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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8월 01일 10시 19분 KST

한국에서 이주노동자가 '하인' 취급 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들 (영상)

부당노동행위, 성추행, 폭행.

한겨레
업주로부터 성추행·폭행 등 인권유린을 당한 이주노동자들이 31일 경남이주민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진상규명과 가해자 처벌·배상을 요구했다.

경남에서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권유린 사건이 잇따라 일어났다. 31일 기자회견에서 공개된 이들의 피해 사례는 수십년 전에 머물러 있는 이주 노동자들의 인권 현주소를 잘 보여준다.

경남 밀양의 깻잎 농장에서 지난해 4월부터 일하던 캄보디아 출신 여성 ㅇ(25)씨와 ㄷ(24)씨는 농장주의 상습적인 성추행을 견디다 못해 지난달 농장에서 도망 나왔다. 이들은 주인이 술 시중을 들게 하거나 강제로 춤을 추게 하고, 수시로 엉덩이, 허벅지, 가슴 등을 만졌다고 주장했다. 농장주는 밭일을 하던 도중 빨리 이동해야 한다며 억지로 이들을 트랙터 버킷(바가지)에 태우기도 했다. 하지만 밀양경찰서 관계자는 “농장주는 ‘결코 성추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방글라데시 출신 노동자 ㄹ(22)씨와 ㅅ(22)씨는 지난해 9월 경남 남해의 철강업체에 입사했으나, 부당노동행위와 폭행을 견디지 못해 지난 29일 업체를 무단 이탈했다. 이들은 업주가 카페·펜션 등 가족이 운영하는 업소에 보내 화장실 청소 등 허드렛일을 수시로 시켰다고 주장했다. 또 이에 대해 항의하자 욕을 하며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진주고용노동지청 관계자는 “피해자와 업주의 주장이 엇갈린다. 오히려 업주는 이들의 무단 이탈을 문제 삼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 밀양 깻잎 농장에서 일했던 캄보디아 출신 여성 이주노동자는 업주가 자신을 트렉터 바가지(버킷)에 강제로 태우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경남이주민센터 제공

 

우즈베키스탄 출신 대학원생 ㅅ(24)씨는 여름방학을 맞아 지난달 16일 경남 함안의 상하수도 매설업체에 아르바이트를 하러 갔다. 그는 이날 오후 3시30분께 나무그늘에 앉아 쉬던 중 갑자기 들이닥친 모르는 남자 5명으로부터 집단 구타를 당했다. 불법체류 이주노동자를 단속하는 창원출입국외국인사무소 직원들이었다. 한국어가 서툰 ㅅ씨는 영어로 자신을 소개하며 때리지 말라고 소리쳤지만 소용 없었다. 출입국외국인사무소 직원들은 ㅅ씨를 강제로 데리고 가서 닷새 뒤에야 풀어줬으며, 허가 없이 일했다고 과태료 50만원을 부과했다. 유학생 비자를 받은 ㅅ씨는 방학 동안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음에도 미리 신고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삼아 폭행을 가하고 과태료를 물린 것이다.

ㅅ씨는 창원출입국외국인사무소 직원들을 상대로 민·형사상 소송을 준비하고 있으며,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가배상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창원출입국외국인사무소 쪽은 “단속 과정에서 과도한 물리력을 행사한 것을 확인했다.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현재 한국 정부는 이주노동자를 선발해 업체에 배분만 할 뿐 이들에 대한 관리감독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이주노동자는 사업장을 옮길 권리가 없다. 고용노동부에 업체 변경을 신청하려면 지속적 근로가 불가능할 정도의 피해를 본 사실을 입증해야만 가능하다. 열악한 환경에서 인권유린 사건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주원인이다.

유엔 특별조사관은 2015년 4월20일 유엔인권이사회에 낸 보고서에서 “한국 일부 지역에서 이주노동자는 하인 취급을 받고 있으며, 고용주에게 언어 폭력, 신체적 폭력, 성적 학대, 사생활 침해를 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2013년 국가인권위원회의 ‘농축산업 이주노동자 인권 상황 실태 조사’에선 여성 이주노동자의 30.8%가 성희롱이나 성폭력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주노동자 140만 시대에 맞게 차별을 막는 법과 제도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경남이주민센터는 “ 인종차별금지법 제정, 합리적 외국인 고용제도 도입, 이민청 설치 등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