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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저께TV]'사람이좋다' 백일섭, 혼자서도 잘하는 꽃할배

”사랑할 줄 아는데 사랑을 표현할 줄 몰랐다”

백일섭, 혼자서도 잘 하는 꽃할배였다.

7월 31일 방송된 MBC ‘휴먼다큐-사람이 좋다’ 백일섭 편이 방송됐다.

백일섭의 하루는 밀린 집안일로 시작됐다. 반려견 덕분에 부지런해진 모습이었다. 혼자 사는 삶도 어느덧 3년. 즉석 밥을 해동한 그가 별안간 밥 위에 얼음을 쏟아 부었다. 보리 굴비는 밥을 차게 해서 먹어야 한다며 똑 부러지는 레시피까지 자랑했다.

ⓒOSEN

그는 ”나가서 혼자 설렁탕집에 가서 먹는 것이 초라하더라, 아침과 점심은 집에서 먹는다”고 말했다. 이어 ”내 인생이 이렇게 될지 상상도 못했다, 그런데 괜찮다. 아주 익숙해졌다”고 덧붙였다.

이내 예사롭지 않은 솜씨로 보리 굴비를 조리하더니 손수 살을 발라내는 등 프로 혼밥러다운 면을 뽐냈다. 혼밥이 낯설지 않은 시대라 그의 독립도 낯설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어 식사를 마친 후에는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묶어 냉동실에 넣고 곧바로 설거지를 했다.

혼자사는 일섭이 걱정된 며느리는 매일 안부 전화를 한다고 했다. 장보면서 일섭네 장거리까지 살뜰히 챙겼다. 이어 손자가 TV에 나오는 일섭을 보고 할아버지를 찾는 모습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보였다.

ⓒOSEN

백일섭은 운동센터로 향했다. 3년 전 허리 수술 후 올해까지 이어진 무릎 수술에 최근 8kg가량 살이 쪘다고 했다. 이에 다이어트에 돌입했다고. 고민 끝에 백일섭이 선택한 운동은 다름 아닌 요가였다. 호기롭게 도전했으나 마음처럼 쉽게 따라주지 않는 몸이었다. 중간중간 깜빡 졸기도 하는 등 귀여운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하루 빨리 과거의 건강한 모습을 되찾고 싶은 마음으로 그는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동작을 따라하며 요가에 임했다. 요가 꿈나무의 모습으로 끝까지 수업을 마치며 흐뭇해했다. 백일섭은 ”꽃보다 할배 후부터 허리가 점점 아프더니, 무릎도 심하게 아프더라”며 수술을 했다고 했다. 수술 후 못 움직여 살이 많이 찌게 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렇게 쪄선 못 산다”며 지금부터 다이어트를 더 열심히 할 것이라 했다.

다이어트 후, 그가 기다린 사람은 바로 손자였다. 손자 앞에서 손하트하며 행복해했다. 180도 달라진 말투, 영락없는 손자바보 할배였다. 사랑을 표현하는 것에 서툴던 백일섭이 2015년 쌍둥이 손자 우진이와 우주가 태어나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했다.독립하기 전 몰랐던 가족에 대한 사랑을 느꼈다고.

그리고 며느리에게 고기를 챙겨주는 등 무심하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했다. 쌍둥이를 돌보느라 정신없는 며느리의 수고도 덜어줬다. 직접 손자들의 밥을 먹여줬다. 또한 며느리의 고장 난 휴대전화를 바꿔주며 통 큰 시아버지의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아들에게도 다정했냐는 말에 아들은 ”밥 먹여주는 건 낯설다”면서 그래도 자상하셨다고 대답했다. 아버지를 회상하면서 ”술을 자주 먹고 들어와서 좀 무서웠다”고도 말했다. 그래도 워낙 자신들을 예뻐해주셨다고.

백일섭은 ”사랑할 줄 아는데 사랑을 표현할 줄 몰랐다”고 했다. 사랑을 많이 느껴보고 느낌도 알지만 표현을 못했다고 했다. 경상도 출신이라 무뚝뚝함이 있었던 것 같다고. 사랑표현에 서툴었던 그였다.

사실 백일섭은 1960년대를 대표하는 상남자였다. 1965년 스물 두 살의 나이에 KBS 5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후 무명 시절 없이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큰 인기를 증명하듯 백일섭은 젊은 시절, 수많은 스캔들에 휘말리기도 했다고. 바람처럼 자유로웠던 과거를 뒤로하고 서른여섯의 나이에 결혼한 백일섭. 가정을 꾸린 후, 쉴 틈 없이 일하며 지냈던 그였다.

ⓒOSEN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였던 아버지 밑에서 더욱 외로운 유년 시절을 보낸 그는 아버지를 닮아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을 몰랐다. 때문에 좋은 아버지가 되는 것에도 서툴렀다는 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무뚝뚝한 자신이 가족들에게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했다

73살 졸혼을 결심한 이유를 물었다. 백일섭은 ”특별한 계획, 계기 없다”면서 ”바람 기질이 있어서 그런지”라며 미소지었다. 백일섭은 ”집 막 나와 강남으로 갔다. 조그만 오피스텔 가서 살았다”고 했다. 하지만 좁은 공간에 우울증이 생길 것 같았다고.

아들은 ”졸혼 얘기 하시고 나서 이슈가 되고 부담스러웠다. 만천하가 알아버렸기 때문”이라면서도 이해했다고 했다. 아들은 ”외로우셨을 것”이라며 깊은 속내를 감히 헤아릴 수 없다고 했다. 아버지로서 최선을 다했지만 가족들 사이에 섞이지 못하고 외로웠던 백일섭은 결국 3년 전, 졸혼을 선택한 것이다.

어린 시절, 아픔과 그리움으로 가득 찬 고향은 이제 그를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그는 부모기 이혼해서 항상 결혼아동으로 지냈다고. 외로웠던 그는 어머니가 계신 서울로 상경했다고. 고향 바다를 보며 부모님을 떠올렸다. 가족들은 여수를 떠나 없지만, 친구들과 추억을 나누기 위해 왔던 것이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옛날 이야기 보따리를 풀며, 웃음을 나눴다. 혼자서도 인생을 즐길 줄 아는 백일섭의 유쾌한 싱글 라이프였다.

다양한 아버지 상을 연기해오며 국민 아버지 반열에 오른 백일섭. 하지만 가족들을 따뜻하게 끌어안는 방법을 알지 못했던 아버지 백일섭은 오히려 졸혼 후 진정한 삶의 의미와 가족의 사랑을 천천히 배우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애정표현은 서툴지만 진심이 묻어나왔다.

푸근한 미소로 우리 세대 아버지를 연기한 백일섭, 그러나 백일섭이 전하는 서툰 아버지로서의 진솔한 이야기와 주변인들이 말하는 그의 연기 인생을 돌아본 시간이었다. 졸혼 후 백일섭이 깨닫게 된 사랑의 가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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