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31일 서울의 수은주가 38.3도까지 올라 기상관측 이래 역대 2위를 기록했다. 실제 더위가 어느 정도인지 측정하기 위해 열화상 카메라를 들고 폭염 취약지역을 찾았다. 열화상 카메라로 본 서울 시내의 더위는 기상청 발표보다 훨씬 더 심각한 수준으로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했다.
서울 마포구 망원동의 한 공사장은 오전인데도 햇빛에 달궈진 중장비와 도로의 온도가 65.6도를 기록했다. 정오께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주차장에 세워진 버스의 외부 온도는 62도까지 치솟았다. 이날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의 좁은 방 안에 있던 한 주민이 더위를 참지 못하고 골목길에 나와 누웠지만, 방 안과 밖은 이미 40도가 넘는 열을 뿜어내고 있었다.
서울 남산에서 서울 시내 기온을 측정했다. 다가구 건물이 밀집한 해방촌 건물들은 50도를 넘어서고 있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여의도 자전거도로도 햇빛에 달궈져 50도를 넘나들고 있었다. 여의도 물빛광장분수대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과 어른의 체온은 많은 차이를 보였다. 오랜 시간 동안 물속에서 논 아이들의 체온은 물의 온도와 비슷하게 내려갔다. 반면 물에 들어가지 않은 어른들은 햇빛을 받아 체온보다 높은 온도를 보였다.
생활 폐기물을 길거리에서 수거하는 어르신들의 건강도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었다. 한낮의 도로는 실제 기온보다 높은 50도를 넘고 있었다. 어르신들은 별도의 안전장치 없이 수건과 모자에 의지해 뜨겁게 달궈진 도로에서 손수레를 끌었다. 몸에서는 땀이 비 오듯이 흘렀다. 폭염을 이겨낸 댓가는 1만원 남짓. 더위를 식히는 방법은 목적지인 고물상에 도착해 등목을 하고 얼음물을 마시는 게 유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