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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7월 30일 17시 19분 KST

하루 만에 5만 넘은 '웹하드 카르텔 특별수사' 청원에 담긴 내용

"이들은 한 건물, 같은 층에 모여 피해 촬영물을 유통하고 또 삭제하면서 수백억을 벌어들였다"

SBS

국내 웹하드 업체가 불법 촬영물 유통을 방조하는 것을 넘어 직접 유포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특별수사단을 꾸려 국내 웹하드 업체를 수사해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해당 업체들이 사실상 ‘디지털 성범죄’의 가해자로 적극 가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웹하드 카르텔과 디지털성범죄 산업에 대해 특별 수사를 요구한다’는 청원은 올라온 지 하루 만에 5만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했다. 청원 게시자는 “디지털 성범죄 영상 유통산업을 조사, 처벌하라”라며 “‘그것이 알고싶다’(SBS) 방송으로 드러난 웹하드 카르텔을 수사하라”고 주장했다.

게시자는 대통령 직속 특별수사단 구성과 함께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수준으로 디지털 성범죄 촬영물 유포자, 유통 플랫폼, 소지자 모두를 처벌하는 법안 신설 △‘위디스크·파일노리’ 실소유주 처벌 △디지털 성범죄 유통 플랫폼, 디지털장의사, 숙박업소 관련 앱, 스튜디오 촬영회 등 디지털성범죄물을 생산, 유통, 삭제하는 산업구조에 대한 국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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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자는 국내 웹하드 업체가 당사자의 동의 없이 불법 촬영으로 만들어진 피해 촬영물을 유통하면서 막대한 돈을 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웹하드 콘텐츠를 필터링(특정 콘텐츠를 걸러내는 일)하는 필터링 회사, 피해 촬영물을 돈을 받고 삭제해주는 ‘디지털 장의사’ 회사를 함께 운영하며 부당한 수익을 창출했다고 주장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자율심의협력시스템처럼 업체의 자율성에만 기대거나 웹하드 업체에 불이익을 주지 않는 규제는 이렇게 형성된 ‘웹하드 카르텔’ 앞에서 무용지물임이 드러났다고도 했다. 과거 대형 웹하드 업체 대표가 처벌을 받았음에도 불법 행위는 계속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게시자는 “피해 촬영물을 유통해서 얻을 수 있는 수익보다 손해가 커지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시자는 “‘그것이 알고싶다‘가 다룬 웹하드 업체는 ‘위디스크’‘파일노리’이고 필터링 업체는 ‘뮤레카’”라고 업체명도 구체적으로 밝혔다.

“(위디스크·파일노리 대표였던) 양OO는 자신이 인사권 등을 행사할 수 있는 필터링 업체인 ㈜뮤레카와 외부적으로만 기술 협약만을 맺고 제대로 된 필터링 조치를 취하지 않아 몰래카메라 영상이나 리벤지 포르노 등 불법 영상물을 유통하였고, 이를 통해 거액의 이득을 취한 바가 있다. 그리고 현재는 로봇 개발 사업을 하며 해당 업계에 더 이상 관계되어 있지 않은 것처럼 연출하지만, 위디스크와 파일노리의 최대 주주로서 웹하드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으로 수백, 수천억이 드는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뮤레카는 ‘나를 찾아줘’라는 디지털장의업체를 운영 중이다. 양OO는 웹하드 업체인 위디스크와 파일노리, 그리고 필터링 회사인 ㈜뮤레카 간의 유착관계를 숨겨 디지털 장의업체인 ‘나를 찾아줘’를 통해 ‘몰카’, ‘리벤지 포르노’ 등 불법 피해 영상물 삭제를 요청한 피해자들을 기망하였다.”

게시자는 아울러 “웹하드는 피해자를 돈으로 보고 수익을 위해 살아있는 인간을 착취한 산업이다. 피해 영상이 유포되면 재생되는 순간마다 피해가 반복된다”며 “피해 영상 유통을 통제하고 차단하는 것이야말로 디지털 성폭력 피해 규모를 줄이는 핵심이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정부의 결단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28일 저녁 방영된 ‘그것이 알고싶다’는 국내 웹하드 업체가 불법 촬영물 유통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왔다는 사실을 고발했다. 한때 ‘전문 업로더’로 활동했다고 밝힌 ㄱ씨는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경찰이 ‘헤비 업로더’의 신상정보를 요구해도 웹하드 업체가 안주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웹하드 업체가 해당 업로더의 정보 대신 중국인 등 다른 신상정보를 경찰에 제출하는 방식으로 수사를 피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전 웹하드 업체 직원 ㄴ씨는 “성인자료는 꾸준히 잘 팔리는 콘텐츠다. 그러다 보니 웹하드 업체 내에서 자체 아이디로 성인물만 올리는 아이디도 있었다”며 해당 업무가 회사의 공식적인 업무지시였다고 주장했다. 웹하드 업체 내부에 불법 영상이 유통되지 않도록 모니터링 하는 부서가 있었지만 그 팀에서도 디지털 성범죄 영상은 거의 신경 쓰지 않았다고도 밝혔다. 이는 불법촬영물로 벌어들이는 수익 때문이다. 전직 웹하드 업체 대표 ㄷ씨는 “(불법촬영물을) 모니터링을 할수록 매출이 떨어졌다”고도 말했다.

국내 웹하드 업체와 필터링·디지털장의사 업체가 유착돼있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필터링업체 쪽은 “웹하드 업체와 제휴 관계일 뿐 독립된 법인으로 유착됐다는 건 사실 무근”이라고 주장했지만, 필터링 업체가 들어선 건물 같은 층에 두 웹하드 업체가 나란히 입주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한사성)는 “만약에 관계없는 회사라고 해도 이렇게 붙어있으면 관계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앞서 한사성은 지난 5월에도 “스튜디오 촬영 폭력 피해자 지원 과정에서 한 포르노 사이트가 사진 촬영자, 최초 유출자와 직접적인 연관을 갖게 된 것은 아닌지 의심됐다”며 “해당 사이트는 2~3년이 지난 사진을 가장 먼저 공개하는 사이트로, 촬영회 사진 유출의 규모나 방식이 예사롭지 않았다. 심지어 특정 사이버장의사 업체와도 결탁하고 있었다”고 폭로한 바 있다. 

현행법상 불법촬영물 유포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성폭력처벌법) 위반 행위다. 동의없이 찍혔다는 사실이 입증하기 어렵다고 해도 최소한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정보통신망법)의 음란물 유포죄에 해당한다.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해 활동하는 이들은 꾸준히 국내 웹하드업체에 대한 수사를 촉구해왔다.

하지만 경찰도, 방송통신위원회도 소극적이었다고 말한다. ‘디지털성범죄아웃’(DSO) 활동가들은 불법촬영물 영상을 경찰에 집중 신고하자 경찰로부터 “일이 얼마나 많은지 아느냐”라는 타박을 들었다고 밝혔다. 방통위도 소극적이란 지적을 피하기 힘들다. 방통위에 접수된 ‘개인 성행위 영상물 시정요구’ 신고 건수는 해마다 수천 건에 달하지만, 방통위는 2016년 5월에야 처음으로 3개 웹하드 업체에 시정명령과 함께 모두 147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웹하드업체가 파일중개 수수료로 매년 수백억의 매출을 기록하는 상황에 견주어볼 때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한편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그것이 알고싶다’ 웹하드편에 나온 양OO 대표님 힘내세요. 당신은 아무 죄가 없습니다”, “‘그것이 알고싶다’ 웹하드편 다시보기 서비스 중단시켜주세요” 등 웹하드 업체를 옹호하는 청원글도 올라온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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