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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태양 속으로 뛰어들 탐사선이 다음달 발사된다

견뎌야 할 온도는 1400℃다.

ⓒNASA

지금까지 태양에 가장 가까이 접근한 우주선의 기록은 1976년 옛 서독의 우주과학센터(DFVLR)와 미 항공우주국이 발사한 헬리오스B 탐사선이 보유하고 있다. 약 4300만㎞까지 접근했다. 이 기록을 약 7분의 1로 단축할 새 우주선이 다음달 11일 발사된다. 나사의 ‘파커 태양탐사선’이다.

태양의 대기 안에서 살아간다면 어떤 기분일까? 요즘 폭염 따위는 비교도 안될 화염에 곧 타버릴 텐데 말도 안되는 어리석은 질문일까. 꼭 그렇진 않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별과 함께 살아가기’(LWS·Living with a Star) 프로그램 담당 과학자 리카 구하타쿠르타(Lika Guhathakurta)는 “사실 우리는 모두 이미 태양의 대기 안에서 살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보통 하늘에 떠 있는 동그란 빛의 덩어리가 태양의 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태양의 대기는 동그라미 밖에서부터 시작이다. 태양이 방출하는 플라스마(핵과 전자가 분리되는 초고온의 물질 상태 또는 그 물질)의 영향을 받는 공간인 ‘태양권’은 지구는 물론이고 멀리 명왕성 너머까지 뻗어있다. 이런 플라스마 입자의 빠른 흐름을 태양풍이라고 부른다. 극지의 하늘에서 볼 수 있는 오로라는 태양풍이 지구의 자기권에 부딪히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태양의 대기 안에서 살면서도 우리가 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이유는 지구 대기와 자기장이 태양풍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때문인지 태양에 대한 우리의 지식도 제한적이다. 다음달 11일이면 태양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길이 3m의 작은 자동차 만한 탐사선이 지구를 출발한다. 바로 미 항공우주국의 ‘파커 태양탐사선’이다.

파커 탐사선의 이름은 미 시카고대 천체물리학자 유진 파커(81)에서 따왔다. 그는 1950년대 태양을 비롯한 별들이 어떻게 에너지를 방출하는지에 대한 선구적인 이론을 내놓았다.

태양에서 방출되는 고에너지 입자의 흐름에 ‘태양풍’이라는 이름을 처음 붙여준 이도 그였다. 이런 태양풍은 태양의 바깥 대기, ‘코로나’에서 불어나가는데, 코로나에 대한 이론적 토대 역시 그가 쌓았다.

항공우주국은 2017년 이런 업적을 기려 원래 ‘솔라프로브’(태양탐사선)라고만 불렀던 이번 탐사선에 파커라는 이름을 붙였다. 미 항공우주국이 살아 있는 이의 이름을 우주선에 붙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왕관이라는 뜻의 라틴어에서 온 코로나는 일식 때 태양이 달에 가려지면 검은 동그라미 주변의 흐릿한 후광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중심 온도 1500만℃의 가스 항성인 태양의 표면 온도는 약 6000℃다. 그런데 바깥 대기인 코로나에선 갑자기 온도가 110만℃까지 치솟는다. 핵으로부터 더 먼 대기가 표면보다 300배나 뜨거운 이 비상식적인 현상은 과학자들이 지금까지 속 시원하게 풀지 못하고 있는 수수께끼다.

동시에 코로나가 어떻게 태양풍 입자를 가속해서 사방으로 날려 보내는지에 대한 메커니즘도 아직 규명되지 못했다. 이것이 파커 태양탐사선의 최우선 임무다. 미 항공우주국 고다드 우주항공센터 태양물리과학부의 알렉스 영 부팀장은 “우리는 수십 년 동안 태양을 연구해 왔지만, 이제서야 직접 행동(관찰)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태양에 탐사선을 보내자는 제안은 1958년 미국과학협회에서 처음 나왔다. 60년 전 제안이 이제야 현실화된 이유는 이를 뒷받침할 기술이 근래에야 충분히 발전하였기 때문이다.

