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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도 넘으면 배달하지 말라고 시위하는 맥도날드 노동자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기록적 폭염이 계속되면서, 주로 실외에서 일하는 현장 노동자들의 피해를 예방하도록 이들에게 실질적 ‘작업중지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이 인다.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노동자나 사용자가 스스로 작업을 중지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패스트푸드 음식점 맥도날드의 배달노동자 박정훈씨가 31일 오후 서울의 한 매장 앞에서 ‘폭염수당’과 ‘폭염 경보 때 배달 거부권’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패스트푸드 음식점 맥도날드의 배달노동자 박정훈씨가 31일 오후 서울의 한 매장 앞에서 ‘폭염수당’과 ‘폭염 경보 때 배달 거부권’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한겨레

 

맥도날드 ‘라이더’(배달 노동자)인 박정훈(33)씨는 지난 25일부터 맥도날드 매장을 돌며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박씨는 31일 <한겨레>에 “이미 맥도날드는 폭우나 폭설 때 배달수당 100원을 추가지급하고 걸어서 배달할 수 있는 거리까지만 배달을 받는데, 이걸 폭염까지 확대해야 한다. 특히 폭염경보 기준인 35도 이상으로 기온이 오르면 회사가 아예 배달을 받지 말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집배원이 속한 우정사업본부는 폭염이 이어지자 작업 중 휴게시간을 기존 1시간에서 2시간으로 늘리는 등 한낮 배달 시간을 줄이기로 지난 30일 노사가 합의했다. 그 대신 출근시간은 좀더 앞당긴다. 집배원이 업무수행 중 몸에 이상이 발생하면 즉시 업무를 중단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합의 내용에 포함됐다. 폭염으로 인한 돌이킬 수 없는 사고를 예방하도록, 집배원 모두에게 작업중지권을 보장한 것이다.

작업중지권은 요즈음처럼 폭염 상황에선 실외에서 일하는 현장 노동자들에게 절실하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 28일까지 집계한 올해 온열질환자 2042명 가운데 실외 작업장에서 피해를 입은 이는 611명(29.9%)이었다. 열사병으로 숨진 27명 가운데에선 5명이 실외 작업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문제는 작업중지권이 대다수 사업장에선 실효성이 없는 제도라는 데에 있다. 주로 노조가 있는 사업장에서, 사망 등 대형재해 발생 이후 사후적으로 발동되는 터라 노조가 없는 대다수 사업장의 개별 노동자에겐 그야말로 ‘그림의 떡’인 것이다. 실제 2013년 안전보건공단이 작업중지권 실태를 조사한 보고서(연구책임자 조흠학)를 보면 “노조의 영향력이 큰 자동차, 철강 등 대기업들은 근로자들이 ‘작업중지권’을 행사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지만, 중소규모 이하 또는 건설현장을 포함한 비정규 근로자들이 다수 일하고 있는 현장에서 작업중지권은 사문화된 법”이라고 짚었다.

실제 사용자가 작업중지 요청을 거부한 직후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도 있었다. 지난 17일 폭염으로 숨진 건설노동자 박아무개(67)씨가 일하던 전북 전주시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선 박씨의 사망 하루 전 탈진 환자가 발생했다. 박씨의 팀장이 회사 쪽에 “무더위로 작업이 어려우니 오후에 한 타임만 쉬자”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다음날 박씨는 숨졌다. 건설노조는 31일 성명에서 “폭염이 건설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는 현실을 엄중히 인식하고 현장 노동자에 대한 작업중지권과 충분한 휴게시간을 보장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조애진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변호사는 “실제 현장에서 개별 노동자들이 작업중지를 요구하는 일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사람이 죽어야 겨우 작동하는 게 현실”이라며 “‘급박한 위험’의 기준을 완화해 경비나 배달원 등 옥외 노동자들이 날씨로 인해 겪는 문제를 포괄해 규율해야 한다. 생명을 다루는 일인만큼 노동자가 사업주와 동등한 수준의 작업중지권을 갖게 해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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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배달 #노동자 #작업중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