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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넌의 '우파 포퓰리즘'이 유럽을 겨냥하고 있다. 영국도 예외는 아니다.

브렉시트의 나라 영국...

  • 허완
  • 입력 2018.07.30 17:15
ⓒPHILIPPE HUGUEN via Getty Images

미국 트럼프 정부의 초기 반(反)이민 정책 등을 수립했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찬성 운동을 이끌었던 영국 우파 정치인들을 접촉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내년 5월 유럽의회 선거를 겨냥해 유럽에서 우익 포퓰리즘 운동을 일으킬 재단을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배넌은 28일(현지시각) 공개된 로이터 인터뷰에서 최근 사임한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외무장관을 비롯해 마이클 고브 환경장관, 제이콥 리스-모그 의원(보수당) 등과 접촉해왔다고 말했다. 이들은 영국 보수당 내 브렉시트 찬성파 중 가장 강경한 인물을 꼽을 때 늘 언급되는 인물이다.

배넌은 ”보리스 존슨은 오늘날 세계 무대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하나”라고 추켜세웠다. 또 이번달 자신의 영국 런던 방문 때 그와 ”문자(와 전화)를 많이 주고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고브 장관, 리스-모그 의원 등과는 얼마 전에 연락했었다며 이 세사람이 보수당을 이끌 ”재능있는” 반(反)EU 지도자 후보군이라고 말했다. 테레사 메이 총리를 끌어내리고 보수당을 장악할 인물로 이들을 지목한 것.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가 개시되더라도 무역 부문에서 EU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협상안을 추진하고 있다. 보수당 내 일부 강경 브렉시트 찬성파 의원들은 ‘무늬만 브렉시트’라며 이같은 구상에 강하게 반발해왔다. 

ⓒSean Gallup via Getty Images

 

백인우월주의자, 파시스트, 극우 민족주의자 등으로 비판 받아온 배넌은 최근 EU의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 설립된 재단 ‘더 무브먼트’를 통해 반EU 운동을 벌이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이 재단은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 승리에 ‘감명받은’ 한 벨기에 변호사가 지난해 1월 등록한 곳이다. 국경 통제 강화, 급진이슬람 퇴출 등을 기치로 내걸고 있다. 

이 재단을 활용하기로 한 배넌의 계획에 따르면, 이 재단은 유럽 전역에 있는 우파 정당들을 위해 여론조사, 메시지 전략 수립, 데이터 타겟팅 전략, 데이터 분석 등을 제공하게 된다. 궁극적 목표는 다가오는 유럽의회 선거에서 반EU 의원들을 대거 진출시키는 것이다.

배넌은 이를 위해 지난 1년 동안 유럽의 우파 정치인들을 접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독립당(UKIP) 전 대표 나이젤 파라지, 마린 르펜이 이끄는 ‘국민연합(RN)’ 소속 정치인들, 극우 성향인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등이다.

배넌은 영국의 EU 탈퇴가 유럽 정치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며 유럽의회 선거에서 반EU 바람이 크게 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의 계획은 우파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파라지 전 UKIP 대표는 반EU 성향 유럽의회 의원이 “4분의1에서 3분의1” 가량의 의석을 차지할 수 있다고 거들었다.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배넌의 계획이 유럽 우파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며 ”큰 성공을 거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Simon Dawson / Reuters

 

반이민, 반이슬람, 반EU 등을 핵심 기조로 삼고 있는 우파 민족주의 성향 정치인들의 호언장담을 과소평가할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로이터가 최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반EU 성향 정당들이 유럽의회 선거에서 대거 약진해 의석수를 크게 늘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르면 영국 UKIP과 이탈리아 오성운동 등으로 구성된 교섭단체 EFDD는 45석에서 59석으로, 마린 르펜의 프랑스 국민연합 및 네덜란드 극우정치인 헤이르트 빌더스가 이끄는 자유당 등이 속한 ENF는 35석에서 63석으로 늘어날 수 있는 것으로 예상됐다. 

반EU 성향의 이 두 교섭단체는 현재 80석을 차지하고 있다. 영국의 EU 탈퇴로 유럽의회 전체 의석수는 751석에서 705석으로 줄어들게 된다. 그만큼 반EU 정당들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한편 영국 노동당 의원 데이비드 라미는 배넌이 접촉했다는 영국 우파정치인들을 ”국가적 수치”로 규정했다. 그러면서도 이들을 ”위협적인 존재들”로 평가했다.

(냉정히 따지자면 거의 모든 유럽 국가에서 목격되는 극우정당의 부상도, ‘기존 정치의 실패’에 대한 경고도 이제 더 이상 새로운 얘기는 아니다.)

리스-모그, 고브, 보리스가 이제 미국 제일의 파시스트 스티브 배넌과 한패가 됐다고 한다. 이 사람들은 웃음거리 쯤으로 취급되고 있지만 위협적인 존재들이다. 그들은 스스로를 애국주의자들이라고 부르지만 (사실은) 국가적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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