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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서 담배 피우던 시절

  • 이원열
  • 입력 2018.07.31 15:31
  • 수정 2018.07.31 15:32
ⓒhuffpost

세대론은 인기가 좋다. 담고 있는 통찰과 분석이 깊든 얄팍하든 일단은 흥미롭다. 세상 속의 내 위치를 파악하고, 나와 나이 차이가 큰 타인들을 이해해보려 할 때 유용할지도 모르겠다.

1980년대 초반에서 2000년 무렵 사이에 태어난 이들을 ‘밀레니얼 세대’라 부른다. 그 위의 세대는 ‘X 세대’라 할 수 있겠다. X 세대라는 말이 생긴 구미권의 배경과 한국의 상황은 많이 달랐고 X 세대와 ’386 세대’는 약간 겹친다. 그러나 90년대에 한국 미디어에서 쏟아냈던 X 세대라는 호칭에 해당하는 세대는 386의 동생뻘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나는 X 세대와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 어정쩡하게 낀 세대다. 어떤 면에서 지금보다도 리버럴했던 90년대를 향유하기엔 너무 어렸고, 밀레니얼 세대가 보기엔 포켓몬고 최고 레벨과 비슷한 나이의 아저씨일 뿐이다. 하지만 낀 세대라서 그런 건지, 지금 내 나이가 그럴 때인지 몰라도 위아래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다.

밀레니얼 세대들과 대화 중 거짓말쟁이로 몰린 적이 몇 번 있다. ”그런 황당한 거짓말을 제가 믿을 것 같아요?” 하는 반응에 나는 적잖이 당황했다. 그중 몇 가지를 소개한다. ‘시티폰‘. 삐삐가 주류였고 줄을 서야 공중전화를 쓸 수 있던 시절 등장했던 발신 전용 전화다. 공중전화 인근에서만 사용이 가능했고, 휴대폰이 대중화되면서 곧 사라져버린 물건이다. ‘비행기 흡연석‘. 90년대까지도 여객기에 흡연석이 있었다. 비행기 꼬리 쪽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흡연석이 없어진 뒤에도 한동안 팔걸이에 재떨이가 달린 좌석이 있었다. ‘술집 운영은 12시까지’. 1998년에 술집 운영시간 제한이 사라졌다. 그런데 그 전에도 새벽 한두 시까지 문 여는 술집을 봤다며 나를 거짓말쟁이로 몰아붙인다. 그건 그 술집이 불법 영업을 했던 것이다. 시티폰도 비행기 흡연석도 정말로 있었는데 거짓말쟁이라니, 억울하다.

* 조선일보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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