 집착이 커지고 있는 것 같다. 미국 성형외과 학회의 통계를 보면 최근 10년간 남성 대상 미용 수술 건수가 급증했으며, incels.me 커뮤니티의 최근 비공식 설문조사에 의하면 참여한 292명의 회원 중 절반 이상이 수술을 고려해 보았다고 한다.

포브스에서 ‘남성 수술의 대표 주자’라 칭한 더글라스 스타인브레크 박사는 자신을 찾아오는 남성 환자가 불과 4년 전에 비해 10배 늘었으며, 이제 자신이 진료하는 환자의 남녀 비율은 4:1에 달한다고 말한다. 그의 인기 시술 중에는 ‘남성 모델’ 패키지라는 것이 있는데, 턱 키우기, 가슴과 엉덩이 근육 키우기, 지방흡입술, 팔과 어깨 키우기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가 제공하는 시술들의 가격은 6000~25000달러 선이다.

스타인브레크는 소셜 미디어가 “우리 문화에 완전히 지진과 같은 변화”가 일어났다고 한다. “모두가 좌우로 스와이프하고 있는” 세상에서 남성성과 남성의 완벽한에 대한 생각이 크게 달라졌다는 것이다.

 

거절과 자아 성찰

인셀 및 룩스맥스 게시판의 남성들은 자신은 여성들의 ‘외모지상주의’ 차별의 피해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거울 속의 모습을 보며 끝없이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들은 여성들이 얄팍해서 경멸한다고 말하지만, 툭하면 여성들이 뚱뚱하다고 조롱하고, 아름다운 여성과 사귀고 섹스하는 것에 대해 강박적으로 이야기한다.

‘외모에 대한 여성들의 집착은 그들의 기준에 맞지 않는 우리 중 많은 사람들을 분노와 살인 성향으로 내몰았다’고 주장한 남성은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여자친구의 외모 체크리스트를 만들었다. “비교적 도톰한 입술, 큰 [가슴], 빵빵한 엉덩이 … 희지는 않지만 밝은 피부색. 짙은 색 머리도 괜찮지만 밝게 염색해야 한다. 얼굴은 예뻐야 한다. 그 무엇보다 그게 중요하니까.” 그는 자기 계정에 로저 사진을 올려두었다. 이 사이트 회원들 중에는 로저 사진을 올린 사람들이 정말 많다.

“[인셀들은] 자기 자신이 아닌 표적을 찾아야 한다. 즉 그들은 자기 행동에 책임지길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셀 환자들을 만나본 워싱턴주의 심리 세러피스트 샘 루이의 말이다. “이런 서클 내에서 지속될 수 있는 운명론적 사고방식이 있다.  거절을 많이 당할수록 아무도 당신을 원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강화된다 … 하지만 당연히 얻을 권리가 자신에게 있다는 생각도 품고 있다. 섹스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여성들이 자신을 좋아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현실감이 아주 부족하다.”

룩스맥스 게시판에서 동지애와 지원이 아닌, 고립을 부르는 집착을 발견한 인셀들이 많은 것 같다.

디피트(Defeat 패배)라는 유저네임을 쓰는 남성은 2015년에 Lookism.net에 가입한 이래 거의 7000개의 글을 올렸다. 그 중 한 글에서는 “정말 나는 4년 동안 집밖으로 안 나갔다.”고 밝혔다. 그는 몇 년 전에 자신을 거절한 여성에게 복수하기 위해 ‘룩스맥싱 식이요법’을 철저히 따르고 있다고 한다.

“나는 새 셀카를 페이스북에 올리고 그녀에게 들이밀고 싶다 … 거의 다 됐다. 이제 코앞이다. 마지막 수술만 받으면 된다. 그녀는 내게 만나달라고 빌 것이다. 그녀가 나를 거절했던 것처럼 나도 얼른 그녀를 거절하고 싶다.”

*허프포스트US 글을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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