파커 탐사선은 인류가 만든 탐사선 최초로 태양 코로나에 직접 뛰어들어 데이터를 수집할 계획이다. 가장 가깝게는 약 600만㎞까지 근접한다. 태양에 가장 가까운 행성인 수성조차 가장 가까울 때 거리가 4600만㎞가량이다. 당연히 어마어마한 태양의 열을 견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더군다나 파커 탐사선은 태양 주변을 24바퀴나 돌면서 매번 근접해 자료를 모을 계획이다. 인간의 기술은 이런 환경에서도 탐사선이 녹지 않을 수준을 이룬 것이다.

첫번째 기술은 고도의 기술이 집약된 내열 방패다. 2.4m 지름에 11.5㎝ 두께의 이 내열판은 두 개의 탄소판 사이에 탄소화합물을 채운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태양을 바라보는 쪽에는 하얀 세라믹 페인트를 칠해서 내열성을 높였다. 모든 탐사장비는 이 내열판 반대쪽 그늘에 있기 때문에 극한의 환경에서도 늘 30℃의 쾌적한 온도를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더불어 외부로 노출되는 선들은 초합금 제조에 쓰이는 나이오븀으로 만들고 사파이어 결정으로 처리해서 녹지 않도록 했다.

둘째, 냉각시스템이다. 첨단 우주탐사선 치고 파커 탐사선의 냉각시스템은 놀라울 정도로 단순하다. 발사와 항해 동안 냉매를 보온할 장치와 냉각 효율을 높이는 알루미늄 핀, 냉매를 순환하는 펌프 정도가 전부다. 냉매는 이온을 제거한 물을 쓴다. 이를 이용해 꾸준히 탐사선의 온도를 식혀준다.

여기에 정교한 자동화 시스템이 탐사선의 목숨을 책임진다. 파커와 지구가 교신하는 데에는 한 방향으로 8분이 걸린다. 자칫 균형을 잃었을 때 지구에서 이를 바로 잡으려면 때는 이미 한참 늦는 것이다. 파커 탐사선은 주변의 센서를 통해 항상 내열방패가 태양을 향하도록 스스로 위치를 잡는 자율 운항 기능을 갖췄다.

덧붙여 파커가 처할 환경이 실은 아주 가혹하진 않다는 게 비밀 아닌 비밀이다. 코로나 온도가 비록 110만℃에 달한다지만 탐사선이 운항하는 우주 공간을 지나가는 코로나의 플라스마 입자는 아주 적은 수에 불과하다.

우리가 수백 도의 후라이팬을 잠깐 만져본다 해서 손에 화상을 입지 않듯이 초고온이라도 적은 수의 입자와 부딪힐 경우 탐사선이 실제 견뎌야 하는 온도는 그닥 높지 않다. 미 항공우주국은 내열방패가 견뎌야 할 최고 온도가 그래도 1400℃에 ‘불과’하리라고 예상한다.

8월11일 미국 플로리다주의 케이프 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출발하는 파커 탐사선은 9월30일 수성을 근접비행(flyby)한다. 여기서 수성의 중력을 이용해 가속을 받아 11월3일에는 첫번째 근일점(태양 주변을 도는 물체가 태양에 가장 가까워지는 지점)에 도달할 예정이다. 전체 임무에서 가장 가깝게 접근하는 때는 6년 뒤인 2024년 12월21일이다. 7년 임무 뒤에는 태양의 품에 안겨 산화하게 된다.

지구에서 문명을 꽃피운 인류는 달을 발로 밟고 우주정거장과 수많은 인공위성을 띄우며 지구 밖으로 그 영역을 확장해왔다. 앞으로는 그 범위를 더욱 넓혀 화성까지 넘보고 있다. 이는 달리 말하면 지구 대기의 품에서 놀던 시기를 넘어 플라스마 바람이 몰아치는 태양의 대기로 나아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언젠가 지구 날씨 못지않게 태양의 날씨 예보를 살펴봐야 할 때가 올지도 모른다. 파커 탐사선은 훗날 이 시대를 연 척후로 기록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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